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명랑 히어로’라는 예능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엔 ‘두 번 살다’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생전 장례식을 통해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예능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강산이 변한 사이 실제로도 생전 장례식을 치르는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 잘 먹고 잘 사는 게 삶의 모토였던 시대는 지났다. 이젠 어떻게 해서 잘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생각한다.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웰다잉 문화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미미시스터즈 '우리 자연사하자' 앨범 커버 [뷰어스=남우정 기자] ‘우리 자연사하자/ 우리 자연사하자/ 혼자 먼저 가지 마/우리 자연사하자’  미미 시스터즈가 지난해 내놓았던 곡 ‘우리 자연사하자’의 가사다. 이렇게 대놓고 죽음을 논하는 노래가 있었던가. 미미 시스터즈는 ‘걱정하지마, 어차피 잘 안 될거야’ ‘일단 내가 살고 볼일이야’라며 리스너들을 위로한다. 그들만의 ‘웰다잉’을 전파한 셈이다.  이처럼 이제 대중문화에서도 ‘죽음’을 드러내는 걸 숨기지 않는다. 삶과 연결되어 있는 죽음은 대중매체에서 터부시 될 주제가 아니다. 지난해 쌍천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 시리즈는 대놓고 사후 세계를 다룬 작품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 영화였지만 상상 속 저승과 지옥을 구현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 분명 상상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지만 사후 세계를 감각적이고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전달했다.  작년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코코’도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해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인간이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사후세계가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영화 ‘비밥바룰라’는 웰다잉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작품이다. 암 선고를 받은 노인이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한다. 그동안 살아왔던 삶을 반성하고 남은 이들을 위해 마지막 온정을 베푼다. 사는 방법이 아니라 어떻게 잘 죽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예능에서도 ‘죽음’은 이미 여러 번 다뤘던 소재다. 2016년 선보였던 ‘미래일기’와 ‘내게 남은 48시간’은 시한부라는 가상 설정을 통해서 현재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가졌다. 프로그램을 시청한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자신을 투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영화 비밥바룰라, 김수미(사진=비밥바룰라 스틸컷, sbs) 최근엔 ‘집사부일체’에 사부로 출연했던 김수미가 삶의 마지막 하루를 주제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김수미는 드레스를 입고 영정사진을 찍고 삶의 마지막날 하고 싶은 일을 털어놨다. 웃기는 게 목적인 예능이나 김수미는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죽음 역시 내 의지는 아니다”며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하루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 예능에서 죽음과 삶을 다루는 것도 이젠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출판계에서도 ‘웰다잉’을 다룬 작품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건양대학교 웰다잉 융합연구회가 출간한 ‘웰다잉의 이해와 실제’ 등을 비롯해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해 다룬 허석대 의사의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정현채 전 서울대 교수가 쓴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등이 출간됐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있는 김형석 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는 100세에 가까운 삶을 산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도서관 정보나루가 2015년부터 3년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 책은 공공도서관에서 고령층의 대출 1위 서적이기도 하다.   김조환 웰다잉문화연구소장은 미디어가 웰다잉 문화를 이해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김 소장은 “중요하다. 하지만 작가들이 의도하지 않아더라도 웰다잉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면 오해가 될 수도 있겠더라. 드라마, 영화 등에서 죽음에 대해 다루는 것은 물론 사회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이 웰다잉에 대한 발언을 해준다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죽음을 마주보다]② 미디어가 다루는 사후세계, 그 영향력

남우정 기자 승인 2019.02.15 09:57 | 최종 수정 2138.04.01 00:00 의견 0

10여년 전 ‘명랑 히어로’라는 예능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엔 ‘두 번 살다’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생전 장례식을 통해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예능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강산이 변한 사이 실제로도 생전 장례식을 치르는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 잘 먹고 잘 사는 게 삶의 모토였던 시대는 지났다. 이젠 어떻게 해서 잘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생각한다.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웰다잉 문화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미미시스터즈 '우리 자연사하자' 앨범 커버
미미시스터즈 '우리 자연사하자' 앨범 커버

[뷰어스=남우정 기자] ‘우리 자연사하자/ 우리 자연사하자/ 혼자 먼저 가지 마/우리 자연사하자’ 

미미 시스터즈가 지난해 내놓았던 곡 ‘우리 자연사하자’의 가사다. 이렇게 대놓고 죽음을 논하는 노래가 있었던가. 미미 시스터즈는 ‘걱정하지마, 어차피 잘 안 될거야’ ‘일단 내가 살고 볼일이야’라며 리스너들을 위로한다. 그들만의 ‘웰다잉’을 전파한 셈이다. 

이처럼 이제 대중문화에서도 ‘죽음’을 드러내는 걸 숨기지 않는다. 삶과 연결되어 있는 죽음은 대중매체에서 터부시 될 주제가 아니다. 지난해 쌍천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 시리즈는 대놓고 사후 세계를 다룬 작품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 영화였지만 상상 속 저승과 지옥을 구현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 분명 상상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지만 사후 세계를 감각적이고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전달했다. 

작년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코코’도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해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인간이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사후세계가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영화 ‘비밥바룰라’는 웰다잉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작품이다. 암 선고를 받은 노인이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한다. 그동안 살아왔던 삶을 반성하고 남은 이들을 위해 마지막 온정을 베푼다. 사는 방법이 아니라 어떻게 잘 죽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예능에서도 ‘죽음’은 이미 여러 번 다뤘던 소재다. 2016년 선보였던 ‘미래일기’와 ‘내게 남은 48시간’은 시한부라는 가상 설정을 통해서 현재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가졌다. 프로그램을 시청한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자신을 투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영화 비밥바룰라, 김수미(사진=비밥바룰라 스틸컷, sbs)
영화 비밥바룰라, 김수미(사진=비밥바룰라 스틸컷, sbs)

최근엔 ‘집사부일체’에 사부로 출연했던 김수미가 삶의 마지막 하루를 주제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김수미는 드레스를 입고 영정사진을 찍고 삶의 마지막날 하고 싶은 일을 털어놨다. 웃기는 게 목적인 예능이나 김수미는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죽음 역시 내 의지는 아니다”며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하루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 예능에서 죽음과 삶을 다루는 것도 이젠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출판계에서도 ‘웰다잉’을 다룬 작품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건양대학교 웰다잉 융합연구회가 출간한 ‘웰다잉의 이해와 실제’ 등을 비롯해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해 다룬 허석대 의사의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정현채 전 서울대 교수가 쓴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등이 출간됐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있는 김형석 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는 100세에 가까운 삶을 산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도서관 정보나루가 2015년부터 3년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 책은 공공도서관에서 고령층의 대출 1위 서적이기도 하다.  

김조환 웰다잉문화연구소장은 미디어가 웰다잉 문화를 이해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김 소장은 “중요하다. 하지만 작가들이 의도하지 않아더라도 웰다잉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면 오해가 될 수도 있겠더라. 드라마, 영화 등에서 죽음에 대해 다루는 것은 물론 사회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이 웰다잉에 대한 발언을 해준다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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