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주들이 꿈틀대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소식이 전해지며 그간 시장에서 소외됐던 주식들이 모처럼 반등에 나서면서 투자자 관심이 모아진다.
3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개월 포워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종목들 가운데 최근 일주일(22~29일)간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인 것은 지역난방공사로 20.77% 올랐다.
지역난방공사는 특히 지난 26일 외국인이 5580주 가량 사들이며 체결강도가 165까지 오르기도 했다. 국제유가 변동성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원가 부담이 낮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연말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던 지역난방공사는 정부 정책 발표 이후 상승폭을 빠르게 늘려가는 모습이다.
이어 미래에셋증권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각각 19.75%, 19.01%로 높은 상승을 보였고 ▲대한유화 16.95% ▲HD현대건설기계 16.18% ▲금호석유 15.9% ▲기아 14.56% 가 뒤를 이었다.
업종 중에선 금융주들 기세가 눈길을 끈다. 지금껏 금융주는 만년 저평가주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배당정책 확대 등 다양한 주주환원책을 내놨음에도 늘 성장주 중심 장세에선 소외돼 왔다.
하지만 최근 일주일간 KB금융(12.78%)와 하나금융지주(12.48%)가 10% 이상의 상승을 기록한 가운데 ▲신한지주(9.02%) ▲우리금융지주(6.9%) ▲DGB금융지주(6.77%) ▲BNK금융지주(6.3%) ▲NH투자증권 (6%) ▲한국금융지주(5.58%) ▲삼성증권(4.82%) 등이 모두 상승했다.
또한 이마트(13.15%) 롯데쇼핑(10.58%) 등 유통 관련 기업들도 오랜 주가 부진 흐름을 딛고 모처럼 반등에 성공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PBR 제고 방안으로 주주환원 등을 제시할 경우 점차 업황과 실적, 주주환원 여력에 따라 수혜 업종이 압축될 것으로 봤다.
김지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총선을 앞두고 증시 활성화 필요성이 커졌고,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증시가 1분기에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어 "투자 재원 확보가 우선시되는 IT섹터나 성장주에서의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내수 산업이면서 PBR이 가장 낮은 유틸리티, 은행, 보험, 유통 등 업종의 저평가 해소 효과가 가장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정부 대책이 궁극적으로는 "소액주주와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도록 개편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우리나라 주식들이 저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 오너들이 고평가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필요 등을 제외한다면 오너 입장에선 주가가 오를수록 과세 부담이 늘어 밸류를 높일 이유가 사실상 없다. 기업 승계의 걸림돌을 없앨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고민도 동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