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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드디어 터널 끝이 보인다. 일상으로 돌아간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9.2%인 1500만여명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6월23일 현재). 정부는 3분기까지 70%인 3600만명이 1차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집단 면역 시기가 성큼 다가온 셈이다.
기원 전후를 의미하는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ni)가 코로나19 시대에 Before Corona(코로나 이전)와 After Disease(질병 이후)로 바뀌어 불렸다. 이제 재앙 같은 질병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뷰어스는 창간 6주년을 기념해 코로나19 이후 바뀌는 우리의 삶과 사회, 경제 등을 조망하는 [포스트 코로나] 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주-
대규모 전염병은 인류의 역사를 바꿨다. 경제 사회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촉진했다. 작은 변화는 구조 자체의 변화를 몰고오기도 했다.
1918~19년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스페인 독감이 대표적이다. 이 병으로 제1차 세계대전 사망자 900만명 보다 최대 11배나 많은 5000만~1억명이 사망했다.
스페인 독감 유행 당시 미국 뉴욕이 모범적으로 방어하고 안전하다고 알려지자 유럽 이민자들이 몰려들었다. 인재들이 몰려들어 지금의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반면 20세기 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린 필라델피아는 어설픈 대응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엄청난 규모의 청장년이 사망하면서 경제가 침체되고 장기간 지속됐다.
노르웨이 사학자 올레 요르겐 베네딕토는 중세를 강타한 페스트가 자본주의를 앞당겼다고 주장한다. 페스트로 인구(노동력)가 급감하자 임금이 치솟았다. 살아남은 농노는 그 덕에 부유해지고 권리 향상을 맛봤다. 반대로 영세 영주는 파산하고, 영주와 소작농간 갈등이 심해져 봉건제의 근간이 흔들렸다. 또 지역내 자립 경제가 힘들어지고 시장과 무역의존도가 높아졌다. 이는 상인과 장인의 성장으로 이어져 부르주아라는 신계급층을 탄생시켰다는 얘기다.
◆ 코로나19, 비대면 디지털 문화 꽃피웠다
전세계적으로 1억7800여만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387만여명이 사망한 코로나19 또한 만만치 않은 변화를 몰고왔다. 이 변화가 앞으로 어떠한 구조적인 변화를 몰고올 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대표적인 일상은 비대면 디지털 문화다. 직장은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학교는 온라인 수업 등에 익숙해졌다. 쇼핑은 물론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하는 게 통상적인 게 돼버렸다. 스마트폰 버튼 몇 번 누르면 당일 또는 다음날 새벽에 총알처럼 배송해준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대규모 오프라인 점포망을 가진 유통기업들은 위기를 맞았다. 그 자리를 쿠팡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과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송업체들이 대체하게 이르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유통업계엔 대형 인수합병(M&A)가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새 판을 짜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금융업에도 나타났다.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 지점을 방문하는 이용자가 확 줄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지점을 줄이고 디지털 전환을 외치던 금융사들의 발걸음이 훨씬 빨라졌다. 비대면으로 예금과 투자, 대출을 결정하는 디지털 금융이 전면화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개개인의 생활 패턴과 자산 규모, 투자 성향 등을 파악하고 맞춤형 상품으로 접근한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빅테크의 급성장과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 이면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기술의 성장이 자리잡고 있다. 사람의 손이 아닌 신기술 덕에 급증한 비대면 수요를 감당하고,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개발자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기업들은 연봉을 높이고, 복지를 강화하고, 주식을 쥐어주며 인재 확보 및 지키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오프라인 공연, 여행 등에 관련된 업종은 된서리를 맞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가장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이다.
하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덕에 OTT 시장이 급성장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가 활약하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도 힘을 내고 있다. 아울러 K-무비, K-드라마, K-팝 등 콘텐츠 제작업체들은 부흥기를 맞았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작 생태계가 갖춰진 셈이다.
음식료 시장에도 "집 밖은 위험하다"는 인식과 함께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즉석·동결식품은 20~30대 젊은 가구주들 뿐아니라 60대 이상도 자주 찾을만큼 보편적인 식품군이 됐다. 주류시장에서도 수제맥주가 대세로 떠올랐다. 집에서 한두잔 먹는 혼술족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건축과 부동산 시장에도 '에코(eco)' 바람이 들이쳤다. 전염병을 피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친환경이 강해진 것. 아울러 기후변화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의 성장과 전세계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건설사를 움직이게 했다.
◆ 정부와 가계 빚더미 · K자형 회복(양극화 심화) 문제
또 하나 주목해야할 변화는 빚의 증가와 K자형 회복이다.
국가와 가계의 채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2019년말 723조2000억원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 846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내년에는 10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규모도 규모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게 문제다.
가계부채도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말 현재 1765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빚 내서 주택을 구입하고, 주식 등에 투자하는 수요가 늘었다. 코로나19로 소득증가율이 떨어져 채무상환부담이 커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기회복이 차별적으로 나타나고, 각종 금융지원이 만료되는 과정에서 금리까지 오른다면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사는 가계 취약부문의 연체가 급격히 증가하지 않도록 전략을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를 겪을 때마다 경제력이 소수에 집중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이미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고용 격차가 확대됐고, 부동산 및 주식 투자로 자산소득을 얻은 층과 그렇지 않은 층의 차이가 커졌다. '벼락거지'란 말이 태어날 정도다. 기업간에도 쏠림현상이 커졌다. 양극화의 심화는 사회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갈등을 확대시킨다.
증권사 사장 출신인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강타한 세계 경제의 가장 큰 과제로 "양극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라고 단언했다. 홍 의원은 "케인스식으로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건 전세계적인 추세"라며 재정의 역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