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선 쌍용자동차 회장이 지난 2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2 자동차인의 밤’ 행사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KG그룹에 인수된 쌍용자동차가 사명을 ‘KG모빌리티’로 바꾼다. 35년 만에 사명이 변경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곽재선 KG그룹 및 쌍용차 회장은 최근 열린 ‘2022 자동차인 시상식’에서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쌍용자동차에서 KG모빌리티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쌍용차로 할지, 그룹의 이름을 반영한 KG모빌리티로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쌍용차 팬덤이 있지만 그간 아픈 이미지도 많다”고 사명 변경 이유를 밝혔다. 곽 회장이 말한 아픈 이미지는 2009년 정리해고 당시 파업 등과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뀐 것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점을 빼고는 새롭게 바꿔 새 출발을 하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가 이름을 바꾸면 35년 만의 사명 변경이다. 지난 1986년 쌍용그룹이 동아자동차를 인수해 1988년 지금의 쌍용자동차로 명명했다. 쌍용차는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곽 회장은 사명 변경 이후에도 “쌍용차의 장점을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새로운 차에도 KG라는 이름을 붙일 것”이라고 했다. 향후 브랜드 로고도 변경될 전망이다.
쌍용차 평택공장 전경.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차 역사는 지난 1954년에 설립된 하동환자동차제작소에서 출발했다.
하동환자동차제작소는 1967년 신진자동차와 업무제휴를 맺고, 1974년 신진지프자동차공업을 설립했다. 같은 해 10월 신진지프자동차공업은 신진지프 차량을 출시했다. 신진지프는 코란도의 전신이다. 신진지프자동차공업은 1977년 동아자동차로 상호를 바꿨다.
이후 쌍용그룹이 1986년 11월 하동환 전 명예회장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1988년 현재 사명인 ‘쌍용자동차’로 바꿨다. 쌍용차는 코란도 훼미리, 무쏘 등을 내놓으며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쌍용차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대우그룹에 매각됐고, 대우그룹이 외환위기로 무너지면서 1999년 채권단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때부터 우여곡절을 겪게 됐다.
2000년 쌍용차는 대우그룹 계열에서 완전히 분리돼 2005년 중국 상하이자동차로 인수됐다. 상하이자동차는 약속했던 투자를 이행하지 않고, 기술 유출 논란까지 일어났다. 결국 쌍용차는 2009년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010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했다. 2015년 쌍용차는 소형SUV 티볼리를 출시해 흥행하면서 경영 정상화의 꿈을 실현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소형SUV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매가 줄었다. 2020년 12월에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두 번째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마힌드라그룹은 2021년 초 쌍용차 경영권을 포기했다. 같은 해 4월 쌍용차는 기업회생에 돌입했다. 올해 1월 에디슨모터스와 인수 본계약까지 체결했지만, 에디슨모터스가 기한 내 인수 대금을 내지 못하게 되면서 지난 3월 계약이 해제됐다.
쌍용차가 지난 6월5일 인천 영종도 네스트호텔에서 '토레스' 출시행사를 가졌다. (왼쪽두 번째부터) 선목래 쌍용차 노조위원장, 쌍용차 정용원 관리인,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토레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차는 매각에 다시 돌입했고 KG그룹이 최종 인수 예정자로 선정됐다. 이후 KG그룹은 지난 8월 쌍용차 인수대금을 완납했고,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서 쌍용차는 KG그룹 품에 안기게 됐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올해 9월 쌍용차 회장으로 취임하며 “쌍용차를 지속가능한 회사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쌍용차는 신차 토레스를 출시하며 경영정상화에 다가가고 있다. 코란도 브랜드와 함께 국내외 판매량 증가에 나서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1~10월 총 6만2031대를 판매했다. 이 중 토레스가 1만5833대를 차지. 11월엔 내수 6421대, 수출 4801대를 포함해 총 1만1222대를 판매하며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