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대기자금이 늘고 있습니다. 고금리 예·적금에 가입했던 은행 고객에게도, 단기 급등한 종목 투자 후 차익 실현한 증권사 고객에게도 적당한 투자 대상이 보이지 않는 탓이죠.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통화정책 수장의 말에도 긴축정책은 사실상 끝났다고 생각하는 시장. 지금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투자처는 어디일까요.
■ 매력잃은 예금, 채권과 금에 주목
1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5대 은행들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3.37~3.80% 수준입니다. 한국은행은 두달 전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갔지만 실제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연 5%대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습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 역시 정기예금 1년 기준 금리는 연 3.8%선. 기준금리를 소폭 웃도는 수준입니다.
고객들은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방향을 트는 분위기입니다. 지난달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05조3384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10조3622억원이 줄었습니다. 1년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금리에 더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겠죠.
특히 올해 안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짙어지고 있어 예금에서 이탈하는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인플레이션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금리는 사실상 고점을 찍었죠. 시세금리가 하락하면 자금의 흐름은 수익성을 좇는 만큼 새로운 자산으로의 이동은 불가피합니다.”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PB상무는 현 시점에서 자산배분전략으로 채권, 금, 그리고 주식 순을 꼽습니다.
“한국과 미국 모두 장기채권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다만 최근 크레딧스위스(CS)의 코코본드 이슈가 있던 만큼 수익성을 좇기보다는 국공채를 포함한 우량채권으로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와 함께 올해 투자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산 중 하나는 바로 금이죠. 실제 국제 금값이 최근 지속 상승하면서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가격은 지난 7일 기준 1g당 8만6330원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죠. 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시장의 활동계좌 수도 전월보다 33% 더 많은 1만9958개로 집계됐습니다.
“원달러 환율만 놓고 보면 1320원대로 높은 수준이지만 달러화가 타통화대비 약세라는 측면에서 금의 투자 매력도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공격적 투자 자금, 제2의 에코프로 기대 '여전'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려볼까요. 올해 코스닥지수는 30%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900선을 돌파했습니다. 전세계 주식 지수 중 단연 최고 수준이라는 소식 들으셨죠?
여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종목은 단연 에코프로그룹주. 최근 들어 주변에서 에코프로 투자로 돈을 벌어 차익실현에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들려옵니다. 단번에 수십억원대 수익을 거두며 ‘퇴사’의 꿈을 이뤘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현실은 늘 그렇지 않은 법. 또 다시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의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 자금이 은행 등 타업권으로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높은 만큼 공격적 투자성향의 자금들이 시장에서 재투자의 기회를 찾을 거란 얘기죠.
“현재 시장이 철저한 종목 장세로 이어지면서 모든 관심이 2차전지주에 쏠려있습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소외된 콘텐츠관련주나 방산주, 탈원전 관련주 등의 진입장벽이 낮은 상태죠.”
다만 급등에 따른 경계감은 여전합니다. 미국의 헤지펀드들이 S&P500지수 숏에 베팅했다는 뉴스도 흘려들어선 안 된다는 조언이죠.
한 기관투자가는 에코프로를 포함해 단기 급등한 종목들의 차익매물 출회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의 투자 흐름에 대해서는 “개인들은 달리는 말(2차전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같은 테마 내에서 또다른 종목을 찾으려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한편 이날 다올투자증권에서는 ‘전기차를 만드는 종목 10선’이란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유지웅 애널리스트는 “IRA 세부지침 발표를 통해 국내 전기차 밸류체인의 미국 현지 진출 가속화에 따른 부품 및 소재 업체들의 구조적인 밸류에이션 재조정이 기대된다”면서 ▲HL만도▲현대위아▲HL홀딩스▲에스엘 ▲화신 ▲SK아이테크놀로지 ▲더블유씨피 ▲천보 ▲엔앤에프 등을 유망종목으로 꼽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