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자료=연합뉴스)
정부가 저출산 대응을 위한 주거 지원정책 강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저출생 대응 관련 공급 물량을 늘리고 다자녀 가구 등 특별공급의 허들을 낮추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다만 서울과 지방에서의 특별공급 경쟁률을 들여다보면 실수요자들의 온도차가 느껴지는 만큼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저출생 대응 주거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가 특별공급 353세대 물량에 대한 특별접수를 진행한 결과, 14.7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서울시 마포구 '마포 자이 힐스테이트 라첼스'도 특별공급 213세대 모집를 진행하자 총 1만2535명이 신청하면서 평균 58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두 단지는 저출생 대응 관련(다자녀 가구·신혼부부·생애최초)으로 나온 물량들에서 미달이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3월 청약제도 개편과 함께 다자녀 기준이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구에서 2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구로 완화한 게 흥행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유형에 비해 외면받던 '다자녀' 유형에도 신청자가 몰리면서 경쟁률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실제로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는 다자녀 가구로 배정된 물량 70세대에 288명이 신청했고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는 42세대 모집에 1049명이 몰렸다.
이달 경기도에서도 다자녀 가구의 특별공급 흥행 단지가 잇따라 나왔다. 지난 8일 '동탄2신도시 동탄역 대방 엘리움 더 시그니처(C18BL)'에서는 다자녀 가구 물량으로 46세대가 나왔고 2171명이 신청했다. 앞서 1일 특별공급을 접수받은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는 다자녀 가구 대상 169세대 모집에 300명이 신청했다. 같은 날 '산성역 해리스톤'도 122가구 모집에 405명이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과 경기권을 중심으로 다자녀 가구 특별공급에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관찰되나 일부 지방에서는 다자녀 가구 유형에서 미달 단지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 8일에 '더샵 리오몬트'가 특별공급 접수에 나섰으나 다자녀 가구와 신혼부부 세대 물량이 미달됐다. 다자녀 가구 86세대에 14명만 신청했으며 신혼부부는 154가구를 모집했으나 48명 신청에 그쳤다.
앞서 지난 1일 특별공급을 접수한 '블랑 써밋 74'도 다자녀 가구 물량으로 98세대를 배정했으나 신청자는 9명에 불과했다. 하이엔드 브랜드 단지로 전용면적이 대부분 100㎡ 이상인 대형 평수인 탓에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에서 지난 5월 10일 특별공급 접수를 받은 '힐스테이트 황금역 리저브 1단지'는 다자녀 가구 유형에 14세대를 배정했으나 신청자가 전무했다. 신혼부부와 생애최초에도 28세대, 13세대가 배정됐으나 각각 2명, 4명 신청으로 미달됐다. 같은 시기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황금역 리저브 2단지'도 다자녀 가구 유형 18세대에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 신혼부부 대상 물량인 33세대에도 신청자가 없었다.
광주에서는 '광주 상무 퍼스티넘 스위첸'이 지난 8일 특별공급을 접수받았으나 다자녀 가구 22세대에 신청자를 한명도 받지 못했다. 신혼부부 31세대에는 1명만이 신청했으며 생애 최초 15세대에도 신청자가 8명에 그치며 미달됐다.
서울과 경기, 지방의 특별공급 청약 경쟁률의 온도차를 고려하면 청약 제도 개편에 따른 경쟁률 심화는 크게 우려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한국부동산원의 올해 민간 분양아파트 특별공급을 조사한 결과(6월 15일 기준)에 따르면 3월 청약제도 개편 이후 공급한 64개 단지의 특별공급 경쟁률은 평균 1.61대 1이다. 이는 제도 개편 전 특공 경쟁률인 1.67대 1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기존에 경쟁이 치열했던 지역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나 생애최초 주택 구입을 선택하는 대신 다자녀 가구 모집으로 몰리면서 수요가 분산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지역별 맞춤형 저출생 대응 주거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건설동향브리핑 966호'에 따르면 국내 저출생 대응을 위해 청약제도가 적극 활용되면서 공공분양 중 65%, 85㎡ 이하 민간 분양 중 37~52% 범위에서 저출생 대응 특별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물량 배분의 중요성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특별공급 경쟁률을 확인하면, 지방은 저출생 대응 특별공급에서 청약 미달 단지가 다수 발생한 반면 수도권 내 양호한 입지에서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다"라면서 "지역별 주택 수요의 규모와 종류가 달라 저출생 대응 정책 효과도 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수도권은 저출생 대응 물량 배분 중요성이 크고 지방은 양육친화적 주거환경 전반의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저출생 대응 주거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