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맥주거리에서 '참이슬'을 즐기는 현지 소비자들. 사진=김성준 기자 #. “안녕하세요. 소주 사랑해요. 형, 한잔하고 가!” 베트남 하노이 맥주거리,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도 익숙한 한국말이 들려온다. 가게를 구경하며 걸을 때마다 들려오는 짧은 한국어들은 호객행위에도 반가움과 유쾌함이 들게 한다. “신 짜오(안녕하세요)”하고 베트남 인사말을 건네면 “와, 베트남말 할 줄 알아요?”하고 유창한 한국말이 다시 돌아와 서로 놀라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13일 오후 5시40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맥주거리는 손님을 맞기 위한 준비로 부산했다. 가게 앞을 꽉 채운 테이블에는 형형색색 메뉴판이 놓여 있고, 가게마다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평일 저녁에도 축제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거리를 걷다 보니 익숙한 인형탈도 눈에 띄었다. ‘진로’ 마스코트인 두꺼비다. 현지 직원들은 두꺼비와 함께 거리를 누비며 행인들과 사진을 찍고, 시음 기회를 제공하는 등 ‘진로’ 알리기에 열심이었다. 무더운 날씨에 일찌감치 자리 잡고 맥주를 마시는 관광객이 많았지만, 이따금 테이블 위에 소주를 올려둔 현지인도 찾아볼 수 있었다. 두 손으로 소주잔에 소주를 따르고, 잔을 ‘짠’ 부딪힌 뒤 단번에 술잔을 꺾어 입안에 털어 넣는 것까지 ‘한국식’ 이었다. ‘소맥’을 함께 마시는 현지인도 있었다. 메뉴판에는 ‘소주 와인’으로 표기된 ‘참이슬’이 위스키와 같은 줄에 그려져 있고, 소주 모양 홍보물을 들고 다니는 매장 직원도 눈에 띄었다. 하노이 맥주거리 내 '진로 비비큐' 매장 앞에서 '두꺼비'와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현지인들. 사진=김성준 기자 하노이 맥주거리에서 진로 비비큐 매장을 운영하는 김광욱 씨는 “현지에서도 소주와 삼겹살 등 고기를 많이 페어링해서 먹는다”라며 “과일소주와 일반소주 판매 비중은 7대 3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엔 소맥이란 말도 없어 직접 소맥 전파를 많이 했다”면서 “한국 드라마가 유명해지면서 이젠 소맥을 먹는 이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진로 비비큐’는 하이트진로에 아이디어를 제안해 이름을 빌려 쓰고 있는 한국식 주점이다. 삼겹살, 불고기에 떡볶이, 냉면까지 다양한 한식 안주를 ‘참이슬’과 함께 판매하고 있다. 현재 김 씨는 베트남에서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장별 하루 방문객 수는 100~200명에 이른다. 김 씨는 “매장을 찾는 고객이 대부분 베트남 현지인으로, 주로 20대 중후반 여성 직장인 고객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날 진로 비비큐에서 ‘참이슬’을 마시던 레티튀항씨는 “마트 시음 행사에서 (소주를) 처음 마셔보며 소주를 접하게 됐다”면서 “주로 바비큐나 튀긴 음식과 페어링해 먹는데, “피크닉을 가서 먹거나 요쿠르트와 섞어 마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 '후지마트'에 설치된 '진로' 전용매대. '참이슬' 외에 다양한 소주가 함께 진열돼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실제로 이날 방문한 현지 마트에서는 주류코너에 하이트진로 전용 매대가 설치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다양한 맛 과일 소주를 중심으로 여러 소주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는데, 참이슬 외에도 ‘태양’, ‘힘’, ‘아라’ 등 생소한 이름을 가진 제품도 함께 진열돼 있었다. 녹색 병과 한글로 적힌 제품명, 과일맛을 공통 분모로 삼은 유사 제품들이다. 특히 ‘현지 짝퉁 소주’라는 선입견과 달리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된 제품도 다수 포함돼 있어, 베트남 소주 시장의 성장성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현재 하노이에 거주 중인 교민 A씨는 “다양한 ‘참이슬’ 유사 제품이 출시돼 있지만, 현지인이나 교민이나 가격이 좀 더 비싸더라도 ‘참이슬’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노이로 한정하면 ‘참이슬’이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체감된다”고 말했다.

