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서울 을지로 본사. (사진=대우건설)

최근 대우건설은 공사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녹록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대우건설은 체코 원전 시공 주관사 선정을 기점으로 해외 원전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열고 반전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다.

22일 대우건설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시흥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가 크레인 작업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관리 체계에 큰 타격을 입었다. 대우건설은 사고 직후 전 현장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 관리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는 강수를 뒀다.

정부는 잇단 건설업계 사망사고에 대응해 중대재해 반복 건설사에 대해 등록말소를 포함한 강력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2차례 이상 받은 건설사가 사망사고를 다시 일으킬 경우 고용노동부가 국토교통부 등에 등록말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연간 3명 이상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는 최소 30억원에서 영업이익의 5% 범위 내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시공사 책임만을 강조하는 현재의 구조로는 한계가 있으며, 발주자와 정부도 안전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건설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과를 통해 반전의 계기 마련에 나섰다.

■ 체코 원전, 대우건설의 출구전략…35년 원전 시공 경험, 글로벌 확장 발판

대우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한전KPS 등과 함께 '팀 코리아'의 일원으로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특히 국내 EPC 기업 중 유일하게 시공 주관사로 선정되면서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우건설이 체코 원전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경우 유럽은 물론 중동·아프리카·CIS 등으로의 시장 확장 가능성도 열릴 전망이다.

대우건설의 원전 경험은 다양하다. 지난 1991년 월성 3·4호기 주설비공사를 시작으로 신월성 1·2호기,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1·2단계,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등 30여개 국내외 원자력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방폐물 시설과 연구용 원자로, 사용후 연료 저장시설까지 아우르는 종합솔루션 역량은 국내 건설사 중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에서는 대만 용문 원전, 중국 진산 원전 컨설팅을 비롯해 2009년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를 대한민국 민간기업 최초로 수출하며 원전 건설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연구용 원자로는 인허가·품질관리 등 원전과 동일한 절차를 요구하는 만큼 대우건설의 수행 능력을 입증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팀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 500조~600조원 SMR·해체시장 선점 노려

대우건설은 SMR(소형모듈원전)과 고온가스로(HTG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2023년 한수원과 혁신형 SMR 개발 협약을 맺었다. 올해 3월에는 한전KPS와 원전 해체와 운영 분야 협력을 확대했다. 월성 1호기 해체 설계에도 참여하고 세계 최초로 해체될 CANDU형 원전 경험을 쌓고 있다.

고온가스로 국책과제에도 참여해 방사선 방호와 사용후 핵연료 저장 계통 설계를 맡는 등 미래 원자력 시장을 겨냥한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은 500조원 규모, SMR 시장은 600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부상하면서 대우건설은 기존 시공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 위기 속 반전 카드 '체코 원전'

대우건설은 최근 악재로 시장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지만 이번 체코 원전 시공 주관사 선정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정원주 회장은 최근 임직원 간담회에서 "대우건설의 역사는 위기 때마다 새로운 도전으로 다시 쓰여왔다"며 "체코 원전은 단순한 해외 프로젝트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기술력과 신뢰를 증명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코 트레비치 지역협의체 대표와 인사 나누는 대우건설 정원주 회장. (사진=대우건설)

증권가도 원전 모멘텀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우건설 주가는 해외 수주 회복과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원전 모멘텀 부각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한수원-웨스팅하우스 합작법인(JV) 구상도 글로벌 원전 파이프라인 확대에 긍정적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2025년 상반기 투르크메니스탄 비료(9400억원) 등 해외 플랜트 수주가 약 1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6000억원에 그친 해외 실적을 크게 웃돌았다. 모잠비크 LNG, 나이지리아 LNG Train 7 등 대형 프로젝트도 가시화되면서 추가 성장 동력으로 평가된다.

미래에셋증권 김기룡 연구원은 "해외 수주 회복과 원전사업 모멘텀 확대로 대우건설의 디스카운트 요인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체코 원전 계약이 실제 성사될 경우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상향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