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생활용품이나 음료 등을 제외한 화장품 사업 성과만으로 보면 LG생활건강 매출을 약간 앞섰으나 영업이익은 여전히 2위다.(사진=아모레퍼시픽)
지난해 국내 화장품업계 1위 자리를 LG생활건강에 내줬던 아모레퍼시픽이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생활용품이나 음료 등을 제외한 화장품 사업 성과만으로 보면 LG생활건강 매출을 앞섰으나 영업이익은 여전히 2위다.
중국 매출 감소·온라인 판매채널 부족·면세 매출 악화 등 실적 부진 요인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 다만 LG생활건강을 뛰어넘을 핵심 제품이나 전략 없이는 1위 자리 탈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1분기 1조 3875억원의 매출과 197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8.5%, 영업이익은 191.1%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아직 LG생활건강 실적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매출액 2조367억원, 영업이익 37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4%, 11% 성장했다.
음료나 생활용품, 바디·헤어 제품 등을 제외한 화장품 매출만으로 보면 아모레퍼시픽이 1조2954억원으로 LG생활건강 뷰티사업부 매출(1조1585억원)을 앞질렀다. 다만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전체 영업이익은 1977억원으로, LG생활건강 뷰티사업부 영업이익 2542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었던 아모레 실적 악화…미흡했던 트렌드 대응 아쉬워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실적 감소 결정적 이유로 코로나19 영향을 꼽았다. 그러나 이들의 영업이익이 줄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부터였다.
주문자상표 생산방식(OEM)·제조업자 개발생산(ODM)을 통한 화장품 위탁 생산 제조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신규 업체 진입이 활발해진 것도 이들의 점유율 하락에 큰 몫을 했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에 비해 오프라인 판매 의존도가 높고 포트폴리오가 뷰티에만 국한됐던 점도 부진 이유로 꼽힌다.
특히 중국 시장 공략에서 LG생활건강에 뒤쳐졌다는 평가다. 지난 2018년 사드 사태로 중국 내 한한령(한류금지령)이 시작되자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매출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LG생활건강은 중국 내 더페이스샵 매장 130개를 철수시키고 온라인 전환에 집중했다. 이들은 또 국내외에서 후나 숨, 오휘 등 프리미엄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들과 다른 전략을 펼쳤다.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중저가 브랜드 판매를 강화한 것이다. 트렌드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 한 점이 1위를 뺏긴 주된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목하고 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뒤늦게나마 온라인 채널 확대에 나섰다. 다만 오프라인 가맹점주들이 본사 전략에 따른 공급가 차별 등을 문제 삼으며 반발하는 등 초기 잡음은 피할 수 없었다. 매출이 적은 오프라인 가맹점 수를 줄이려는 전략도 반발을 샀다.
이에 본사 측은 가맹점주 상생을 위한 지원책을 펼쳐 전략이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이 같은 아모레퍼시픽 노력에 실적 반등이 가시화됐다.
■조금 늦었지만 괜찮아…실적 쑥쑥 오르는 아모레 ‘1위 탈환 가능?’
올해 1분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온라인 채널이 고성장 기조를 이어가고 중국에서 성장세를 회복하며 매출이 상승했다. 설화수 등 럭셔리 브랜드의 판매 호조로 영업이익도 크게 개선됐다. 데일리 뷰티 등을 제외한 그룹 전체의 화장품 분야 매출은 1조 2954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한 1조 2528억원의 매출과 189.2% 증가한 17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 국내 사업의 경우 6.9% 증가한 8135억원의 매출과 44.7% 증가한 125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해외 사업 매출은 4474억원으로 19.6%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523억원을 거둬 흑자 전환했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매출이 30% 이상 증가하고 면세 채널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채널 믹스가 개선되고 럭셔리 중심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재편되며 화장품 부분의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럭셔리 브랜드는 ‘자음생’과 ‘진설’ 라인을 집중 육성한 설화수를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헤라도 ‘시그니아 루미네소스 래디언스 퍼밍 세럼’ 출시 등으로 럭셔리 스킨케어 카테고리를 강화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라네즈 래디언-C 크림’ 등 핵심 상품 육성을 통해 온라인 매출이 10%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인플루언서 협업 브랜드 ‘솔루덤’ 론칭 및 ‘마몽드 프로바이오틱스 세라마이드 크림’, ‘한율 달빛유자CTM 세럼’ 등 혁신 상품을 출시하며 브랜드 경쟁력도 강화했다. 데일리 뷰티 브랜드인 미쟝센, 라보에이치, 일리윤 등도 프리미엄 헤어, 바디 라인을 중심으로 성장 엔진 확보에 주력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전체 매출이 20% 성장하며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중국에서는 ‘3.8 부녀절’에서 설화수를 중심으로 높은 성과를 달성하고 온라인 채널에서 선전하며 전체 매출이 30% 중반 성장했다.
아세안 지역 전반에서 설화수의 매출이 고루 높았으며 특히 태국과 베트남에서는 설화수와 라네즈를 중심으로 매출이 성장했다. 북미 시장에선 ‘아마존’ 등 온라인 채널에서 매출이 확대되고 라네즈가 출시한 ‘립 트리트먼트 밤’이 판매 호조를 나타냈다. 유럽에서는 이니스프리가 '세포라'에 입점하며 멀티브랜드숍 채널을 중심으로 전체 매출이 성장했다.
주요 자회사들은 채널 효율화 등 수익 구조 개선에 따라 전반적으로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니스프리는 오프라인 채널 재정비 및 온라인 비중 확대 전략을 통해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되는 성과를 거뒀다.
매출은 890억원(-17.2%)으로 다소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88.2% 성장하며 95억원을 기록했다. 에스트라는 아토베리어 등 주요 라인의 고성장에 힘입어 23.7% 증가한 29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고수익 제품의 판매가 확대되며 205.9% 증가한 50억원의 영업이익도 달성했다. 에뛰드는 면세 및 오프라인 채널을 재정비하며 281억원(-18.7%)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직영점 축소에 따른 고정비 절감으로 적자폭이 축소됐다.
에스쁘아는 오프라인 매출 감소로 125억원(-9.1%)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마케팅 비용의 증가로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아모스프로페셔널은 살롱 중심의 사업 전환을 위해 면세 채널을 축소하며 170억원(-8.8%)의 매출과 42억원(-4.4%)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오설록은 선물 세트 중심으로 온라인 매출이 확대되며 166억원(+31.2%)의 매출과 1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강한 브랜드 육성 및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개선의 경영전략을 지속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브랜드의 고유 가치와 시대 정신을 반영한 ‘엔진 프로덕트’를 육성하고, 국내외 디지털 플랫폼과의 협업을 가속화해 온라인 채널의 성장세도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수익성 개선을 위한 사업 체질 개선 작업도 지속하며, 건강기능식품과 더마 코스메틱 등 신성장 동력도 육성해나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