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열린 ‘실손의료보험제도 현황과 개선방안’ 정책세미나 현장(사진=뷰어스DB)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사 모두 ‘비급여진료비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손의료보험제도 현황과 개선방안’ 정책세미나에서 실손보험제도의 현황과 평가에 대해 발표했다.
최근 실손보험 손해액이 급증함에 따라 손해율도 크게 상승하면서 상품의 지속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9년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액은 전년동기 대비 20% 수준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2019년 상반기 5조 12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손해액/위험보험료)은 2019년 상반기 129.1%를 기록해 수익성 문제가 심각했던 2016년의 131.3% 수준으로 돌아갔다. 자동차보험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영업손해율(손해액/(위험보험료+부가보험료))을 기준으로 보아도 손해보험회사들의 영업손해율은 2019년 상반기 110.0%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실손보험은 2000년대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고 건강보장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60% 초중반의 보장률에 머물고 있는 공적보험에 추가적인 보장을 제공하면서 급성장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실손보험은 2000년대 본격적으로 출시된 이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기부담률을 상향 조정하고 중복가입 확인 등 제도 선진화에 노력해왔다”며 “하지만 2014년에서 보유계약 건수가 3000만 건을 넘어서는 등 예상보다 급성장해 관련 제도의 정비가 후행하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2009년 상품표준화를 시작으로 자기부담금 상향, 보장 범위 조정 등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됐다. 중복가입 확인, 사각지대(노후, 유병자) 해소, 단독형 상품 출시 등 다양한 선진화 대책이 실시됐다.
그는 “손해액 급증 현상은 표준화 이전, 표준화 이후, 신실손의료보험 등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개선 노력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건강보험보장성강화정책의 기본 방향에 따르면 비급여진료비는 현저히 감소해야 하나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는 본인부담금, 비급여진료비 모두에서 증가하고 있어 총 의료비 관리 차원에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태열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건강보험보장성강화정책에서 도입하는 예비 급여는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 비급여진료비 통제에 매우 근본적인 해결안을 제시한다고 진단했다.
예비 급여 확대는 급여액과 본인부담금의 증가를 초래하기 때문에 비급여가 본인부담금의 증가를 상쇄할 정도로 감소해야 보장률 목표 달성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손해보험 상위 5개사의 실손보험의 청구 금액은 2019년 상반기 본인부담금 1조4500억원, 비급여 2조6500억원으로 2018년 상반기의 각각 1조1200억원과 2조100억원보다 크게 증가했다.
최근에 적용된 반사이익도 정부의 원만한 총 의료비 통제를 전제로 하고 있어 이에 대한 타당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비급여진료비의 효과적인 관리는 실손보험의 수익성 개선과 공적 보험의 보장률 달성을 위해 이뤄져야 할 공통적인 필수 조건”이라며 “예비급여에 의한 비급여진료비 통제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의 건강보험보장성강화정책은 과거 정부들의 정책과 차별화되기 어렵고 더불어 공적 보험의 보장률 목표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실적으로 실손보험의 손해액이 관리되지 않는다는 것은 공적 보험 보장률 달성도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실손보험의 손해율 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사 모두 ‘비급여진료비 관리’가 각각의 정책 및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과제임을 인식하고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진료에 대해 보다 미시적으로 대응하고 필요하면 보험료 차등폭 확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급여 진료비 관리를 위해서는 예비급여의 조기 정착이 필요하겠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소요된다면 한시적으로라도 비급여진료비의 적정성을 심사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