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6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의 TSMC 본사에서 웨이저자 TSMC 회장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와 만나기 위해 직접 대만을 방문했다. 인공지능(AI) 리더십 확보를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편으론 지난달 30일 이혼 항소심 판결 이후 첫 공식 해외 출장으로, 흔들림 없이 그룹 경영에 매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보인다.
7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대만에서 웨이저자 TSMC 이사회 의장(회장)과 임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함께 했다.
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장중머우(모리스 창) 창업자 퇴진 이후 류더인 회장과 공동으로 회사를 이끌다가 지난 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공식 선임된 인물이다.
최 회장은 “인류에 도움되는 AI 시대 초석을 함께 열어가자”고 제안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TSMC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6세대 HBM인 HBM4 개발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TSMC와 기술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하이닉스는 HBM4부터 성능 향상을 위해 베이스 다이 생산에 TSMC의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HBM4를 오는 2025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TSMC는 SK하이닉스의 HBM과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정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기술 결합도 최적화하고, HBM 관련 고객 요청에도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TSMC 외에도 대만 IT 업계 주요 인사들과 만나 AI와 반도체 분야 협업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최 회장은 이혼 항소심 판결 관련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일 그는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이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외에 엄혹한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며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고 했다.
입장문에서 최 회장은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AI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협력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에는 미국 새너제이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CEO를 만나 양사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최 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황 CEO와 찍은 사진과 함께 황 CEO가 ‘AI와 인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십을 위해’라고 적은 메시지도 공개하며 AI 반도체 선두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에 4세대인 HBM3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메모리 업체 중 가장 먼저 5세대인 HBM3E 8단 제품을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해외 출장은 한국 AI 반도체 산업과 SK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