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소통 대신 편안한 단절을 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이른바 언택트라 부른다. 접촉을 뜻하는 ‘CONTECT’(콘택트)에 부정을 뜻하는 ‘UN’(언)을 붙여 만든 단어다. 이미 일상엔 언택트를 활용한 마케팅이 점차 자리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주문)라든지 카카오택시가 그 예다. 굳이 점원 또는 운전기사와 대화를 나눌 필요 없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시대다. 누군가는 점원의 과도한 관심이 불편해서 또 누군가는 그저 간편한 것들을 선호해서 이러한 마케팅을 찾는다. 일상에 자리한 언택트 마케팅, 앞으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사진=이니스프리)
[뷰어스=이건형 기자] 언택트 마케팅이 일상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이용자들의 수요도 점차 늘고 있다. 다양한 세대의 언택트 마케팅 이용담을 들어봤다.
■“꽃 가게 보단 덜 쑥스러워요” 30대 남성의 꽃자판기 이용담
직장인 김준용(인천.30) 씨는 여자친구와 10년간 연애 중이다. 그간 챙긴 기념일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 하지만 김 씨는 기념일만 되면 유독 꽃 선물을 두려워한다. 꽃 가게에 들어서는 것 자체가 쑥스럽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그는 주변 남성들도 이런 생각을 지닌 이들이 많다고 말한다. 김 씨는 “꽃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보면 당연히 자주 사주고 싶다. 그런데 가게에 들어서는 것부터가 쑥스럽다. 지인 중에도 이런 친구들이 꽤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김 씨는 최근 도심에 배치돼 있는 꽃 자판기를 발견하곤 기뻤다고 한다. 물론 인적이 드문 시간을 이용했다. 김 씨는 “꽃자판기에서 산 꽃을 받고도 여자친구가 굉장히 좋아하더라. 디자인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고, 인적이 드문 시간을 이용하니까 쑥스러움도 확실히 덜 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맘 편히 구경했어요” 침묵 마케팅에 환호한 20대 여성
평소 화장품 수집을 즐기는 직장인 여성 김민주(서울.26) 씨는 최근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숍 이니스프리를 방문했다가 환호했다. 바로 매장 앞에 놓인 혼자 볼게요’ 바구니 때문이다. 이니스프리 매장 입구에는 ‘혼자 볼게요’ ‘도움이 필요해요’ 두 가지 문구가 적힌 바구니가 배치돼 있는데 ‘혼자 볼게요’가 적힌 바구니를 들고 매장에 들어서면 직원이 말을 걸거나 따라다니지 않는다.
평소 화장품 매장에만 들르면 따라 붙는 직원 때문에 맘 편히 쇼핑한 적이 없던 김 씨는 침묵 마케팅에 격한 환호를 보냈다. 김 씨는 “화장품 매장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혼자 볼게요’ 아이디어를 보고 절로 박수가 나왔다. 쇼핑할 때면 과도하게 따라붙는 점원 때문에 괜히 불쾌할 때가 많은데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 같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키오스크 시스템의 온도차
대학생인 정원(경기도.26) 씨는 평소 패스트푸드점을 애용한다. 종종 친구들과 수업시간이 맞지 않을 때면 혼자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학교 주변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을 자주 이용하는데 해당 매장엔 키오스크(kiosk) 무인주문시스템이 배치돼 있다.
정 씨는 “편의성은 때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일과에 치이는 날이면 이러한 주문시스템이 편리하게 느껴지다가도 사람이 있던 자리에 기계가 대체되는 것을 보면 인정(人情) 없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60대 남성이 영화관 키오스크를 이용한다면?
최근 32년간 근무한 회사를 퇴직하고 여가 생활을 즐기는 한기철(인천.60) 씨는 틈이 나는 데로 영화를 보러 다닌다. 한 번은 매표소 대기번호가 길어 키오스크 이용에 나섰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다.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기계에 대한 거부감이 들어서다.
한 씨는 “퇴직 후 영화를 자주 보러 다니는 데 늘 점원을 이용해 표를 구매해왔지 기계를 이용해 보진 않았다. 딱 한번 매표소 대기번호가 길어 기계를 이용하려고 시도했는데 화면이 잘 보이지도 않고 뭘 눌러야 하는 지 복잡해 한참을 헤맸다. 결국은 점원에게 표를 구매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