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엣나인필름 ※영화 ‘벌새’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관람객들은 ‘벌새’에서 배우 박지후가 연기한 은희를 보고 “은희는 내 얘기야”라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베를린 영화제에서 한 외국인 감독은 그를 두고 “한국에서 제일 멋진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누구나가 갖고 있었던 10대 시절의 불안함을 2003년생 박지후가 온전히 표현해냈기에 나오는 말이다. 상영관을 보장받지 못하는 독립영화임에도 8만명 이상이 ‘벌새’를 봤다. 대부분이 박지후에게 자신을 이입하며 감동을 받아갔다. 촬영할 당시에는 은희보다 한 살 많은 중학교 2학년이었고, 현재는 고등학생이 된 박지후는 단편 영화 ‘나만 없는 집’을 거쳐 ‘벌새’를 통해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10대 배우로 거듭났다. 10대 소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벌새’에서 박지후의 비중은 막중하다. 경험이 많지 않은 그에게 있어 쉽지 않은 미션이었음에도 박지후는 어느 장면 하나 흐트러짐 없이 쓸쓸한 은희와 삶에 주체성을 갖춰가는 은희를 훌륭히 만들었다. 먼저 ‘벌새’ 속 은희는 외롭다. 교실에서 엎드려 잠을 청하자 친구들로부터 “저런 애는 파출부나 할 것”이라는 수군거림을 듣고, 연애를 하고 담배를 핀다는 이유로 ‘날라리’로 지목된다. 만화를 좋아해 공부에 관심이 없어서, 외고 진학이 가능한 오빠보다 늘 뒷전이다. 오빠한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고 실토해도 부모로부터 “너네 싸우지마”라는 쌍방향적 핀잔을 듣는다. 공부를 못해 강남에 거처를 두고도 강북으로 학교를 다니는 고등학생 언니는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오거나, 남자친구를 방안으로 데려와 잠을 자려는 은희 옆에서 신경 쓰이게 소근 댄다. 가장 친한 친구도 오빠한테 맞고 입술이 터져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의지 대상인 남자친구는 희희낙락대며 다른 여자와 팔짱을 낀다. 아무도 자기를 지켜봐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은희는 귀 뒤에 혹이 난다. 1994년, 가부장적인 문화가 도사리고 있던 시기의 10대 여학생을 지배한 불안함이, 박지후의 얼굴에 가득히 담겨 있다. 한문 학원에서 자신을 존중해주고 바라봐주는 영지(김새벽 분) 선생님을 만나, 조금씩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며, 주체성을 갖는 인물로 성장해간다. 필요할 때만 자신을 찾는 남자친구에게 당당히 “나도 너 좋아한 적 없다”며 이별을 선언하고, 부모의 이혼을 앞둔 친구의 “너 가끔 너 할 말만 한다”는 말에 자신을 되돌아본다. “제 인생에도 빛이 올까요?”라고 물었던 은희는 조금씩 빛을 내는 인물로 커나간다.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주위를 둘러보는 힘을 얻은 은희의 표정에서 마무리되는 이 영화에서 박지후는 조금의 과잉 없이 절제를 유지해가며 은희를 훌륭히 그려냈다. 아나운서가 꿈이었다가 우연히 연기를 접한 뒤 몇 차례 잡지 모델을 하다 단편영화 ‘나만 없는 집’ 후에 첫 장편 데뷔를 한 박지후는 “대사보다 은희가 느꼈을 감정을 더욱 생각하며” 대본을 읽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인간의 보편적인 불안함을 훌륭히 표현했다. 물론 김보라 감독의 섬세한 디렉션과 연출력을 지원받았겠지만, 타고난 재능과 노력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결과물이다. 같은 소속사인 한지민을 닮고 싶고 “중년배우가 됐을 때 또래들이 다 존경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만큼의 성품과 인간미를 갖춘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박지후. 환한 빛을 내며 뗀 첫 걸음이라 그럴까, 박지후의 앞날을 계속 주시하게 될 것 같다.

