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메타가 레이밴 디스플레이(Ray-Ban Display)를 출시하며 IT 산업은 스마트폰 이후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스마트글래스는 단순한 웨어러블 기기를 넘어 사용자의 ‘시야’를 중심으로 컴퓨팅 경험 자체를 재정의하며,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여는 핵심 인터페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AI 스마트글래스는 스마트폰처럼 눈을 떼지 않고도 정보를 습득하고, 명령을 내리며, 실시간 번역이나 영상 촬영, 내비게이션 기능까지 손을 쓰지 않고도 구현하는 ‘핸즈프리’ 경험을 제공한다. 이 기술은 생성형 AI, 고휘도 디스플레이, 센서, 저전력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복합 생태계의 산물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글로벌 AI 스마트글래스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47%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메타, 애플, 구글, 샤오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상용화 경쟁에 본격 돌입했고, 각자의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빠르게 전개하고 있다. 메타는 70g의 경량 AR 글래스를 상용화하며 누적 200만 대 이상 판매고를 기록했고, 애플은 Vision Pro를 포기한 대신 Siri 기반 AI 글래스 개발로 노선을 전환했다. 구글은 Android XR OS 기반의 통합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으며, 샤오미는 가격 경쟁력으로 중국 내 시장 1위를 확보했다.


이처럼 급부상 중인 AI 스마트글래스 산업은 그 가능성만큼이나 기술적 난제도 명확하다. 광학적으로는 웨이브가이드 방식이 주류로 자리잡고 있지만, 렌즈 두께가 1mm 미만에서도 영상 왜곡 없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1μm 이하의 정밀도가 필요하다. 동시에 야외 사용을 고려한 고휘도(최대 50만 니트 수준)가 요구되며, 이는 전력 소모를 동반하는 딜레마다. 발열도 문제다. 렌즈와 디스플레이에 쌓인 열은 40°C 이상에서 소재 손상을 일으키고, 피부 접촉면 온도 35°C를 넘기면 착용감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러한 기술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기업은 히트파이프, 그래파이트 시트 등 열전도 소재와 저전력 회로 설계에 집중하고 있다. 기술의 핵심은 휘도, 발열, 무게라는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최적화하는 것이다. 결국 이 균형을 얼마나 정교하게 잡느냐에 따라 상용화의 성패가 갈린다.

한편 국내 기업들도 기술 내재화를 기반으로 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나서고 있다. 디스플레이 구동용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는 사피엔반도체는 세계 유일의 2.5µm 픽셀 피치 설계 기술과 저전력 MiP 기술을 통해 AI 스마트글래스용 마이크로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NRE 계약 기반의 선행 성장 구조를 확보했으며, 향후 양산 전환을 통해 폭발적 실적 확장이 기대된다.


또한 OLED 증착 장비 분야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가진 선익시스템은 스마트글래스용 초소형 디스플레이인 OLEDoS 장비를 중심으로 차세대 패널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BOE, Seeya Technology 등과의 실적을 기반으로 평택 신공장 투자도 확정한 상태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2025년 1.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AI 스마트글래스는 IT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이자 차세대 플랫폼 패권의 승부처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 진화가 아닌, ‘온디바이스 AI’를 중심으로 한 사용자 경험의 혁신, 그리고 생태계 경쟁의 본격화를 의미한다.


스마트폰 시대를 연 기업이 그러했듯, 스마트글래스 시대를 선점하는 기업이 미래 기술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 AI 스마트글래스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눈 앞의 미래’를 현실로 바꾸고 있다.


■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방송에 출연중이다.

[편집자주] 독립 리서치 기업인 '그로쓰리서치'의 분석을 담은 내용입니다. 뷰어스는 글과 관련한 투자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