[르포] 곳곳에서 “소주 사랑해요”…베트남 현지 주류시장 가보니

하노이 맥주거리 곳곳서 한국어로 ‘소주’ 호객행위…메뉴판엔 대부분 ‘참이슬’
‘힙’한 이미지로 20대 여성 소비자 주로 찾아…과일소주·일반소주 비중 7대3
현지 마트엔 하이트진로 전용 매대도…“유사 제품 많지만 ‘참이슬’ 입지 굳건”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6.19 09:00 의견 0
하노이 맥주거리에서 '참이슬'을 즐기는 현지 소비자들. 사진=김성준 기자

#. “안녕하세요. 소주 사랑해요. 형, 한잔하고 가!” 베트남 하노이 맥주거리,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도 익숙한 한국말이 들려온다. 가게를 구경하며 걸을 때마다 들려오는 짧은 한국어들은 호객행위에도 반가움과 유쾌함이 들게 한다. “신 짜오(안녕하세요)”하고 베트남 인사말을 건네면 “와, 베트남말 할 줄 알아요?”하고 유창한 한국말이 다시 돌아와 서로 놀라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13일 오후 5시40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맥주거리는 손님을 맞기 위한 준비로 부산했다. 가게 앞을 꽉 채운 테이블에는 형형색색 메뉴판이 놓여 있고, 가게마다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평일 저녁에도 축제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거리를 걷다 보니 익숙한 인형탈도 눈에 띄었다. ‘진로’ 마스코트인 두꺼비다. 현지 직원들은 두꺼비와 함께 거리를 누비며 행인들과 사진을 찍고, 시음 기회를 제공하는 등 ‘진로’ 알리기에 열심이었다.

무더운 날씨에 일찌감치 자리 잡고 맥주를 마시는 관광객이 많았지만, 이따금 테이블 위에 소주를 올려둔 현지인도 찾아볼 수 있었다. 두 손으로 소주잔에 소주를 따르고, 잔을 ‘짠’ 부딪힌 뒤 단번에 술잔을 꺾어 입안에 털어 넣는 것까지 ‘한국식’ 이었다. ‘소맥’을 함께 마시는 현지인도 있었다. 메뉴판에는 ‘소주 와인’으로 표기된 ‘참이슬’이 위스키와 같은 줄에 그려져 있고, 소주 모양 홍보물을 들고 다니는 매장 직원도 눈에 띄었다.

하노이 맥주거리 내 '진로 비비큐' 매장 앞에서 '두꺼비'와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현지인들. 사진=김성준 기자

하노이 맥주거리에서 진로 비비큐 매장을 운영하는 김광욱 씨는 “현지에서도 소주와 삼겹살 등 고기를 많이 페어링해서 먹는다”라며 “과일소주와 일반소주 판매 비중은 7대 3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엔 소맥이란 말도 없어 직접 소맥 전파를 많이 했다”면서 “한국 드라마가 유명해지면서 이젠 소맥을 먹는 이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진로 비비큐’는 하이트진로에 아이디어를 제안해 이름을 빌려 쓰고 있는 한국식 주점이다. 삼겹살, 불고기에 떡볶이, 냉면까지 다양한 한식 안주를 ‘참이슬’과 함께 판매하고 있다. 현재 김 씨는 베트남에서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장별 하루 방문객 수는 100~200명에 이른다. 김 씨는 “매장을 찾는 고객이 대부분 베트남 현지인으로, 주로 20대 중후반 여성 직장인 고객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날 진로 비비큐에서 ‘참이슬’을 마시던 레티튀항씨는 “마트 시음 행사에서 (소주를) 처음 마셔보며 소주를 접하게 됐다”면서 “주로 바비큐나 튀긴 음식과 페어링해 먹는데, “피크닉을 가서 먹거나 요쿠르트와 섞어 마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 '후지마트'에 설치된 '진로' 전용매대. '참이슬' 외에 다양한 소주가 함께 진열돼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실제로 이날 방문한 현지 마트에서는 주류코너에 하이트진로 전용 매대가 설치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다양한 맛 과일 소주를 중심으로 여러 소주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는데, 참이슬 외에도 ‘태양’, ‘힘’, ‘아라’ 등 생소한 이름을 가진 제품도 함께 진열돼 있었다. 녹색 병과 한글로 적힌 제품명, 과일맛을 공통 분모로 삼은 유사 제품들이다. 특히 ‘현지 짝퉁 소주’라는 선입견과 달리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된 제품도 다수 포함돼 있어, 베트남 소주 시장의 성장성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현재 하노이에 거주 중인 교민 A씨는 “다양한 ‘참이슬’ 유사 제품이 출시돼 있지만, 현지인이나 교민이나 가격이 좀 더 비싸더라도 ‘참이슬’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노이로 한정하면 ‘참이슬’이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체감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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