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사무실. (사진=뷰어스DB)
주요 도시정비 사업지에서 발주처인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갈등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쉽게 헤어지지 못한다.
발주처인 조합은 치솟은 공사비 때문에 쉽사리 새 시공사를 선정할 수 없다. 시공사 또한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지에서 쉽게 발을 뺄 수 없다. 결국 조합과 시공사는 협의점 마련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이 서울 중구 한일빌딩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대우건설 시공사 선정 재신임 찬성 반대의 건'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진행했다. 이 결과 기존 시공사인 대우건설의 재신임이 결정됐다.
일부 조합원들은 대우건설이 제시한 '118프로젝트'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대우건설의 시공권 박탈을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대우건설은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높이 제한을 90m에서 118m로 완화하고 층수를 원안설계인 14층에서 21층으로 높이는 이른바 '118프로젝트'를 내세워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서울시 측에서는 높이 제한 완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대우건설의 시공사 자격이 위태로워졌다.
한남2구역 조합 측은 앞서 지난 1일 대의원회의를 열고 같은 안건을 올렸다가 부결된 바 있다. 이후 조합장 직권에 따라 이번 임시총회까지 열렸으나 시공권 유지가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조합 측이 사업 장기화 우려와 함께 지속적인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에 부담을 느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118프로젝트의 실현 여부보다는 빠른 사업과 비용 부담에 무게를 둔 셈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 측에 약속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한남2구역에 제안한 인피니티파크. (자료=대우건설)
이처럼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요구로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빈번해지고 있으나 계약해지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경기 고양시 능곡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은 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계약해지를 고민했으나 시공사 측이 공사비로 3.3㎡당 520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을 제안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정비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평균 공사비를 800만원 수준까지로도 보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의 공사비다.
현대건설도 최근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사업을 놓고 공사비 갈등을 빚었다. 지난 2020년 조합과 3.3㎡당 512만원 수준의 공사비로 계약을 맺었으나 지난해에 687만원에서 올해는 898만6400원까지 공사비 인상에 나섰다.
공사비를 놓고 조합과 현대건설 모두 합의점을 찾아 나섰으나 결국 조합이 시공사 해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당초 제시한 공사비보다 낮은 수준에서 계약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3일에는 북아현2구역 재개발조합이 삼성물산·DL이앤씨 컨소시엄의 시공권 해지 여부를 결정한다.
북아현2구역은 2009년 조합 설립 이후 삼성물산과 DL이앤씨 컨소시엄을 시공사업단으로 선정했으나 조합 내부 다툼과 상가 보상 문제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그 사이에 원자잿값과 임금 등이 오르면서 공사비도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조합은 당초 3.3㎡당 490만원이었던 공사비를 610만원 수준으로 올리길 원하고 있으나 시공단 측은 859만원의 공사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공단은 다시 700만원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면서 조합과 합의점을 찾는데 힘을 쏟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서는 섣불리 시공사를 해지했다가는 사업 기간이 늘어질 수도 있고 그 기간 동안 공사비 상승을 더 부담해야 한다"며 "이에 더해 시공사와 법적인 분쟁 요소까지 있다면 사업은 더욱 더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