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전시하는 세상이 왔다. ‘연애정경’(박소정 저, 2017)에서는 자기 PR 시대에 얼마나 멋진 연애를 즐기고 있는지가 곧 '나'를 증명하는 하나의 스펙이 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상대의 조건을 따지고, 더 나아가 나의 연애 과정을 타인과 공유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원하는 조건의 이성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데이팅앱이 성행하고 비연예인의 연애담을 그리는 관찰 예능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 한편 밝은 이면에는 그늘이 지게 마련이다. 조건을 중요시 여기는 연애의 경향이 미디어의 유행과 맞물리면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연애 전시 시대’의 명과 암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사진=트렌드모니터)   [뷰어스=손예지 기자] 연애를 위해 전시된 정보들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의 ‘2017 성(性) 의식 및 소개팅 앱 관련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 중 83.4%가 데이팅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불건전한 목적으로 데이팅앱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고 답한 것. 특히 10명 중 6명은 데이팅앱을 인지하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신뢰가 가지 않아서’(56.5%, 이하 중복답변) ‘온라인에서의 만남이 꺼림칙해서’(48.9%) ‘인위적인 만남인 것 같아서’(37.6%) ‘원나잇의 상대를 찾는 느낌이 들어서’(36.4%) 등의 이유를 들었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데이팅앱으로 피해를 본 이용자가 2명 중 1명 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으로는 ‘상대방으로부터 원치 않는 연락을 받은 경우’(24.4%) ‘음란한 대화 및 성적 접촉 유도’(23.8%) ‘개인정보 유출’(16.0%) ‘금전요청’(10.2%) 등이 거론됐다. 실제로 지난 7일 서울 관악구의 한 원룸에서 20대 남성 A씨가 데이팅앱으로 만난 여성에게 성폭행을 시도하고 저지당하자 흉기로 찌른 일이 있었다. A씨는 만취 상태에서 경찰에 붙잡혔지만 이 사건은 데이팅앱이 데이트 폭력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20대 여자 대학생 B씨도 데이팅앱으로 알게 된 남성으로부터 젠더 폭력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다 성격이 맞지 않는 것 같아 정중히 사과한 뒤 연락을 끊었는데 이 남자가 매칭을 다시 신청하더니 수락하지 않자 앱과 연동된 SNS 계정에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B씨는 남성이 SNS 게시글을 보고 학교나 집에 찾아올까봐 두렵다고 호소했다. 특히 B씨는 “사전정보가 적은 만큼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데이팅앱을 사용한 자체를 후회한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데이팅앱을 통한 로맨스 스캠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로맨스 스캠이란 사기 수법 중 하나로 SNS를 통해 이성을 유혹, 결혼을 약속하는 등 신뢰를 쌓고 금품을 요구하는 식으로 행해진다. 특히 해외에서 심각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로맨스 스캠 피해자 발생은 4배로 증가했으며, 중국은 최근 AI로 데이팅앱을 운영하며 고객들로부터 약 10억 위안(한화 1천680억원 상당)을 뜯어낸 일이 드러나자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사진=SBS 뉴스화면)   국내에서는 지난 7월 데이팅앱에서 의사를 사칭한 30대 남성 C씨가 여성 3명에게 총 1115만원을 갈취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데이팅앱으로 알게 된 여성과 사귀다 이별했다는 30대 직장인 남성 D씨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본인을 CEO로 소개했던 여성이 사귄 지 얼마되지 않아 거액의 투자금을 부탁했다는 것. 터무니 없는 금액이 부담스러웠던 D씨가 이를 거절한 뒤로 연락은 끊겼다.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준경의 김태현 변호사는 “내가 선의를 가지고 있다고 상대방도 선의를 가지는 게 아니다”라며 “데이팅앱을 순수하게 보는 이들은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쉽게 만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런가 하면 데이팅앱을 성매매의 장으로 악용하려는 세력도 존재한다. 구글플레이 선정 ‘2017 올해를 빛낸 소셜앱’에 이름을 올린 글램의 안재원 대표는 “성매매의 의도를 갖고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허위 회원들이 있다”면서 이들의 경우 “디바이스(스마트폰)를 여러 대 준비해 (매칭 상대에게) 말을 걸고 성매매를 유도한다” 설명했다. 글램의 경우 이같은 유령 회원을 99% 거를 수 있는 기술력을 개발했으나, 그렇지 못한 업체가 허다하다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또 데이팅앱 업계의 ‘꼼수’를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가 이렇게 좋은 회원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본인 역시 거짓 회원에 속아 상처받은 경험이 있기에 아르바이트생을 일절 고용하지 않는 데이팅앱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데이팅앱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인인증 등 앱 자체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뛰어드는 업체들도 즐비하다. 데이팅앱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데 대해 업계의 자정 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이에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최근 내놓은 데이팅앱 매치코리아는 결혼정보회사의 신원인증시스템을 적용해 허위 프로필을 방지하고, 데이트 장소로 이동할 때 위치정보를 저장하고 위험 발생 시 긴급 신고가 가능한 엔젤세이퍼 기능 등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연애도 전시하는 세상] ②보여주기식 프로필, 믿어도 될까?

