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금융상품 광고의 적정성을 두고 시장의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품 홍보 문구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데다 서로가 경쟁사의 과도한 마케팅을 문제삼음으로써 흠집내기에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사들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금융투자협회의 정확한 규준 마련 및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부재 등도 주된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 신고 당한 곳은 '삭제', 나머지는 '그대로'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KODEX 미국배당+10% 프리미엄다우손즈 ETF’를 광고하면서 ‘제2의 월급’이란 표현을 사용해 투자자가 확정적인 수익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에서 운용하는 대부분의 상품들은 투자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상품들이다. 때문에 손실의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투자자에게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금투협의 취지다. 문제는 주의를 받은 삼성운용은 ‘제2의 월급’이라는 표현을 모두 삭제했지만 그외 금융사들의 광고 콘텐츠에는 이후에도 해당 표현을 그대로 사용 중인 경우가 다수였다는 점이다. (사진=금융투자협회의 '제2의 월급' 표현 주의 결정 이후 ACE미국배당다우존스 관련 ETF 관련 소개 내용을 수정한 한국투자신탁운용) 금투협의 주의 조치가 알려진 이후 자체적으로 관련 콘텐츠를 수정 또는 삭제한 곳은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신한자산운용 두 곳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ETF’ 블로그에 노출됐던 해당 표현을 삭제했고 신한운용도 유투브 채널에서 월급주는 ETF로 표현한 콘텐츠를 삭제했다. 하지만 다수의 금융사들은 자사 유투브 채널에 ‘배당주 투자, ETF로 제2의 월급 만드는 방법!’, ‘월배당 ETF, 텅장을 채워줄 제2의 월급’ 등 제목으로 사용된 영상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이들은 취재 요청 과정에서 확인한 뒤 해당 콘텐츠를 바로 삭제했다. 이들은 모두 “관련 내용에 대해 금투협으로부터 전달받지 못해 존재 자체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 자산운용사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상품광고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신고 대상이 된 해당사에 주의 조치 통보가 있을 뿐 관련 내용에 대해 협회 차원의 공지가 있거나 해당 표현이 포함된 경우 콘텐츠를 수정하라는 식의 통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신고당한 회사만 해당 표현을 삭제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기존 컨텐츠에 대해서까지 소급해서 면밀히 모니터링하지 않는 한 틈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처=금융투자협회 투자광고 심사 메뉴얼 및 사례집) ■ 어제는 되고, 오늘은 안 되는 오락가락 '기준' 투자광고에 대해 사전심사가 필요한 경우 금융사는 금융투자협회에 심사 과정을 거쳐 적격통보를 받은 뒤 심사필 표기 후 해당 광고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사 자체 유투브 채널이나 블로그 등은 준법감시인 심사를 거친 뒤 일괄적으로 협회의 사후 심사를 거치게 된다. 이를 위해 금투협에서는 각 금융사에 ‘금융투자협회 투자광고 심사 메뉴얼 및 사례집’을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배포된 자료는 2021년 9월 버전으로 이후 상품 시장이 훨씬 더 광범위해지고 광고도 증가했다. 게다가 해당 자료는 사례집일 뿐 모든 기준을 포함할 수 없어 추가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일례로 이달 초에는 미래에셋증권이 협회로부터 광고 문구 수정 권고를 받았다. 개인투자용 국채 관련 광고에서 ‘안전적인 투자상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것을 ‘안정적인’으로 수정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문제는 이 문구가 당초 금융투자협회의 심사에서는 통과됐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경쟁사에서 “세상에 안전한 투자자산은 없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하자 금투협은 다시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등을 감안해 ‘안정적’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협회 자체도 광고에 대해 정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아니다보니 여론이나 항의의 강도 등에 따라 최대한 논란을 피하려는 스탠스인 것 같다”며 “문제가 안 된다고 했던 표현이 신고 대상이 되면 금투협의 판단이 달라지기도 한다. 실제 불과 얼마전 승인받았던 단어인데 갑자기 수정하라고 통보가 오는 경우도 있어 기준을 잡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사진=금융투자업자의 허위 및 과장광고 목격시 이메일 및 전화로 신고하게 돼 있다. 금투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 '신문고' 형태 신고 절차 등 체계화 필요 그런가 하면 신고 절차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금융사의 광고 적정성에 대해 신고를 원할 경우 사이트상에 마련된 별도의 절차 없이 신고자가 협회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통해 개별 접수하도록 돼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감정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운용사 마케팅 담당자는 “신고된 내용과 협회의 판단, 신고 주체에 대한 대략적 확인 등에 대해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신문고처럼 더 체계적인 신고 및 통보 시스템이 갖춰질 필요가 있다”며 “주의 조치를 받으면 먼저 경쟁사를 의심하게 되고 신고자 역시 익명에 숨어 불명확한 기준의 헛점을 노려 신고를 일삼는 일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수정 조치에 대한 통보시 기본적인 형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광고 문구 수정 조치에 대한 통보가 공식적인 요구서 등이 아닌 전화로 구두 통보 오는 경우가 많다”며 “정확한 근거를 파악하기 어렵고 외근시 이같은 연락을 받으면 바로 확인하고 조치하기가 어려워 좀 더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 담당자는 중복 사용 우려가 있는 표현에 대해 협회의 조치 및 지침 등을 공유하는 방안과 관련해 “광고를 심사하는 것이 광고심사팀의 기본 업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광고 심의 메뉴얼에 따라 광고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고 메뉴얼 역시 제도 등이 크게 바뀌지 않은 상황이라 기존 버전을 그대로 사용 중”이라며 “각사 특성에 맞게 광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 공지를 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각 회원사 컴플라이언스 부서들을 대상으로 변경 사항이 있을 때 내용을 공유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열경쟁이 낳은 광고 논란? 금투협 책임은 없을까

