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tvN '호텔델루나' 캡쳐
드라마 작가 홍자매는 초반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측 불허의 소재와 발칙하면서도 공감 가는 대사, 쉴 틈 없이 사건이 이어지는 전개까지, 홍자매의 초반부는 언제나 경이롭다. 13일 첫 방송된 tvN ‘호텔 델루나’도 그 위력이 어김없이 발휘됐으며, 아울러 신마다 변신하는 아이유(본명 이지은)의 화려한 비주얼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호텔 델루나’ 첫 방송은 만월(이지은 분)이 귀신들이 묵고 가는 호텔 델루나의 사장이 된 배경부터 만월과 구찬성(여진구 분)의 아버지(오지호 분)의 목숨을 건 거래와 20년이 지난 후 구찬성과 만월의 만남까지 그려졌다.
수 백 년 전 인간 만월은 죽은 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객장을 찾았고,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 머물다 가는 달의 객장의 주인이 된다. 이후 시간이 지난 후 객장은 귀신들이 모이는 어마어마한 호텔이, 만월은 사장이 됐다. 그 과정에서 만월은 죽지 않은 인간인 구찬성의 아버지를 만나 목숨을 담보로 20년 뒤 아들을 바치길 제안한다. 약속은 했지만 이를 지키고 싶지 않았던 구찬성의 아버지는 구찬성에게 해외에서 20년 이상 머물다 오라고 제안했고, 이를 지킨 구찬성은 21년 만에 한국에 당도해 만월을 만난다. 만월은 그동안 쉬게 해줬으니 내일부터 일하라고 제안하고, 찬성은 도망치려다 실패한다.
1화의 핵심은 만월을 따라간다. 만월의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만월의 스타일리쉬한 외모와 반대되는 괴팍한 성격을 설명하는데 러닝타임을 사용했다. 만월은 화가 나면 50년 동안 직원들을 갈구거나 괴팍한 사장인데다가, 살아있는 목숨을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죽이는 존재다. 외모는 휘양 찬란하지만, 성격은 모나기 그지없는 인물이다. 이지은은 차갑고 냉소적인 말투로 만월의 시니컬한 매력을 살렸으며, 작은 표정으로 분노를 드러내는 등 감정 연기가 이전보다 나아졌다.
중반부 이후부터 등장한 구찬성은 비교적 건실한 인물로 해석된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되도록 옳은 말 옳은 행동만 한다. 여진구는 현실적이고 서민적인 이미지의 구찬성을 통해 작품의 중심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뚜렷한 기질의 캐릭터 뿐 아니라 홍자매의 위력은 대사와 전개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그 따위 쓸데없고 주책맞은 혓바닥 달고 용케 오래도 살아남았네”, “꽃도 괜찮아 아빠. 돈 안 주고 꺾어다 줘도 돼. 그러니까 돈 번다고 허튼 짓 하지마”와 같은 톡톡 튀는 대사는 물론, 조금도 늘어지지 않고 한 발짝 빠른 전개는 드라마의 흡입력 높였다.
이 드라마는 귀신이 등장하는 호러물의 이미지를 띠고 있지만, 전혀 무섭지 않은 판타지물이다. 귀신들이 제법 깔끔하며, 원한도 슬픔을 기본정서로 한다. 호텔 델루나가 어떻게 귀신들이 머물 수 있는 호텔이 됐으며, 귀신이 이 호텔에 머물다 가는지, 머물다 가는 곳은 어디인지, 이 호텔의 직원이 된 사연은 무엇인지 1화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CG가 많은 장면에서 드러난 가운데 첫 번째 달의 객장이 만들어지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고퀄리티로 담겼다. 초반부에만 조금 어색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금빛 호텔의 색감도 섹시한 만월만큼 눈을 자극했다.
않은 소재인 귀신들의 호텔과 아이유의 비주얼, 언제나 수준 이상의 연기를 하는 여진구에, 독보적인 비주얼까지 ‘호텔 델루나’는 여러 면에서 자신의 색감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주체적인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톡톡 튀고 스타일리스트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70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