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직원이 커피를 내린 후 일회용품 컵에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10월부터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의 기본 가격이 지난 2013년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 리터(ℓ) 당 88원 오르게 된 가운데,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한숨만 깊어졌다. 가맹점주의 매장 운영이 어려워져 수익성이 악화되면 그 타격은 본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우유와 관련된 제품의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흰우유 가격이 오를 경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을과 겨울철의 경우 라떼 판매가 증가하는 시기이며 여름철에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우유빙수 등 한정 메뉴를 판매하는 곳이 많다 보니 우유 가격에 민감하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A 관계자는 “당장 직격탄을 맞지는 않겠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면 우유가 들어간 제품의 판매가 어려워질 것 같다”면서 “가맹점주를 위해 당분간 가격 인상은 자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원윳값 뿐만 아니라 다른 원재료 값도 오른다면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랜차이즈의 경우에는 본사 차원에서 가맹점주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만 원윳값 상승이 또 이어진다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개인 카페의 경우 원재료 값 상승에 따른 타격이 생각보다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B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아메리카노 비중이 높지만 곧 가을, 겨울이 오면 라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다. 또한 여름에는 빙수와 같은 계절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우유는 필수”라고 했다.

이어 “현 상황에서는 조금이라도 재료값을 올려 가맹점주에게 판매되는데, 제품 가격을 유지해야 하는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힘들 수 있다. 이에 가맹점주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커피 자영업자 “원재료 값은 다 오르는데, 커피값은 올리지 못한다”

원윳값 상승은 일반 자영업자에게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 차원에서 대량으로 우유를 조달해 낮은 가격으로 가맹점주에게 전달된다. 반면 일반 자영업자는 부족한 수량을 때마다 구입해야하기에 비용이 늘어나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커피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프랜차이즈는 우윳값이 인상돼도 가맹점주는 이렇다 할 타격이 없다. 우윳값 가격이 올라도 매장에 들어오는 우유는 가격이 오르긴해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그러나 동네 커피 매장은 이렇게 우유값이 오르면 허덕이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커피 자영업자 D씨는 “인건비와 우유, 원두 등 원재료 값은 다 오르는데 커피값은 올리지 못 하는 게 현실이다. 점점 버티는 게 힘들다”며 “내년에 가게 내놓은 자영업자들이 수두룩할 것 같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소비자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흰우유 가격이 과도하게 인상되지 않도록 유업계와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원유가격 인상으로 밀크플레이션이 초래된다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도 낙농산업 및 유가공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산 원유의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이 심화되고 있어 기업들은 지난해만큼 인상폭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흰우유는 수익이 적은 품목”이라며 “우유 제품 가격 인상 시점은 10월1일 이후가 될 것 같다. 먼저 우유 가격이 조정될 것이며 이후 유제품 등 최소폭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올해는 인상폭을 늘리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앞서 낙농진흥회는 지난 27일 원유 기본 가격 조정 협상 소위원회 11차 회의에서 ℓ당 음용유는 88원, 가공유는 87원 인상하는 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음용유용 기본 가격은 ℓ당 1084원, 가공유용 기본 가격은 ℓ당 887원으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