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증시에 재출격한다. 2년간 몸 만들기를 마치고 다시 투자 시장에 도전하는 케이뱅크가 원하는 몸값은 최대 5조원. 하지만 케이뱅크를 바라보는 시장 참여자들의 셈법은 제각각이다. 여름 이후 한풀 꺾인 IPO시장 열기, 경계심을 내비치는 시장 분위기 속에서 1호 인뱅 케이뱅크의 증시 재도전은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진=케이뱅크)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오는 10일부터 16일까지 총 5영업일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에 들어간다. 수요예측이란 기관투자자가 발행회사의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를 참조해 공모주 희망 수량 및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발행회사와 대표 주관사의 협의 하에 최종 공모가격이 결정된다. 케이뱅크는 희망 공모가 최상단을 1만2000원으로 정했다. 이 경우 예상되는 시가총액은 5조3억원 규모다. 2022년 ‘경’ 단위 자금을 휩쓸며 IPO 역사를 새로 썼던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다. ■ '광풍' 식고 이성 찾은 IPO 시장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나 업종 특성 등을 감안했을 때 단순 기대감보단 경계심도 만만치 않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 분석이다. 케이뱅크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던 6월 말 당시만 해도 총 29건의 IPO 가운데 27건이 희망 공모가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가 산정되는 열풍을 보였다. 상단 초과폭도 평균 20%를 웃돌아 그야말로 ‘광풍’을 타고 날아다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여름 이후 열기는 한풀 꺾였다. 상반기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 수익률은 공모가 대비 평균 40~50% 떨어졌다. 2분기 IPO 기업들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은 83.1%로 1분기의 168%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상반기 전체 기준 124%를 기록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반기까지 공모주 상당수가 희망 예상가 상단을 넘어선 가격에 공모가가 정해지면서 기업가치 산정 적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을 정도였다면 최근 시장 온도는 상당히 이성적으로 돌아선 상태”라고 전해왔다. 그는 “이달 IPO 진행 기업 수가 많아 시장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은 흥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라면서 “조단위 공모인 만큼 물량 부담도 커 밸류에이션 평가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카뱅보다 비싼 케이뱅크? 몸값 적정성 설득 필요 관건은 역시 밸류에이션의 적정성이다. 2022년 7조~8조원대 상장을 목표로 추진했던 케이뱅크는 한차례 불발을 겪은 만큼 고평가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기업가치 산정에 집중했다. 케이뱅크는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피어그룹으로 국내 카카오뱅크를 포함해 글로벌 BaaS(서비스형 뱅킹)인 SBI스미신넷뱅크와 미국 뱅코프 등 3곳을 꼽았다. BaaS는 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한 금융회사가 라이선스를 보유하지 않은 비금융사에 은행 서비스 및 인프라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한다. 케이뱅크는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BR) 평균치를 기준으로 2.56배를 적용했다. 하지만 실질적 비교 대상으로는 카카오뱅크 정도가 현실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모가액 산정에 글로벌 피어도 포함됐지만 국내 은행 규제, 인터넷 은행 비즈니스라는 측면에서 피어 종목으로는 카카오뱅크와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지배주주순이익은 카카오뱅크 대비 낮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상장 당시 PBR 7배를 적용하면서 거품론이 제기됐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PBR은 1.66배 수준. 현재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상장했던 2021년 8월 최고점인 9만4400원 대비 77.4% 하락, 사실상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대부분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PBR이 1배 미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BaaS로서 산업적 경쟁력을 명확하게 설득시키지 못하는 이상 고평가 논란을 씻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상장 당시 가치평가에서 카카오라는 플랫폼 효과가 감안됐었지만 이후 사업 구조 확장이나 성장성 등에서 보이는 현실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국내 인뱅에 대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주기 어렵다”며 “산업 성장 스토리 상 오히려 케이뱅크가 이후 상장하는 토스 등에 기준이 돼야 하는 상황인데 밸류에이션에 대한 기관들의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수익구조 측면에서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한계다. 특히 케이뱅크에 ‘꼬리표’ 처럼 따라붙는 업비트에 대한 의존도는 장단점으로 지목돼 명확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배승 LS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익구조 측면에서 케이뱅크는 이자이익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고 비이자이익 비중은 미미하다”고 지적하며 “400만명 수준의 월간 활성사용자(MAU)를 감안했을 때 기업가치는 2조원대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IPO ‘재출격’ 케이뱅크, 5조원 회의론 배경은

