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 대통령 오른쪽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한·미 첫 정상회담은 ‘조선–반도체–배터리–원전’을 아우르는 대규모 협력 패키지를 쏟아냈다. 그러나 트럼프 특유의 돌발성과 불확실성은 성과의 지속 가능성에 여전히 의문을 남긴다.
■ ‘신뢰 강조’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실무 난제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진솔한 대화를 통해 두터운 신뢰를 쌓고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전문가들은 두 정상이 각각 ‘피스메이커’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나누며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동맹 현대화, 무역·관세 조율 등 실무 과제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 MASGA로 조선업 동맹 가동 ‘최대 성과’
이번 회담에서 가장 주목받은 성과 중 하나는 ‘MASGA(Make America’s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다. HD현대는 KDB산업은행,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탈과 수십억 달러 규모 공동 투자 펀드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협력 범위는 선박 건조, 기술 지원, 인력 양성까지 포함된다. 이 대통령은 귀국 전 마지막 일정으로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 조선소’를 방문해 3억 달러 규모의 선박 명명식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함께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고 선언하며 미국 조선업 부활과 한국 기술력 결합의 상징적 장면을 연출했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MOU를 맺고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 조선소 현대화, 선박 공동 건조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 1500억 달러 투자 약속한 경제 사절단
한미 정상회담에는 경제 사절단으로 주요 그룹 총수들이 동행해 굵직한 협약들을 잇달아 쏟아냈다. 현대차그룹은 제철·자동차·로봇 등 미래산업 전반에 걸쳐 총 26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문화 콘텐츠 분야까지 포괄하는 다층적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민간 기업들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밝힌 직접투자 규모만 1,50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앞서 관세 협상 타결 과정에서 합의된 3,500억 달러 대미투자 펀드와는 별도로 추진되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 미국의 엑스에너지와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설계·건설·운영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으며, 두산은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와 원전 기자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한수원은 우라늄 농축 설비 구축을 추진 중인 미국 센트러스에 공동 투자하며 핵심 원자력 공급망 협력에도 참여한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등 핵심 광물 공급망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으며,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에 최적화된 반도체 칩을 SK하이닉스와 삼성이 제공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 여전히 불안한 트럼프 리스크…제도적 보완 필요
성과는 있지만 향후 안정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으나 과거 철강·알루미늄 관세,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등 돌발적 행보로 동맹을 압박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회담으로 한국 조선·반도체·배터리·원전 산업은 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다만 성과의 크기만큼이나 트럼프 불확실성의 파고도 높아,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