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전경 (사진=손기호기자)

정부가 오는 28일부터 '프로젝트 리츠(Project REITs)'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 개발 단계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준공 후 동일 법인에서 임대·운영까지 수행하는 구조가 가능해지면서 기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중심의 분양 위주 개발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2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했으며, 28일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라 프로젝트 리츠는 영업인가 없이 설립신고만으로 개발을 시작할 수 있다. 준공 후 1년6개월 내 영업인가를 받아 운영 단계로 전환하게 된다. 토지와 건물을 현물출자할 때 양도세와 법인세가 이연되는 세제 혜택도 적용된다.

기존에는 3000㎡ 이상 증축·개축만 리츠로 추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소규모 개발과 리모델링, 생활형 프로젝트까지 가능해졌다. 기존 PFV 사업도 6개월간 프로젝트 리츠로 전환할 수 있어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 대기업·디벨로퍼 전방위로 검토 확산될듯

프로젝트 리츠 활용 가능성은 대기업에서 디벨로퍼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은 영등포 AI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단지 등 5조원 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프로젝트리츠 구조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태양광·ESS 기반 에너지 인프라 리츠도 준비 중이다.

LG그룹도 부동산관리사 D&O를 중심으로 R&D센터, 배터리·전기차 생산시설 등 산업 인프라 자산을 리츠 구조로 편입하는 방안을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도 '현대얼터너티브자산운용'을 출범시키고 AMC 인가 절차를 진행하며 완성차 공장, 모빌리티 허브, R&D센터 등 핵심 자산을 프로젝트리츠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주요 디벨로퍼로도 번지고 있다. SK디앤디는 개발과 임대를 병행해온 사업 구조상 프로젝트 리츠를 가장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후보로 평가된다. 최근 한앤컴퍼니 인수를 통해 독립 경영 체제를 갖추면서 장기보유형 개발·운영 모델을 확대할 여지도 커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호텔·상업시설·복합개발 운영 경험이 풍부하고 광운대역세권 복합개발을 보유형 임대 모델로 추진 중이어서 프로젝트 리츠를 적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DL이앤씨·금호건설·대우건설 등도 복합·산업·도심 개발에서 프로젝트 리츠 도입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디앤디의 디앤디프라퍼티솔루션(DDPS)가 운용하는 주거 임대 공간 '에피소드 신촌 캠퍼스'. (사진=손기호 기자)

프로젝트 리츠의 확산이 부동산 개발시장 구조 자체를 바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프로젝트 리츠는 브릿지론 차환 리스크를 줄이고 분양과 매각 중심의 단기 회수가 아닌 장기 보유, 운영 기반의 자금조달 구조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다양한 투자자에게 지분 참여 기회를 열어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도 기존 PF와 차별화된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리츠가 세제 혜택 확대 가능성과 자산 유동화와 보유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구조적 장점 때문에 대기업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배당소득 법인세 면제, 취득세 감면, 양도세 이연 등 추가 인센티브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면서도 "재개발 프로젝트는 분양률이 저조할 경우 손실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