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가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Fab 조감도 (사진=SK에코플랜트)
부채비율 240%를 넘어선 SK에코플랜트가 내년 IPO를 앞두고 대규모 자회사 매각에 나섰다. 해상풍력 계열사 SK오션플랜트와 환경 자회사 3곳 매각을 통해 1조원대 현금을 확보하며 재무건전성 개선과 반도체·AI 중심의 신성장 포트폴리오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 SK오션플랜트, 인수 3년 만에 전량 매각 추진
2일 건설·투자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해양플랜트 계열사인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다. SK에코플랜트는 현재 지분 36.98%(2225만6969주)를 보유 중이며, 전날 종가(1만9820원) 기준 4411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2년 8월 약 4595억원에 삼강엠앤티 지분 31.8%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으나, 3년 만에 전량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다.
우선협상대상자는 디오션 컨소시엄으로 선정됐다. 이는 2023년 설립된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 디오션자산운용이 주축이다. 디오션자산운용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설립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주로 해양플랜트, 조선, 인프라, 에너지 등 산업 분야에 특화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오션플랜트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해양플랜트, 특수선 건조, 조선 및 선박 수리·개조 등을 주력으로 하는 해상풍력·조선·해양 전문 기업이다.
SK오션플랜트는 "실사와 계약 체결 절차는 오는 10월 내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환경 자회사 3곳도 매각 1.7조 확보…부채비율 240%, 재무 개선 절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에도 환경 자회사 3곳을 매각하며 대규모 현금을 확보했다. 리뉴어스·리뉴원·리뉴에너지충북 지분 100%를 글로벌 사모펀드 KKR에 1조780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것.
리뉴어스와 리뉴원은 폐기물 처리와 자원순환, 리뉴에너지충북은 에너지 발전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2021년 이후 잇따라 인수하며 친환경 기업으로 체질을 바꿨으나, 외형 확대 과정에서 늘어난 차입 부담이 결국 매각으로 이어졌다.
SK에코플랜트의 올 1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7조1993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40.8%에 달한다. 잇따른 인수·합병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지만 재무건전성 악화는 IPO를 앞둔 발목을 잡는 변수로 지적돼왔다. 이에 환경·해양 계열사 매각은 단기적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비주력 자산을 정리해 신성장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 내년 IPO 목표 앞두고 그룹 리밸런싱에 맞춰 반도체·AI로 리셋
SK에코플랜트는 이번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반도체·AI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지난해 산업용 가스 기업 SK에어플러스와 반도체 모듈 기업 에센코어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반도체 소재 제조기업 편입도 추진 중이다.
편입이 완료되면 지난해 편입한 기업까지 합쳐 연간 매출 1조60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는 SK에코플랜트가 친환경 건설사에서 반도체·AI 중심 첨단 인프라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려는 행보다.
과거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는 국내외 SOC 건설, 발전·플랜트, 아파트와 주택, 해외 토목·플랜트, 폐기물 처리와 해상풍력 등 환경·에너지 사업을 주력해왔다. 최근에도 부산 광안동의 '드파인 광안' 분양과 서울 면목동 재개발 등 주요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과 정비사업을 추진하며 주택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젠 SK오션플랜트와 환경 계열사 매각 등 비주력 부문을 줄이고, 반도체 클린룸·산업용 가스·폐수 처리 인프라, AI 데이터센터·슈퍼컴퓨터 설비 등 하이테크 EPC 분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 (사진=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는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재무구조 개선과 신성장 스토리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 특히 지난 2022년 프리IPO 투자자들과의 계약에서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는 약정을 맺었다. 이에 상장 시한을 맞추기 위한 시간표 압박도 크다.
회사 측은 최근 발표에서도 "내년 7월 IPO를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환경사업 매각 과정에서의 사업 스토리 변화와 미국 자회사 매출 과대 인식 혐의로 금융당국 심의를 받고 있는 점은 잠재적인 변수다.
금융감독원은 SK에코플랜트가 2022~2023년 미국 연료전지 자회사 실적을 과대 반영해 연결재무제표에 허위 공시한 정황을 포착했고 검찰 고발과 전 대표 해임, 과징금 부과 등의 중징계를 감리위원회에 상정했다.
이번 자산 매각이 단순한 재무개선을 넘어 IPO 성사를 위한 기업가치 제고 전략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측은 "미국 자회사가 신규 사업 과정에서 회계법인 검토를 거쳐 처리한 사안으로 IPO와는 무관하다.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안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로 이관됐고 최종 제재 수위와 조치를 결정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