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이 가스터빈 초도호기 최종조립을 위해 로터 블레이드를 케이싱에 설치하고 있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원전 사업 호황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뜻하지 않은 난관을 만났다. 원전 사업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추진 중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과 관련해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원전 산업도 윤석열 정부가 흔들리면서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당장 시급한 과제인 합병안 통과에 집중하고 있다. 체코 원전 계약과 관련, 팀 코리아의 주축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체코 측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며 "내년 3월 계약 성사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밥캣·로보틱스 합병’ 주총 앞두고 ISS 반대…두산에너빌 “상법부터 오해” 반박
5일 두산에너빌리티에 따르면 최근 회사의 홈페이지에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안에 대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반대 의견을 낸 것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주주서한을 올렸다. ISS는 글로벌 기관투자가와 자산운용사에 의결권 관련 자문을 제공하는 민간 기업으로, 국내 상장사가 ISS에 의견에 반박문을 올린 건 이례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ISS는 최근 밥캣·로보틱스 합병이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 충돌이 있는 거래라며 독립된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서 검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일 박상현 대표 명의의 주주서한을 통해 “한국 상법에 대한 무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상법상 분할합병안은 이사회가 아니라 주주총회에서 논의될 사항”이라며 “주총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분할합병은 이사회 내 위원회에 위임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ISS는 중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며 합병 과정에서 두산밥캣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했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는 “합병 비율 산정 시 법적 기준에 관해 적정하게 평가했고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두산밥캣 주식의 가치를 최대한 높게 평가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두산밥캣 주식 가치 산정이 안진회계법인, 이촌회계법인, 우리회계법인 등 3개 회계법인의 평가를 거쳐 독립성과 공정성 수준이 높다”고 덧붙였다.
ISS와 달리 글래스루이스와 한국ESG기준원·한국ESG연구소는 밥캣·로보틱스의 분할합병에 찬성을 권고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밥캣·로보틱스의 합병을 통해 원전사업 설비 투자를 위한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밥캣·로보틱스도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 정부 ‘2050 원전산업 로드맵’ 추진력 잃어…한수원 “체코 원전 계약 문제없어”
이러한 가운데 원전 수주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주축으로 하고 두산에너빌리티가 참여하는 ‘팀 코리아’는 내년 3월 체코 원전 계약을 앞두고 현재까지는 문제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부의 중장기 원전산업 지원 방침이 힘을 잃을 수도 있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원전산업의 중장기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최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해지 이슈로 국회에서는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서 정부의 원전산업 중장기 전략도 추진이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앞서 한수원 주축의 ‘팀 코리아’는 지난 7월, 24조원대로 예상되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또한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30일에 경북 한수원에서 열린 ‘신한울 1·2호기 종합중공 및 3·4호기 착공’ 행사에도 참석해 원전사업에 힘을 더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기존 원전의 계속 운전과 해외 원전 수주, 국내 SMR 건설 추진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원전산업의 미래가 정치로 인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2050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고 ‘원전산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체코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에서 진행된 ‘한국·체코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에 윤석열 대통령(왼쪽 첫번째)과 체코 페트르 피알라 총리(오른쪽 첫번째)가 임석한 가운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두산에너빌리티 박지원 회장, 한국수력원자력 황주호 사장 등. (사진=두산에너빌리티)
현재까지는 체코 측에서 원전 계약 관련 별다른 얘기는 없어서 큰 변동은 없어 보인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정상적으로 추진해오던 협상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국가적으로 긍정적일 일이기 때문에 큰 변동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만 봐도 상원과 하원에서 95%가 원자력을 지금의 설비 용량을 3배로 늘리자고 하고 있다”며 “국제적으로도 탄소배출 등을 봤을 때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SMR(소형 모듈 원자로)이든 대형 원전이든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과거 정권에서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면서 두산그룹이 원전 사업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추진하던 ‘원전산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나 ‘2050 중장기 로드맵’도 추진이 불투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