경쟁사 흠집내기 위한 신고, 해볼 만하다는 이유
금투협, 광고 관련 조치시 공지 통해 일괄 적용 및 가이드라인 공유 필요
3년 전 배포된 메뉴얼...신고절차 체계화 목소리도

박민선 기자 승인 2024.06.17 15:00 | 최종 수정 2024.06.18 23:12 의견 0
(사진=연합뉴스)


금융상품 광고의 적정성을 두고 시장의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품 홍보 문구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데다 서로가 경쟁사의 과도한 마케팅을 문제삼음으로써 흠집내기에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사들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금융투자협회의 정확한 규준 마련 및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부재 등도 주된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 신고 당한 곳은 '삭제', 나머지는 '그대로'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KODEX 미국배당+10% 프리미엄다우손즈 ETF’를 광고하면서 ‘제2의 월급’이란 표현을 사용해 투자자가 확정적인 수익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에서 운용하는 대부분의 상품들은 투자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상품들이다. 때문에 손실의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투자자에게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금투협의 취지다.

문제는 주의를 받은 삼성운용은 ‘제2의 월급’이라는 표현을 모두 삭제했지만 그외 금융사들의 광고 콘텐츠에는 이후에도 해당 표현을 그대로 사용 중인 경우가 다수였다는 점이다.

(사진=금융투자협회의 '제2의 월급' 표현 주의 결정 이후 ACE미국배당다우존스 관련 ETF 관련 소개 내용을 수정한 한국투자신탁운용)


금투협의 주의 조치가 알려진 이후 자체적으로 관련 콘텐츠를 수정 또는 삭제한 곳은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신한자산운용 두 곳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ETF’ 블로그에 노출됐던 해당 표현을 삭제했고 신한운용도 유투브 채널에서 월급주는 ETF로 표현한 콘텐츠를 삭제했다. 하지만 다수의 금융사들은 자사 유투브 채널에 ‘배당주 투자, ETF로 제2의 월급 만드는 방법!’, ‘월배당 ETF, 텅장을 채워줄 제2의 월급’ 등 제목으로 사용된 영상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이들은 취재 요청 과정에서 확인한 뒤 해당 콘텐츠를 바로 삭제했다.