PBR 2.56배 적용에 고평가 논란 불가피
"케이뱅크 MAU 기준 2조원대 불과" 평가도

박민선 기자 승인 2024.10.08 09:49 의견 0

케이뱅크가 증시에 재출격한다. 2년간 몸 만들기를 마치고 다시 투자 시장에 도전하는 케이뱅크가 원하는 몸값은 최대 5조원. 하지만 케이뱅크를 바라보는 시장 참여자들의 셈법은 제각각이다. 여름 이후 한풀 꺾인 IPO시장 열기, 경계심을 내비치는 시장 분위기 속에서 1호 인뱅 케이뱅크의 증시 재도전은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진=케이뱅크)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오는 10일부터 16일까지 총 5영업일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에 들어간다. 수요예측이란 기관투자자가 발행회사의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를 참조해 공모주 희망 수량 및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발행회사와 대표 주관사의 협의 하에 최종 공모가격이 결정된다.

케이뱅크는 희망 공모가 최상단을 1만2000원으로 정했다. 이 경우 예상되는 시가총액은 5조3억원 규모다. 2022년 ‘경’ 단위 자금을 휩쓸며 IPO 역사를 새로 썼던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다.

'광풍' 식고 이성 찾은 IPO 시장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나 업종 특성 등을 감안했을 때 단순 기대감보단 경계심도 만만치 않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 분석이다.

케이뱅크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던 6월 말 당시만 해도 총 29건의 IPO 가운데 27건이 희망 공모가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가 산정되는 열풍을 보였다. 상단 초과폭도 평균 20%를 웃돌아 그야말로 ‘광풍’을 타고 날아다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여름 이후 열기는 한풀 꺾였다. 상반기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 수익률은 공모가 대비 평균 40~50% 떨어졌다. 2분기 IPO 기업들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은 83.1%로 1분기의 168%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상반기 전체 기준 124%를 기록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반기까지 공모주 상당수가 희망 예상가 상단을 넘어선 가격에 공모가가 정해지면서 기업가치 산정 적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을 정도였다면 최근 시장 온도는 상당히 이성적으로 돌아선 상태”라고 전해왔다.

그는 “이달 IPO 진행 기업 수가 많아 시장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은 흥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라면서 “조단위 공모인 만큼 물량 부담도 커 밸류에이션 평가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카뱅보다 비싼 케이뱅크? 몸값 적정성 설득 필요

관건은 역시 밸류에이션의 적정성이다. 2022년 7조~8조원대 상장을 목표로 추진했던 케이뱅크는 한차례 불발을 겪은 만큼 고평가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기업가치 산정에 집중했다.

케이뱅크는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피어그룹으로 국내 카카오뱅크를 포함해 글로벌 BaaS(서비스형 뱅킹)인 SBI스미신넷뱅크와 미국 뱅코프 등 3곳을 꼽았다. BaaS는 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한 금융회사가 라이선스를 보유하지 않은 비금융사에 은행 서비스 및 인프라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한다. 케이뱅크는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BR) 평균치를 기준으로 2.56배를 적용했다.

하지만 실질적 비교 대상으로는 카카오뱅크 정도가 현실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모가액 산정에 글로벌 피어도 포함됐지만 국내 은행 규제, 인터넷 은행 비즈니스라는 측면에서 피어 종목으로는 카카오뱅크와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지배주주순이익은 카카오뱅크 대비 낮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상장 당시 PBR 7배를 적용하면서 거품론이 제기됐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PBR은 1.66배 수준. 현재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상장했던 2021년 8월 최고점인 9만4400원 대비 77.4% 하락, 사실상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대부분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PBR이 1배 미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BaaS로서 산업적 경쟁력을 명확하게 설득시키지 못하는 이상 고평가 논란을 씻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상장 당시 가치평가에서 카카오라는 플랫폼 효과가 감안됐었지만 이후 사업 구조 확장이나 성장성 등에서 보이는 현실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국내 인뱅에 대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주기 어렵다”며 “산업 성장 스토리 상 오히려 케이뱅크가 이후 상장하는 토스 등에 기준이 돼야 하는 상황인데 밸류에이션에 대한 기관들의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수익구조 측면에서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한계다. 특히 케이뱅크에 ‘꼬리표’ 처럼 따라붙는 업비트에 대한 의존도는 장단점으로 지목돼 명확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배승 LS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익구조 측면에서 케이뱅크는 이자이익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고 비이자이익 비중은 미미하다”고 지적하며 “400만명 수준의 월간 활성사용자(MAU)를 감안했을 때 기업가치는 2조원대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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