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소통 대신 편안한 단절을 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이른바 언택트라 부른다. 접촉을 뜻하는 ‘CONTECT’(콘택트)에 부정을 뜻하는 ‘UN’(언)을 붙여 만든 단어다. 이미 일상엔 언택트를 활용한 마케팅이 점차 자리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주문)라든지 카카오택시가 그 예다. 굳이 점원 또는 운전기사와 대화를 나눌 필요 없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시대다. 누군가는 점원의 과도한 관심이 불편해서 또 누군가는 그저 간편한 것들을 선호해서 이러한 마케팅을 찾는다. 일상에 자리한 언택트 마케팅, 앞으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뷰어스=이건형 기자] 모든 변화에는 부작용이 동반한다. 언택트 마케팅도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 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크게 염려할 필요 없다는 분석이다.
2018년 소비 트렌드로 ‘언택트’가 떠올랐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행하던 소통과는 그 개념이 반대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소통과 언택트엔 연결점이 존재한다. 현재 일컫는 소통의 개념은 불특정 다수 또는 간접적 의사소통을 말한다. 개인주의가 확대되면서 SNS나 문자 등을 이용한 소통이 자리 잡았다. 간접 소통의 연장선이 소비문화로까지 확대된 셈이다.
언택트 마케팅이 유행하는 것에 대해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SNS나 문자 등을 통한 간접적 의사소통이 익숙해져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소비 계층은 주로 젊은 세대들로 구성된다. 이 세대는 테크놀로지에 익숙하다. 직접 대화 보단 간접적 방식을 통한 소통에 익숙하다 보니 언택트 소비문화도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간접적 의사소통에 익숙해지면 개인의 바운더리(경계선)가 뚜렷해진다. 그런데 타인이 개인의 바운더리에 침범하려하면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거다”고 설명했다.
(사진=픽사베이)
■언택트 마케팅, 정서적 부재 안길수도
언택트 마케팅에 대한 우려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일자리 감소와 노년 소외, 정서적 안정의 부재다. 사람의 자리를 기계가 대체한다는 것에 제일 먼저 문제로 대두된 것은 일자리 감소다. 하지만 기계도 수시로 관리가 필요하다. 키오스크(kiosk) 무인주문시스템 오류 수정이나 매장 관리는 결국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한다. 업계는 당분간은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는 덜어도 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다만 장기적 접근으로 볼 때 여러 오류들이 개선을 거친 후 직원 단축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으로는 노년 소외 문제다. 노년층은 대체적으로 기계를 어려워하고,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언택트 마케팅에 가장 큰 피해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주부인 김옥란(인천.59) 씨는 “용어를 이해하는 것도 어렵다. 이젠 기계 하나 조작하는 데에도 꽤 오랜 적응 시간이 필요로 하다. 기계들이 사람의 자리를 다 대체하게 되면 나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동귀 교수는 언택트 마케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서적 부재’를 꼽았다. 그는 “분명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순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패턴에 자주 노출되면 인간관계에서 겪는 갈등에 대해 인내력이 약해진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외로움을 느낀다. 소통될 때 행복감을 느끼는 존재다. 그래서 행복의 조건 중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며 “언택트 마케팅의 확장은 정서적인 부분에서 결핍을 가져 올 수 있다. 더욱이 각자가 서로를 소외시킬 가능성이 높다. 혼자만의 삶에 갇히게 되게 당장은 편하지만 공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관계를 견디는 힘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크게 우려한 부분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트렌드는 곧 유행이다. 대중은 이미 돌고 도는 유행의 포용성을 목격했다. 이 교수는 “문화는 돌고 돈다. 트렌드엔 자정(自淨) 능력이 있다.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다음 트렌드가 형성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