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뉴기니 LGN 플랜트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건설사의 해외 수주 성적표가 그룹사 효과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13일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전체 수주액은 256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해외 수주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지역은 북미·태평양 지역이다. 지난해 연간 전체 규모인 45억달러에 두 배 이상인 92억달러를 올해 10개월만에 달성했다. 전통적인 해외 수주 텃밭인 중동 지역(80억달러)보다도 많다.
건설사들이 북미 시장에서 높은 수주액을 기록한 배경에는 그룹사 물량이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 그룹이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와 손잡고 미국에 짓는 배터리합작공장 물량을 다수 품었다. 미국 조지아 배터리공장 S-JV 프로젝트(17.5억달러)와 L-JV 프로젝트(12억달러) 수주가 대표적이다. 또 약 6.7억달러 규모의 미국 현대차공장 신축공사도 품었다.
삼성물산은 상반기에 삼성전자 오스틴 리트로핏 공사(1.6억달러)를 수주했다. SK에코엔지니어링은 약 2.9억달러 규모의 SK 배터리 아메리카 2단계 건설공사를 따냈다.
그룹사의 힘을 받지 못하는 건설사는 북미 시장은 물론 해외 수주 전반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그룹사 효과를 톡톡히 봤으나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LINE 프로젝트(39억달러)를 품으면서 해외 건설 수주 실적 5위까지 올랐으나 올해는 1억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5월 북미 시장에서 5000만달러 규모의 LG화학 PLA 프로젝트 FEED(기본설계)를 따낸 것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반면 자체적인 해외 네트워크망 확보로 그룹사 후광없이 좋은 실적을 내는 건설사도 있다. 대우건설은 그룹사 물량을 제외하고도 거점 국가를 중심으로 17억달러 가량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연초 제시한 해외 수주 연간 목표액을 초과 달성한 수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 건설 전체 수주액의 3분의 1가량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발주한 사업"이라며 "그룹사 물량은 안정적인 먹거리이긴 하지만 국내 기업 발주 외에 현지 기업의 물량도 품어야 K-건설 확대에 의미가 있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 3분기 기준 국내 기업의 해외 시설 발주공사가 전체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7%로 전년 동기 대비 2.9%p 늘었다.
한편 대형 건설사는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 예상으로 해외 시장 경쟁력 확보에 주력한다.
대우건설은 이달 해외사업단을 CEO 직속으로 하는 조직개편을 마쳤다. 해외사업단장 직급은 기존 상무에서 전무급으로 격상하는 등 해외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또 정정길 대우건설 전략기획팀 부장이 상무급으로 승진하면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해외사업 영업을 담당할 예정이다.
현대건설도 중동을 중심으로 해외 주요 프로젝트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국내 주택 비중을 줄이고 그동안 수주한 해외 대형 프로젝트가 자연스럽게 매출에 반영되고 있다"며 "최근 해외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수주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