이들은 모두 “관련 내용에 대해 금투협으로부터 전달받지 못해 존재 자체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 자산운용사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상품광고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신고 대상이 된 해당사에 주의 조치 통보가 있을 뿐 관련 내용에 대해 협회 차원의 공지가 있거나 해당 표현이 포함된 경우 콘텐츠를 수정하라는 식의 통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신고당한 회사만 해당 표현을 삭제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기존 컨텐츠에 대해서까지 소급해서 면밀히 모니터링하지 않는 한 틈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처=금융투자협회 투자광고 심사 메뉴얼 및 사례집)


■ 어제는 되고, 오늘은 안 되는 오락가락 '기준'

투자광고에 대해 사전심사가 필요한 경우 금융사는 금융투자협회에 심사 과정을 거쳐 적격통보를 받은 뒤 심사필 표기 후 해당 광고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사 자체 유투브 채널이나 블로그 등은 준법감시인 심사를 거친 뒤 일괄적으로 협회의 사후 심사를 거치게 된다.

이를 위해 금투협에서는 각 금융사에 ‘금융투자협회 투자광고 심사 메뉴얼 및 사례집’을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배포된 자료는 2021년 9월 버전으로 이후 상품 시장이 훨씬 더 광범위해지고 광고도 증가했다. 게다가 해당 자료는 사례집일 뿐 모든 기준을 포함할 수 없어 추가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일례로 이달 초에는 미래에셋증권이 협회로부터 광고 문구 수정 권고를 받았다. 개인투자용 국채 관련 광고에서 ‘안전적인 투자상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것을 ‘안정적인’으로 수정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문제는 이 문구가 당초 금융투자협회의 심사에서는 통과됐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경쟁사에서 “세상에 안전한 투자자산은 없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하자 금투협은 다시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등을 감안해 ‘안정적’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협회 자체도 광고에 대해 정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아니다보니 여론이나 항의의 강도 등에 따라 최대한 논란을 피하려는 스탠스인 것 같다”며 “문제가 안 된다고 했던 표현이 신고 대상이 되면 금투협의 판단이 달라지기도 한다. 실제 불과 얼마전 승인받았던 단어인데 갑자기 수정하라고 통보가 오는 경우도 있어 기준을 잡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사진=금융투자업자의 허위 및 과장광고 목격시 이메일 및 전화로 신고하게 돼 있다. 금투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 '신문고' 형태 신고 절차 등 체계화 필요

그런가 하면 신고 절차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금융사의 광고 적정성에 대해 신고를 원할 경우 사이트상에 마련된 별도의 절차 없이 신고자가 협회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통해 개별 접수하도록 돼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감정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운용사 마케팅 담당자는 “신고된 내용과 협회의 판단, 신고 주체에 대한 대략적 확인 등에 대해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신문고처럼 더 체계적인 신고 및 통보 시스템이 갖춰질 필요가 있다”며 “주의 조치를 받으면 먼저 경쟁사를 의심하게 되고 신고자 역시 익명에 숨어 불명확한 기준의 헛점을 노려 신고를 일삼는 일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수정 조치에 대한 통보시 기본적인 형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광고 문구 수정 조치에 대한 통보가 공식적인 요구서 등이 아닌 전화로 구두 통보 오는 경우가 많다”며 “정확한 근거를 파악하기 어렵고 외근시 이같은 연락을 받으면 바로 확인하고 조치하기가 어려워 좀 더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 담당자는 중복 사용 우려가 있는 표현에 대해 협회의 조치 및 지침 등을 공유하는 방안과 관련해 “광고를 심사하는 것이 광고심사팀의 기본 업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광고 심의 메뉴얼에 따라 광고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고 메뉴얼 역시 제도 등이 크게 바뀌지 않은 상황이라 기존 버전을 그대로 사용 중”이라며 “각사 특성에 맞게 광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 공지를 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각 회원사 컴플라이언스 부서들을 대상으로 변경 사항이 있을 때 내용을 공유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