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개발이 정비사업 판도를 바꾸고 있다. 주요 노선을 따라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교통망 개선에 따른 주거지 가치 상승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이른바 ‘GTX 벨트’가 부동산 시장의 새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일부 노선의 착공 지연과 사업성 불확실성도 함께 불거지며, 수혜지로 불리던 지역조차 시장 기대감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GTX-A 시운전 전철이 SRT수서역에서 동탄역을 향해 출발하고 있다. (사진=연합)

■ 수원, GTX-C 노선의 핵심 수혜지로 급부상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은 수원이다. 수원역 일대는 기존 1호선과 수인분당선이 교차하는 교통의 중심지로, GTX-C 노선이 개통되면 서울 강남권까지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구운1구역 재건축정비사업은 대표적인 수혜 지역으로, 롯데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프리미어 사업단)이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이 지역의 재건축 열기가 뜨겁다. 구운1구역은 지하 4층, 지상 39층 규모의 1990세대 아파트로, 향후 GTX-C 수원역과 신분당선 구운역 인근에 위치해 교통 수혜가 집중된다. 또한 8000평 규모의 대형 공원, 36층 스카이라운지, 특화된 외관 디자인 등을 통해 차별화된 랜드마크 단지로 개발될 전망이다.

롯데건설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된 수원 구운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관련 투시도. (사진=롯데건설)


■ 청량리·의정부·창동, ‘GTX 더블’ 혹은 복합 호재지

청량리도 GTX-B·C 노선이 모두 정차 예정인 ‘더블 수혜지’로 떠오르고 있다. 청량리역은 1호선, 분당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등이 교차하는 교통의 중심지다. GTX 두 노선이 추가됨으로써 수도권 전역으로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농동, 제기동 일대의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고, 최근 실거래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부 구역은 매매가가 5~1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부와 창동도 GTX-C 노선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역은 GTX-C 외에도 기존 1호선과 의정부경전철이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로 평가되고 있다. GTX 개통 후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의정부 민락지구와 회룡역 인근 정비사업도 교통 호재를 바탕으로 사업성이 높아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창동은 GTX-C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창동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등 복합 개발 호재를 갖추고 있어 향후 서울 동북권의 새로운 주거 중심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 대형 건설사, GTX 주변 정비사업 수주전 가열

GTX 노선이 본격화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은 GTX 노선 주변의 정비사업지에서 프리미엄 설계와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 등을 내세우며 수주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은 최근 신반포4차 재건축을 단독 수주하며 프리미엄 브랜드 ‘래미안’의 강점을 입증해 보였다. 삼성물산은 고급화된 설계와 브랜드파워로 강남권 재건축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물산이 최근 단독 수주한 신반포4차 재건축 '래미안 헤리븐 반포'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롯데건설과 현대건설도 수원 구운1구역을 비롯한 다양한 GTX 인접 재건축 사업에서 공동으로 참여하며 강한 수주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는 초고층 설계와 대형 커뮤니티, 공원형 단지 등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세우며 수주에 성공했다. 양사는 향후 GTX-C 노선 외에도 다른 노선 인근 수주를 목표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스마트홈, 인공지능(AI) 기반 기술, 친환경 자재 등을 앞세워 GTX 연계 정비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서울·수도권은 물론 지방 대도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ESG 기반 설계를 적용한 고급 단지 제안에 주력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푸르지오’ 브랜드를 앞세워 GTX 노선 인접 중소형 재건축 시장을 공략 중이다. 양주 ‘푸르지오 센터파크’, 의정부 ‘푸르지오 클라시엘’, 군포1구역 재개발 등에서 실수요 맞춤형 설계와 조경 특화 전략을 통해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 GTX-B·C 지연 복병…“수혜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

하지만 착공 지연이라는 복병이 GTX 연계 정비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GTX-B와 C 노선은 착공 기념식을 개최한 지 1년이 넘었지만, 민자사업 구간을 중심으로 아직 본공사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GTX-B 노선은 재정사업 구간(용산-상봉)을 제외한 인천대입구-용산, 상봉-마석 구간의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C노선은 전 구간이 민자사업으로 구성돼 사업비 재조정 협의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초 목표였던 2028년(C노선), 2030년(B노선) 개통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 지연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GTX-B 종점인 인천 송도와 남양주 마석역 인근은 최근 1년간 아파트값이 소폭 하락했고, GTX-C 노선이 지나는 인덕원역 일대도 실거래가 기준으로 수천만원 가까이 하락한 단지들이 다수 확인됐다. 반면 지난해 말 GTX-A 일부 구간이 개통된 경기 파주 운정중앙역 인근에서는 단지 실거래가가 상승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GTX는 교통 인프라로서 기대감이 매우 높은 사업이지만, 개통까지의 불확실성과 착공 지연은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노선별 사업 추진의 가시화와 일정 공개 등 실질적인 행정 신호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