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서울 종로구 수송동 사옥. (사진=SK에코플랜트)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최근 SK에코플랜트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 혐의에 대해 '중대한 과실(중과실)'로 판단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고의'로 본 것에 비하면 수위는 다소 낮아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SK에코플랜트가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 일정에는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증선위 등에 따르면 증선위는 지난 10일 정례회의를 열고 SK에코플랜트가 미국 연료전지 자회사의 매출을 부풀려 연결 재무제표에 과도하게 반영한 건에 대해 회계 기준 검토를 소홀히 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회사에는 감사인 지정 2년, 대표이사에는 5000만원의 과징금이 각각 부과됐다. 전·현직 회계담당 임원에 대한 직무정지 처분도 의결됐다. 최종 제재 수위는 금융위 전체회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 "고의 아냐, 자회사 회계 개선 나설 것"…IPO 일정 변동 있나
SK에코플랜트는 증선위의 결정 직후 "매출을 고의로 과대 계상했다는 의혹은 해소됐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자회사 회계처리에 대해선 "회계처리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사안은 SK에코플랜트가 IPO를 준비하던 지난 2022~2023년 미국 연료전지 자회사 매출을 과도하게 반영하면서 불거졌다. 금감원은 당시 "IPO를 앞두고 기업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려는 의도가 있었다"며 '고의'로 판단하고 검찰 고발까지 검토했다. 그러나 증선위는 중과실로 판단해 형사 고발이나 대표 해임 등의 최고 수위 제재는 피하게 됐다.
SK에코플랜트는 IPO 로드맵에 따라 오는 2026년 7월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내년 초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었다. 지난 2022년 프리IPO 투자 유치 당시에도 '2026년 상장'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IPO 일정에는 변경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투자자들에게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증선위의 이번 결정으로 상장 일정에 대한 시장의 불신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감사인 지정 2년 조치로 인해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외부 신뢰도 저하나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흥행 실패, 투자자 공모가 할인 요구 증대 등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결격 사유는 아니지만 IPO 심사기관인 한국거래소 입장에서도 회계 투명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어서 IPO 시점이 당초보다 미뤄질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 향후 과제는 '신뢰 회복' 투자자 설득이 관건
SK에코플랜트는 국내 ESG·친환경 분야의 대표 건설사로 꼽힌다. 특히 연료전지와 환경, 폐기물 처리 등 친환경 신사업 확대를 통해 성장 기대감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으로 수처리 회사 등은 매각에 나서고 있고 HBM 등 AI 반도체로 잘 나가는 SK하이닉스를 지원하기 위한 반도체 관련 사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프리IPO 당시에는 1조원 이상 자금을 유치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회계 이슈로 인해 회계 투명성 확보와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가 과제로 남았다. 또한 기관투자가 설득 전략도 중요한 숙제로 떠올랐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IPO 시기와 관련해서는 검토 중"이라며 "고의가 아닌 중대과실로 판단이 나온 만큼, 자회사 회계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