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고물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태 등 각종 악재로 덮인 건설업계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해외사업으로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건설경기 부진 속에서도 기존에 수주한 해외 대형 프로젝트가 빛을 발하며 실적에 날개를 달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국내 매출 및 해외 매출 추이. (자료=삼성물산, 그래픽=뷰어스)
■ 삼성물산, 일회성 비용 해소…수익성 '날개'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의 올해 1분기 매출액(연결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21.4% 늘어난 5조5840억원으로 잠정집계 됐다.
삼성물산은 외형성장과 더불어 수익성 제고에도 성공했다. 영업이익은 33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직전 분기 대비 149.6% 급증했다.
삼성물산의 이 같은 실적은 해외 주요 프로젝트의 성과 덕분이다. 삼성물산의 해외 사업 매출은 2조5450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6%가량이다. 절반에 가까운 매출이 해외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셈이다.
삼성물산은 호실적 배경을 놓고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와 적극적인 경쟁력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안정된 공사 수행 역량을 바탕으로 최근 수주한 양질의 대형 프로젝트 공정 본격화로 전년동기, 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삼성물산의 해외사업 매출 비중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삼성물산의 1분기말 기준 해외사업 수주잔고는 13조410억원이다. 반면 국내사업 수주잔고는 11조4810억원이다. 더불어 하이테크와 신사업 분야 수주를 확대하며 수익성 제고에 나설 전망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사 건설과 평택 마감 공사 등이 반영되면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지난해 UAE 발전소 화재에 따른 충당금 반영 기저 효과와 기존 프로젝트들의 수행 안정성이 유지되면서 영업이익도 크게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 현대건설, 해외부문 원가 개선세…수익성 제고 '열쇠'
현대건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잠정집계 결과, 8조54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7% 상승, 직전분기 대비 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형 성장에 따라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다. 25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6%, 직전분기 대비 73.6% 급증했다.
현대건설의 실적 호조는 삼성물산과 마찬가지로 해외 매출 증가 덕분이다. 파나마 메트로 3호선과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등 플랜트와 토목 전분야에 걸친 대형 해외 사업을 수주하면서 해외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의 해외 매출은 3조9550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46.3%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해외 매출(2조3210억원)과 비교했을 때 70.4% 늘어난 수준이다.
현대건설은 해외 매출의 성장성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1분기 해외 수주액은 5조4540억원으로 전체 수주에서 57.3%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해외 수주액은 4940억원에 그쳤으나 여기서 10배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나 해외 매출은 국내보다 양호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는 게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현대건설 측은 "원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01%포인트(p) 상승한 93.8%를 기록했다"면서 "국내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이 있었지만 해외부문 원가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비경쟁, 고부가 사업 위주의 양질의 프로젝트를 수주해 수익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향후로도 해외사업 중심의 수익성 제고가 기대된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과거 대비 수주 원가율이 3%p 이상 개선된 해외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이익은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세련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필리핀 교량(9억 달러)과 사우디 NEC(6억 달러), 사우디 NEOM(15억 달러)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협업을 통해 내년 본격적인 시공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