[스타 초점] ‘벌새’ 박지후, 보편적인 불안함을 표현한 10대 배우

함상범 기자 승인 2019.09.19 09:39 | 최종 수정 2139.06.07 00:00 의견 0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영화 ‘벌새’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관람객들은 ‘벌새’에서 배우 박지후가 연기한 은희를 보고 “은희는 내 얘기야”라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베를린 영화제에서 한 외국인 감독은 그를 두고 “한국에서 제일 멋진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누구나가 갖고 있었던 10대 시절의 불안함을 2003년생 박지후가 온전히 표현해냈기에 나오는 말이다.

상영관을 보장받지 못하는 독립영화임에도 8만명 이상이 ‘벌새’를 봤다. 대부분이 박지후에게 자신을 이입하며 감동을 받아갔다. 촬영할 당시에는 은희보다 한 살 많은 중학교 2학년이었고, 현재는 고등학생이 된 박지후는 단편 영화 ‘나만 없는 집’을 거쳐 ‘벌새’를 통해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10대 배우로 거듭났다.

10대 소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벌새’에서 박지후의 비중은 막중하다. 경험이 많지 않은 그에게 있어 쉽지 않은 미션이었음에도 박지후는 어느 장면 하나 흐트러짐 없이 쓸쓸한 은희와 삶에 주체성을 갖춰가는 은희를 훌륭히 만들었다.

먼저 ‘벌새’ 속 은희는 외롭다. 교실에서 엎드려 잠을 청하자 친구들로부터 “저런 애는 파출부나 할 것”이라는 수군거림을 듣고, 연애를 하고 담배를 핀다는 이유로 ‘날라리’로 지목된다. 만화를 좋아해 공부에 관심이 없어서, 외고 진학이 가능한 오빠보다 늘 뒷전이다. 오빠한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고 실토해도 부모로부터 “너네 싸우지마”라는 쌍방향적 핀잔을 듣는다. 공부를 못해 강남에 거처를 두고도 강북으로 학교를 다니는 고등학생 언니는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오거나, 남자친구를 방안으로 데려와 잠을 자려는 은희 옆에서 신경 쓰이게 소근 댄다. 가장 친한 친구도 오빠한테 맞고 입술이 터져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의지 대상인 남자친구는 희희낙락대며 다른 여자와 팔짱을 낀다.

아무도 자기를 지켜봐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은희는 귀 뒤에 혹이 난다. 1994년, 가부장적인 문화가 도사리고 있던 시기의 10대 여학생을 지배한 불안함이, 박지후의 얼굴에 가득히 담겨 있다.

한문 학원에서 자신을 존중해주고 바라봐주는 영지(김새벽 분) 선생님을 만나, 조금씩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며, 주체성을 갖는 인물로 성장해간다. 필요할 때만 자신을 찾는 남자친구에게 당당히 “나도 너 좋아한 적 없다”며 이별을 선언하고, 부모의 이혼을 앞둔 친구의 “너 가끔 너 할 말만 한다”는 말에 자신을 되돌아본다. “제 인생에도 빛이 올까요?”라고 물었던 은희는 조금씩 빛을 내는 인물로 커나간다.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주위를 둘러보는 힘을 얻은 은희의 표정에서 마무리되는 이 영화에서 박지후는 조금의 과잉 없이 절제를 유지해가며 은희를 훌륭히 그려냈다.

아나운서가 꿈이었다가 우연히 연기를 접한 뒤 몇 차례 잡지 모델을 하다 단편영화 ‘나만 없는 집’ 후에 첫 장편 데뷔를 한 박지후는 “대사보다 은희가 느꼈을 감정을 더욱 생각하며” 대본을 읽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인간의 보편적인 불안함을 훌륭히 표현했다. 물론 김보라 감독의 섬세한 디렉션과 연출력을 지원받았겠지만, 타고난 재능과 노력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결과물이다.

같은 소속사인 한지민을 닮고 싶고 “중년배우가 됐을 때 또래들이 다 존경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만큼의 성품과 인간미를 갖춘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박지후. 환한 빛을 내며 뗀 첫 걸음이라 그럴까, 박지후의 앞날을 계속 주시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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