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18일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BMW '뉴 i7'의 국내 출시와 관련해 BMW그룹 올리버 집세 회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저조한 경영실적에서도 희망을 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결단했던 ‘자동차 전장’ 부문이다. 전장 사업이 아직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지만 점점 중요도를 키워가고 있다.
■ 이재용 회장의 빅딜 하만, 작년 4분기 반도체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 기록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자회사 하만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 3조9400억원, 영업이익 37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8%, 68.2% 급증했다. 하만의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조2100억원, 8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6%, 46.7% 증가했다. 연간 최대 실적을 내면서 전체 실적에 상당 부분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사업들은 경기 침체로 인해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인 DS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 20조700억원, 영업이익 2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2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6.9% 급감했다. DS부문의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8조4600억원, 23조8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액은 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8.4%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비교했을 때 반도체(2700억원)보다 전장인 하만(3700억원)이 1000억원 더 벌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장사업 매출 증가와 소비자 오디오 제품군의 견조한 판매로 지난해 3분기 3조6300억원에 이어 4분기에도 3조9400억원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최대 매출 실적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표. 이재용 회장이 빅딜을 추진해 계열사로 편입한 전장 사업 담당 하만(Harman)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반도체 DS부문보다 1000억원 앞섰다. (자료=삼성전자)
삼성의 전장 사업 담당 하만을 인수한 것은 이재용 회장이 지난 2016년 9월 등기이사에 오른 이후 첫 번째 빅딜의 성과였다. 당시 국내 기업이 인수한 해외 기업 중 사상 최고가인 9조원대(80억 달러)를 들였다. 코로나19 이후 한 때는 반도체 부족 현상 등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로 실적이 곤두박칠치며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수급 문제 등이 해소되면서 하만은 실적이 상승하고 이제는 삼성의 주력 부문인 반도체 영업이익보다 높은 성과를 기록하기까지 이르렀다.
하만은 삼성의 IT 기술과 접목해 올해도 자율주행 기술, 디지털 콕핏 등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하만이 홈-모바일-자동차로 이어지는 연결성의 핵심 장비인 TCU (차량용 통신 장비)에서 업계 최초 5G 제품을 출시했다”며 “지난 2021년 BMW 고급 SUV 전기차 iX에 공급 후 5G TCU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서 삼성전자와 하만이 공동 개발한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 ‘레디 케어’를 선보였다. 이는 차량이 운전자의 상태 변화를 인지하고 최상의 운전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안전 운전 지원 솔루션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초연결 시스템인 스마트싱스 연계를 통해 전장 분야 선도적 입지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하만은 삼성의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 역량을 활용해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등 협업을 통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업계 1위 위상을 지키고 있다.
LG마그나와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 (사진=LG)
■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결단 ‘전장’…올해 수주 100조원 이를 전망
LG전자도 전장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데 이어 전체 매출 비중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구광모 회장의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고 선택한 전장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의 전장사업 담당인 자동차부품솔루션(VS) 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2조3960억원, 영업이익 30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4.6% 증가했다. VS사업부 매출은 이번에 처음으로 전체 매출 비중의 10% 이상을 넘겼다.
LG전자는 전장 사업에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계열사들도 전기차 등 다양한 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파워트레인, 조명 등을 3대 영역으로 설정해 성장시키고 있다.
전장 사업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80조원에 이른다. 올해에는 수주 잔고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전장 사업 관련 “경기 침체 속에서도 수주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전기차 향 수주 증가로 올해도 VS사업부의 고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전자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경기 침체로 인해 주력 사업이 수익성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VS사업본부는 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LG전자 관계자는 “VS사업본부가 고부가, 고성능 제품 수주를 적극적으로 하면서 매출 성장과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했다”며 “올해에는 전 세계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전기차 구동 부품의 생산 능력을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 전장 사업이 성장 단계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LG전자의 전장 사업은 구광모 회장의 결단으로 시작됐다. 구 회장이 지난 2018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이어 자동차 전장 사업을 택했다. LG전자는 당시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1조원 규모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사 LG마그나를 세웠다.
최근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CES 2023’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마그나의 전략 파트너와 전장 사업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LG는 그룹 계열사 차원에서 전장 부문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와 전기차 트레인, 조명 분야에서, LG이노텍은 차량용 모터와 자율주행차를 위한 센서와 카메라에서,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과 차량용 사운드 솔루션 등에서 실적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과 LG의 자동차 전장 사업에서의 성과는 올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023년 자동차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자동차 신규 수요도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되면서 대기 물량이 풀리면서 전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