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가계 금융자산의 70% 가량이 은행, 보험에 묶여 있습니다. 증권사에서 안정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을 꾸준히 확대해간다면 더 많은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질 겁니다.”

증권사들이 은행 고객들을 향해 강렬한 손짓을 하고 있다. 과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성격이 짙었던 투자상품 라인업에서 안정성을 높인 상품들로 영역이 넓히고 은행 예금 고객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 '1년=2% 후반' 발행어음, 선택지 늘어나나

가장 먼저 꼽히는 상품은 발행어음이다. 발행어음이란 증권사가 회사 신용을 기반으로 발행한 단기어음이다. 투자자는 일정 기간 동안 투자해 확정된 금리를 얻을 수 있다. 엄밀히 따지면 증권사가 부도날 경우 원금 손실 위험이 있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감안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들에게만 자격을 부여한 만큼 원금 손실 위험은 사실상 제한적이다.

현재 발행어음 업무를 영위하고 있는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한국투자증권이 2.9%,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2.8%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2%대 초반임을 감안할 때 매력적일 수 있다. 특히 투자 기간이 30일, 60일, 90일 단위로도 가능하다. 단기 자금 운용을 원하는 고객들 수요를 흡수할 만하다.

현재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총 4곳이다. 하지만 현재 5개사(메리츠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가 신규 인가 신청을 하면서 경쟁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5개사가 추가적으로 발행어음 시장에 뛰어들 경우 연초 기준 43조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는 100조원대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 단기자금 활용 '매니아'의 선택, RP 100조 시대

환매조건부채권(RP) 역시 단기 자금 운용을 위해 활용하는 고객층이 늘고 있다. RP란, 증권사가 보유한 국공채 및 우량채권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뒤 증권사가 만기일에 되사는 형식의 채권매매를 의미한다. 하루만 맡겨도 약속된 수익률을 제공받을 수 있고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강점 덕에 일반 투자자의 RP 보유금액은 어느새 100조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83조4100억원 수준이던 증권사의 RP 매도 잔고는 지난 22일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만 20% 수준의 증가세다.

일반적인 채권투자가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것과 달리 RP 투자자는 약속된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어 단기 안전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자율이 보통 3%대를 상회하는 데다가 단기 자금 운용을 원하는 경우 상대적 자율성이 높아 예적금 상품의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 IMA, 원금보장+투자수익 '다크호스' 기대

최근 증권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사업은 종합투자계좌(IMA)다. IMA는 앞선 상품들과 달리 고객 원금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예금과 닮았다. 하지만 고객의 투자자금을 증권사가 회사채, 기업대출 등 다양한 기업금융 자산에 투자해 발생시킨 수익을 원금과 함께 돌려주기 때문에 예금처럼 고정 금리가 아니라 운용 실적에 따라 다른 성과를 가져가게 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현재 IMA에 도전장을 내민 증권사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증권사들로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3곳이다. 해당 증권사들은 각 사의 모험자본 투자 능력에서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인가 이후 상품력으로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IMA는 신규 고객 유치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증권가 전망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IMA는 증권사가 원금보장 의무를 지기 때문에 기존 고객층을 넘어 안정적 성향의 은행권 고객들이 진입하기에 가장 실질적이고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운용 성과로 경쟁력이 증명되기 때문에 복수의 증권사가 인가를 받을 경우 수익률 경쟁이 치열할 수 있고 이에 따른 고객들의 반응도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시중 은행의 수신 규모는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달 주요 시중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합산 수신 규모(요구불예금, 정기예적금)은 1300조원대를 기록했다. 이는 두달 전인 6월 1323조9380억원보다 24조원 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요구불예금 잔고는 555조8250억원에서 520조원대까지 내려오며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