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대교아파트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 1호' 사업으로 첫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획득하며 여의도 재건축 수주전의 서막을 열었다. 삼성물산이 수주에 전면 나선 가운데, 롯데건설은 전략적 선택으로 사실상 불참 가능성이 제기되며 수주전의 판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후속 정비사업을 준비 중인 15개 단지에 대한 건설사들의 수주전도 본격 불붙었다.
서울 여의도 대교아파트가 정비구역지정고시될 당시 수주전에 나선 건설사들이 축하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지난 8월28일 영등포구에 재건축 사업시행계획 인가가 결정됐다. (사진=손기호 기자)
■ 대교아파트, '신속통합기획 1호' 성과…1년 만에 사업시행인가
1일 서울시, 영등포구와 대교아파트 조합 등에 따르면 대교아파트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 자문사업 1호'로 지정된 이후 불과 1년 만에 정비계획 결정과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모두 마쳤다. 일반적으로 10년 이상 소요되는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한 것. 서울시와 조합, 민간 건설사의 삼각 공조로 속도전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대교아파트는 최고 49층, 총 912세대 규모로 재건축된다. 이 중 146세대는 공공임대 물량으로 제공된다. 9847㎡ 규모의 복합문화체육시설과 함께 고령자 및 청소년 복지를 위한 인프라도 함께 조성된다. 단순한 아파트 공급을 넘어 주거와 공공 복합 개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정희선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은 "조합 설립 7개월 만에 정비계획 고시하고, 11개월 만에 사업시행인가까지 이뤄진 것은 이례적인 성과"라며 "서울시와 구청의 적극적인 지원, 조합원들의 신뢰와 협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 디자인 회사인 헤더윅 스튜디오를 특화설계사로 선정한 만큼 여의도를 대표할 최고 수준의 주거 단지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도 "대교아파트는 신속통합기획 자문 1호 사업지로 행정 절차 단축의 대표 모델이자 재건축의 모범 사례"라며 "이번 성과를 기반으로 영등포 전역의 정비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대교아파트 수주전 돌입…삼성물산 '고급화 수주전략' vs 롯데건설 '불참설'
앞서 지난 7월 열린 대교아파트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을 포함해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롯데건설 등 7개 건설사가 참석했다. 조합은 오는 2일 입찰 마감 후 경쟁 입찰이 성사되면 10월18일 조합원 총회를 통해 시공사를 최종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수주 경쟁의 중심에는 삼성물산이 있다. 삼성물산은 고급 외관 디자인, 프리미엄 커뮤니티 시설, 하이엔드 마감재 등 조합 측의 고급화 요구에 부응하는 제안으로 적극적인 수주전에 나섰다. 래미안 브랜드의 입지 강화와 여의도 전체 재건축 시장을 선도하는 전략 거점으로 대교아파트를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됐던 롯데건설은 불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비계획 고시 시점만 해도 대교아파트에 대형 현수막을 걸고 축하 인사를 하며 수주전에 적극 나설 것을 예고했던 게 롯데건설이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올해 전략 사업지로 강남 도곡동 개포우성4차 재건축을 지정하고 전사적인 역량을 해당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롯데건설은 "입찰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지만, 경쟁입찰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올해 경쟁입찰을 통한 수주 실적이 없어서 핵심 입지 확보가 절실할 것"이라며 "여의도와 강남을 동시에 잡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삼성물산 래미안 원베일리 투시도(자료=삼성물산)
이에 대교아파트 수주전은 사실상 삼성물산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는 셈이다. 업계는 삼성물산이 시공권을 확보할 경우 여의도 내 브랜드 프리미엄의 기준을 끌어올리며 후속 단지들의 수주 경쟁에도 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이 수주 가능성이 높은 데는 아무래도 압구정에 맞먹는 공사비 때문일 수 있다. 대교아파트의 공사비는 3.3㎡당 1120만원 수준으로, 압구정 2구역(약 115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조합 측은 시공사에 차별화된 외관 설계와 커뮤니티 특화, 고급 마감재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단지를 여의도의 '프리미엄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미 '래미안 원베일리', '래미안 라클래시' 등 초고가 브랜드 아파트 실적을 갖고 있다. 대교아파트의 고급화 전략과도 맞닿았다는 평가다.
■ 여의도 15개 단지 정비사업, 수주전 예고
대교아파트의 사업시행계획 인가는 여의도 15개 단지 재건축 시장에 영향을 끼철 전망이다.
현재 여의도에서는 시범, 삼익, 진주, 한양, 장미, 수정, 광장, 목화, 미성, 삼부, 공작, 은하, 초원, 서울 등 총 15개 단지가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중 일부는 시공사 선정에 착수했다. 다수 단지는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시범아파트(1584세대), 진주아파트(1180세대), 한양아파트(1156세대) 등 대형 단지들은 설계와 브랜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고급화 경쟁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건설이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된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사진=손기호 기자)
여의도는 이미 서울 내 4대 정비사업지구(압구정·목동·성수·여의도)로 꼽힌다. 상징성과 입지, 사업 속도 면에서 타 지역과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대교아파트 사례처럼 '신속통합기획' 모델이 성공적으로 적용되면서 여의도는 빠른 인허가 절차와 고급 주거지로의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대교아파트 시공사 선정 결과가 여의도 전체의 사업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이 이번 수주에 성공할 경우 래미안 브랜드를 중심으로 여의도 프리미엄 아파트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단지들의 시공사 선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만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 둔화와 연이은 안전사고 여파로 토목·플랜트 등 전통 사업부문 수주가 위축된 상황이며 해외 수주도 예전만 못하다"며 "지금 건설사들에게 정비사업은 사실상 유일하게 실적을 낼 수 있는 수주 통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반기에도 업황 반등이 쉽지 않은 만큼 대형 건설사들이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