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이 단건배달 배민1으로 수수료 프로모션으로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쁘다. 매출은 급상승하는데 수익성은 악화되고 적자는 눈덩이처럼 쌓인다. 올해 경쟁적으로 출범해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단건 배달 시장 이야기다.
쿠팡이츠 대항마로 올해 6월 출범한 배달의 민족 단건 배달 배민1의 경우 월 평균 1000만 건의 주문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라이더가 한 번에 단 한건의 배달만을 소화하기 때문에 기존 배달보다 건당 배달료가 비싸다. 이 때문에 배민1과 쿠팡이츠는 수수료 프로모션으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문제는 양사가 눈치 싸움으로 수수료 프로모션을 종료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배민1과 쿠팡이츠는 수수료를 동일하게 받고 있다. 배민1의 정산 수수료는 음식값 12%와 배달료 6000원이다. 쿠팡이츠는 음식값의 15%와 배달료 6000원이다. 하지만 양사 모두 현재는 중개료 1000원, 배달료 5000원을 받고 있다. 단건 배달 출범과 함께 시작된 수수료 프로모션은 소비자와 업주 이탈을 우려하는 탓에 배달앱 중 어느 곳에서도 먼저 종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단건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필요한 라이더 수요 또한 급증했다. 한번에 3~4군데를 배달하던 라이더들이 한 번에 한 곳만 배달하게 되면서 인력 수급이 어려워진 탓이다. 이에 라이더 수급 및 인프라 운영 등으로 건당 약 6500~7000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 그 결과 배달앱은 주문 건당 500~1000원의 적자를 보며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1위 배달의 민족의 배민1의 월간 단건배달 건수가 1000만 건 가량인 것을 감안해 추산할 시 매월 최소 50억원에서 100억원 가량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는 말이 된다. 배민 전체 배달량 대비 4분의 1 수준의 쿠팡이츠는 모든 배달이 단건 인 것을 감안하면 매월 200억원 가량의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단건배달 시장에서만 배달앱 통합 월 300억 원에 가량의 적자가 쌓임으로써 건강한 시장 형성을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쿠팡이츠가 최근 수수료 프로모션 종료를 예상케 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곤혹을 치렀다. (사진=쿠팡)
■ 프로모션 종료할까 전전긍긍…배달앱도 적자, 소상공인도 적자
“프로모션 3개월 연장되겠죠?”, “프로모션 끝낸다는 소문 진짜인가요?” 최근 식당업주를 중심으로 가입자가 60만 명이 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배달앱의 수수료 프로모션 관련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단건배달이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이 진행 중인 단건배달 수수료 프로모션이 종료될 경우 매장 운영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들이 배달앱의 수수료 프로모션 종료 여부에 촉각을 세우는 것은 최근 쿠팡이트가 전체 입점업주에게 잘못 보낸 한 통의 문자에서 촉발됐다.
지난달 19일 쿠팡이츠는 ‘특별 프로모션 안내’라는 제목으로 현재 운영 중인 프로모션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수수료 체계를 언급했다. 기존 건당 1000원만 받는 중개수수료는 건당 주문금액의 10%를 받고, 배달비는 고객부담배달비 개념을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쿠팡이츠는 문자 발송 후 약 1시간 뒤 해당 내용의 프로모션은 “내부 인력의 실수”라며 잘못된 수수료라고 재안내 했다.
쿠팡이츠의 빠른 진화에도 소상공인들은 문자에 기재된 정교한 수수료 체계로 미루어 봤을 때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현 프로모션의 종료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배달 업계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2년 가까이 정상 수수료를 받지 않고 프로모션을 이어온 쿠팡이츠의 수익성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라이더 부족으로 날이 갈수록 배달비가 증가하면서 현 프로모션 수수료 체계는 주문이 늘어도 적자가 쌓이는 한계 상황에 달한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사정은 배민도 다르지 않다. 지난 6월 쿠팡이츠에 대항에 내놓은 단건배달 서비스로 매출성장 대비 적자폭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들의 반응 탓에 배달앱 입장에서는 무작정 수수료 프로모션을 종료할 수도 없다. 프로모션 종료 후에는 현재 배달앱이 떠안고 있는 적자만큼의 부담이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결국 원망은 배달앱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배답앱과 소상공인, 소비자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시장 구조는 어떻게 재편되어야 할까.
미국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OD (Own Deilivery·배달대행사에 맡기기 않고 플랫폼이 배달까지 책임)를 도입함으로써 업계 1위를 점유한 도어대시의 경우 국내보다 수수료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악화 문제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 때문에 도어대시는 앱 내 광고 체계를 손보고, 주류 판매를 확대하는 등 수익성 제고 노력에 나선 상황이다.
플랫폼 비즈니스 전문가들은 배달 시장이 식당업주와 라이더, 고객, 업체 등 이해관계자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 어느 한 쪽이 절대적인 이익이나 손해를 보면 시장 전체가 무너지는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이용자의 절대 수 및 주문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배달원 수급과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함께 증가하는데, 중개수수료와 배달비는 건당 정액으로 유지되고 있어 배달앱은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다”며 “지금과 같이 배달원의 수입만 늘고, 식당 업주와 플랫폼이 수수료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상황이 지속되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해온 한국 배달산업이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