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부터). (사진=각 사)
경영권 분쟁으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의결권 가진 주주확정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가 오는 20일 예정된 가운데 지분 매입 경쟁과 주주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여론전이 거세지고 있다.
MBK는 최근 금감원장이 “시장에 비전 설득 없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안 등의 설명회를 가졌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대차거래 주장에 고소, 고발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0일 MBK파트너스 측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 관련 설명에 나섰다. 내년 1월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앞두고 MBK는 고려아연의 주주가치 회복을 위해 최윤범 회장을 둘러싼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최 회장 개인의 독단 경영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집행임원제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전문 경영 체제를 도입하겠다”며 “고려아연의 거버넌스를 선진적인 시스템으로 바꿔, 집행임원에 의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업무 집행이 가능케 하고, 감독형 이사회가 효과적인 업무 감독과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MBK는 또한 고려아연의 주식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를 낮추고 주식수를 늘린다는 구상도 설명했다.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은 소각하고 정례적으로 배당 정책을 결의해 공시하겠다는 것이다. 매 회계연도 말 기준 가중평균자본비용, 자기자본비용, 자기자본수익률 등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평가와 개선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정기 주총에 제출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MBK가 이러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은 것은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해 사모펀드의 기존 투자 지평을 넘는 장기 비전을 갖고 있다고 시장이나 당국을 설득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MBK 측은 전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향해 공개매수로 보유한 자사주 12.27%에 대해 대차거래를 통해 의결권을 살릴 수 있다며 자사주 전체 소각을 요구했다.
또한 MBK는 고려아연이 ㈜한화 지분 7.25%를 한화에너지에 매각한 거래에 대해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를 공개하라고도 했다. ㈜한화 지분 매각 가격이 취득가보다 낮아 헐값에 넘겼다고는 주장이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대차거래를 검토한 바 없다”며 “MBK와 영풍 측이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상황을 임의로 만들어 확산시켜 고려아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화와 거래에 대해서도 고려아연은 “상법과 내부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 거래를 진행했다”며 “출처조차 알 수 없고 근거조차 없는 허위사실을 생산, 가공해 배포하고선 아니면 말고식 의혹 제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과거 MBK와 고려아연이 체결한 비밀유지계약(NDA)을 어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MBK가 지난 2022년 5월 고려아연과 체결한 NDA를 어겼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MBK가 고려아연과 NDA가 유효한 기간에 영풍 측과 손잡고 올해 초부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준비했다는 정황이 드러날 경우 법적 처벌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내년 1월23일 임시 주총을 연다. 이를 앞두고 이달 20일까지 의결권을 가진 권리 주주확정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를 진행한다. 이에 양측의 지분 확보를 위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현재까지 양측의 지분은 MBK와 영풍 측은 39.83%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17.5%로, 최 회장 측의 우호적인 추정 지분까지 하면 약 35%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양측의 지분 격차는 약 5%p다.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하고 있어 캐스팅보트(결정표)를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