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 사옥 전경(사진=LH)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 '안단테' 공급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악재를 만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과 분양아파트에 'LH 로고'를 삭제해달라는 요구가 쏟아지면서다.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인천 검단지구에서 LH의 '안단테' 브랜드가 적용된 'AA13-1블록'과 'AA13-2블록'이 분양된다. 안단테는 주공그린빌, 뜨란채, 휴먼시아, 천년나무 등에 이어 LH가 지난해 9월 신규 론칭한 아파트 브랜드다.
LH는 인천 검단 신도시 신규 분양 단지에 '안단테' 단독 적용 등 브랜드 인지도 제고 및 이미지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시공사인 GS건설의 '자이' 브랜드가 빠지고 시행사인 LH의 자체 브랜드 '안단테'만 적용했다. 그러나 입주민들의 지지와 관련해서는 물음표가 남는다. 특히 LH는 자사를 향한 부정적인 인식 탓에 스스로 로고 삭제를 검토할 정도다.
일부 수요자를 중심으로 '자이안단테'를 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LH 측은 '안단테' 이외 브랜드 적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LH의 브랜드 제고 열망이 여전한 것으로 풀이되는 지점이다.
LH는 공공임대 공급 확대와 함께 '고급 임대주택'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LH로고'를 빼달라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브랜드를 통한 이미지 개선과 고급화 전략을 노리는 LH와 로고 삭제를 원하는 입주자 사이에서 엇박자가 나고 있는 셈이다.
LH 관계자는 "'안단테' 브랜드의 경우는 기존 휴먼시아와 달리 일종의 프리미엄 아파트로 모든 단지에 적용하지 않는다"면서 "현재 신혼타운 등을 중심으로 나오는 LH 로고 삭제 요구와는 결이 다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LH의 새 아파트 브랜드 안단테(사진=LH)
■로고 삭제 이뤄지더라도 갈등 불씨 여전
지난 27일 국회와 LH 등에 따르면 김현준 LH 사장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산결산 전체회의에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혼희망타운 입주 예정자들이 LH 로고 삭제를 건의하고 있다. 전향적으로 검토 가능하냐"는 지적에 대해 "현재 LH 로고와 자체 브랜드를 병행하고 있는데 국토부와 상의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신혼희망타운에는 자녀 3명 이상 가구가 많은데 아이들이 차별 문제에 대해서 민감하다"며 "아시겠지만 '휴거'(휴먼시아 거지) '엘거'(LH거지) '엘사'(LH에 사는 사람) 등으로 불리며 LH 주택서 사는 것만으로 차별과 편견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H아파트는 저소득층 아파트라는 인식과 함께 주거 품질 또한 낮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이에 강남 한 아파트 소유자 대표가 "휴먼시아 거지, LH 살면 엘사" 등에 막말을 해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LH가 시공하거나 분양하는 단지 입주민들도 이런 차별적인 시선에 LH 로고를 삭제해달라고 하소연 하는 형국이다.
다만 국토부와 LH가 아파트 단지 로고 삭제를 결정하더라도 이른바 '노 브랜드'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모든 단지에서 LH의 흔적을 지우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LH도 브랜드를 통한 고급화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LH 관계자는 "로고 삭제는 아직 검토 단계다"라며 "지금도 분양아파트의 경우 이미 주민들이 일정 기준 이상으로 동의할 경우 지자체에 단지명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임대주택의 경우에는 LH의 로고 삭제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단지명 변경은 어려울 전망이다. 임대주택 내 세입자로 거주하는 경우 임차인에게 작명 권리가 없다.
아파트 명칭 변경에 소요되는 비용도 문제다. 세입자가 관련 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한다. 이 또한 갈등 요소가 될 수 있어 국토부와 LH에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