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태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불법 합병과 회계 부정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몇 년간 이어진 사법리스크로부터 벗어나게 됐다. 경영권 승계의 적법성을 인정받은 셈이어서 이 회장은 대형 인수합병(M&A)를 비롯한 굵직한 경영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이재용 회장, 무죄 선고에도 굳은 표정…변호인단 “합병 등 적법성 인정 받아”
전날인 5일 이재용 회장은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며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법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무죄 판결을 받고 나오는 순간까지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 회장은 이날 1심 선고가 있기까지 공판에 95회나 직접 출석했다.
이와 관련해 재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끝이 아니라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 변호인단 입장을 인용해 “이번 판결로 인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가 적법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재계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삼성그룹은 그간 사법리스크로 인한 경영상 불확실성을 벗어나 국가 경제 발전에 매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강석구 조사본부장 명의로 “첨단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세계 경쟁과 회복세에 들어선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대형 M&A 추진·등기이사 복귀 등 기대감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10월 임시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지만, 국정농단사태 등으로 인해 2019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다만 검찰이 항소할 수 있어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기 때문에 올해 바로 등기이사를 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항소하면 2심과 3심까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등기이사 복귀까지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으로 지난해까지 부진을 거듭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이지만,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중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는 SK하이닉스에 밀렸다.
최근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AI 반도체 설계와 제작, 파운드리(위탁생산) 관련 협력을 위해 방한했을 때도 이 회장 대신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을 만났다. 당시 이 회장은 재판을 앞두고 준비를 해야 해서 올트먼 CEO를 만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이번 1심 무죄 선고로 이 회장이 경영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항소해 2심이 진행되더라도 이 회장이 1심 때처럼 법원을 찾지 않을 수도 있다”며 “경영에 더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계에선 삼성이 대형 M&A 등에도 본격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지난 2017년 삼성은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후 8년째 굵직한 인수를 추진하지 않았다. 전장분야 등 시스템 반도체 기업인 독일 인피니언이나 네덜란드 NXP 등도 M&A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