손예지 기자 승인 2018.11.12 10:25 | 최종 수정 2137.09.23 00:00 의견 0

연애도 전시하는 세상이 왔다. ‘연애정경’(박소정 저, 2017)에서는 자기 PR 시대에 얼마나 멋진 연애를 즐기고 있는지가 곧 '나'를 증명하는 하나의 스펙이 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상대의 조건을 따지고, 더 나아가 나의 연애 과정을 타인과 공유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원하는 조건의 이성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데이팅앱이 성행하고 비연예인의 연애담을 그리는 관찰 예능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 한편 밝은 이면에는 그늘이 지게 마련이다. 조건을 중요시 여기는 연애의 경향이 미디어의 유행과 맞물리면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연애 전시 시대’의 명과 암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사진=트렌드모니터)
(사진=트렌드모니터)

 

[뷰어스=손예지 기자] 연애를 위해 전시된 정보들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의 ‘2017 성(性) 의식 및 소개팅 앱 관련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 중 83.4%가 데이팅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불건전한 목적으로 데이팅앱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고 답한 것. 특히 10명 중 6명은 데이팅앱을 인지하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신뢰가 가지 않아서’(56.5%, 이하 중복답변) ‘온라인에서의 만남이 꺼림칙해서’(48.9%) ‘인위적인 만남인 것 같아서’(37.6%) ‘원나잇의 상대를 찾는 느낌이 들어서’(36.4%) 등의 이유를 들었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데이팅앱으로 피해를 본 이용자가 2명 중 1명 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으로는 ‘상대방으로부터 원치 않는 연락을 받은 경우’(24.4%) ‘음란한 대화 및 성적 접촉 유도’(23.8%) ‘개인정보 유출’(16.0%) ‘금전요청’(10.2%) 등이 거론됐다.

실제로 지난 7일 서울 관악구의 한 원룸에서 20대 남성 A씨가 데이팅앱으로 만난 여성에게 성폭행을 시도하고 저지당하자 흉기로 찌른 일이 있었다. A씨는 만취 상태에서 경찰에 붙잡혔지만 이 사건은 데이팅앱이 데이트 폭력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20대 여자 대학생 B씨도 데이팅앱으로 알게 된 남성으로부터 젠더 폭력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다 성격이 맞지 않는 것 같아 정중히 사과한 뒤 연락을 끊었는데 이 남자가 매칭을 다시 신청하더니 수락하지 않자 앱과 연동된 SNS 계정에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B씨는 남성이 SNS 게시글을 보고 학교나 집에 찾아올까봐 두렵다고 호소했다. 특히 B씨는 “사전정보가 적은 만큼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데이팅앱을 사용한 자체를 후회한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데이팅앱을 통한 로맨스 스캠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로맨스 스캠이란 사기 수법 중 하나로 SNS를 통해 이성을 유혹, 결혼을 약속하는 등 신뢰를 쌓고 금품을 요구하는 식으로 행해진다. 특히 해외에서 심각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로맨스 스캠 피해자 발생은 4배로 증가했으며, 중국은 최근 AI로 데이팅앱을 운영하며 고객들로부터 약 10억 위안(한화 1천680억원 상당)을 뜯어낸 일이 드러나자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사진=SBS 뉴스화면)
(사진=SBS 뉴스화면)

 

국내에서는 지난 7월 데이팅앱에서 의사를 사칭한 30대 남성 C씨가 여성 3명에게 총 1115만원을 갈취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데이팅앱으로 알게 된 여성과 사귀다 이별했다는 30대 직장인 남성 D씨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본인을 CEO로 소개했던 여성이 사귄 지 얼마되지 않아 거액의 투자금을 부탁했다는 것. 터무니 없는 금액이 부담스러웠던 D씨가 이를 거절한 뒤로 연락은 끊겼다.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준경의 김태현 변호사는 “내가 선의를 가지고 있다고 상대방도 선의를 가지는 게 아니다”라며 “데이팅앱을 순수하게 보는 이들은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쉽게 만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런가 하면 데이팅앱을 성매매의 장으로 악용하려는 세력도 존재한다. 구글플레이 선정 ‘2017 올해를 빛낸 소셜앱’에 이름을 올린 글램의 안재원 대표는 “성매매의 의도를 갖고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허위 회원들이 있다”면서 이들의 경우 “디바이스(스마트폰)를 여러 대 준비해 (매칭 상대에게) 말을 걸고 성매매를 유도한다” 설명했다. 글램의 경우 이같은 유령 회원을 99% 거를 수 있는 기술력을 개발했으나, 그렇지 못한 업체가 허다하다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또 데이팅앱 업계의 ‘꼼수’를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가 이렇게 좋은 회원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본인 역시 거짓 회원에 속아 상처받은 경험이 있기에 아르바이트생을 일절 고용하지 않는 데이팅앱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데이팅앱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인인증 등 앱 자체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뛰어드는 업체들도 즐비하다. 데이팅앱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데 대해 업계의 자정 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이에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최근 내놓은 데이팅앱 매치코리아는 결혼정보회사의 신원인증시스템을 적용해 허위 프로필을 방지하고, 데이트 장소로 이동할 때 위치정보를 저장하고 위험 발생 시 긴급 신고가 가능한 엔젤세이퍼 기능 등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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