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05층에서 55층 2개동으로 설계안을 변경해 제출했다가 또 다시 철회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의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조감도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추진 중인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의 새 설계안 제출이 지연되면서 공사가 해를 넘기게 됐다. 최고 층수 변경을 둘러싼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으며, 올해도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설계안 조정과 공공기여 협상 문제로 공사 일정은 더욱 늦어질 전망이다. ■ 현대차, GBC 새 설계안 연내 제출 못지켜…서울시 “기존대로 105층 유효” 9일 현대차그룹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새 GBC 설계안 제출이 늦춰질 것 같다고 서울시에 제출했다. 지난해에 연내 새 설계안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못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전에 공개했던 조감도를 바탕으로 아직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7월 GBC 55층 건립안을 철회하고 연내 새 설계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2월에는 GBC를 기존 105층 1개 동에서 55층 2개 동으로 짓겠다고 설계 변경안을 제출했다. 서울시는 GBC를 기존 105층에서 55층으로 변경하면 공공기여를 포함해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기준으로 현대차 측이 55층 변경안을 철회했기 때문에 기존 105층 계획안은 유효하다고 서울시는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대차가 설계안을 접수하면 사전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105층 계획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서울시와 다른 입장이다. 초고층에서 55층 두 동으로 계획을 바꾼 데는 공사비 등 비용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GBC를 260m 이상으로 짓게 되면 수조원대로 예상되는 군 레이더 설치와 관리 비용을 현대차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에 공개한 변경안인 55층 높이는 242m로, 260m를 넘지 않았던 점도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 오세훈 시장 “절반 낮췄다면 걸맞은 논의”…현대차 “수천억 공공기여 부담” 55층 높이로 설계안을 변경한다면 공공기여에 대해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게 서울시의 강력한 주장이다. 105층으로 지을 경우 공공기여분을 할인해줬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현대차는 55층 변경안도 철회하고 설계안을 다시 제출하겠다며 한발 물러나 고심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1일 서울시 기자간담회에서 오세훈 시장은 공공기여분에 대한 재협상 입장을 강조했다. 당시 오 시장은 “100층을 90층으로 낮춘다는 수준이 아니라, 하나 짓는 것을 몇 개로 나누고 층수는 절반 이하로 줄인다는 것이기에 같은 계획일 수 없다”면서 “다른 계획을 세웠다면 그에 걸맞은 논의를 새롭게 하는 게 상식일 것”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GBC 105층 계획이 랜드마크로서의 상징성을 지닌다는 점을 고려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에 따라 기부채납액을 할인해줬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GBC를 위해 성수동 뚝섬 부지 용도도 상업지구로 변경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도 마련했다. 실제로 GBC가 지어지는 옛 한전부지 매입 당시에도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감사원은 서울시가 GBC 용적률을 높인 것과 관련 “현대차그룹이 이행해야 하는 공공기여분 1조9827억원 중 2336억원을 면제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이제 와서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공공기여를 더 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측은 “기존 공공기여액이 약 1조7000억원 수준이었으나,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하면 2조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GBC 설계를 105층에서 55층 2개 동으로 변경한 결정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GBC의 새 수장으로 기존 김걸 전 현대차 기획조정실장 대신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이 임명된 것은 정 회장이 이 사안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층 GBC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이었음에도 설계를 변경하려는 결단은 그만큼 공사비 등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지난해 미국 시장 대응을 위한 조지아공장이나 싱가포르 미래차 연구단지 등을 건립하는 데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서 부담은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현대차와 서울시의 GBC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 시장의 임기가 1년6개월 정도 남은 점도 협상 지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늦어지는 현대차 'GBC' 새 설계안, 서울시와 이견도 여전

'연내 설계안 제출' 못 지켜…최고층 대안 못 찾은 듯
105층→55층, 정의선 회장 의중…GBC 새 수장 장재훈
오세훈 시장, 공공기여 재협상 압박…"바꿨으면 재협상"
현대차, 조지아·싱가포르에 집중…비용 부담에 GBC 후순위

손기호 기자 승인 2025.01.09 15:52 | 최종 수정 2025.01.09 17:55 의견 0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05층에서 55층 2개동으로 설계안을 변경해 제출했다가 또 다시 철회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의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조감도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추진 중인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의 새 설계안 제출이 지연되면서 공사가 해를 넘기게 됐다. 최고 층수 변경을 둘러싼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으며, 올해도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설계안 조정과 공공기여 협상 문제로 공사 일정은 더욱 늦어질 전망이다.

■ 현대차, GBC 새 설계안 연내 제출 못지켜…서울시 “기존대로 105층 유효”

9일 현대차그룹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새 GBC 설계안 제출이 늦춰질 것 같다고 서울시에 제출했다. 지난해에 연내 새 설계안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못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전에 공개했던 조감도를 바탕으로 아직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7월 GBC 55층 건립안을 철회하고 연내 새 설계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2월에는 GBC를 기존 105층 1개 동에서 55층 2개 동으로 짓겠다고 설계 변경안을 제출했다.

서울시는 GBC를 기존 105층에서 55층으로 변경하면 공공기여를 포함해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기준으로 현대차 측이 55층 변경안을 철회했기 때문에 기존 105층 계획안은 유효하다고 서울시는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대차가 설계안을 접수하면 사전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105층 계획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서울시와 다른 입장이다. 초고층에서 55층 두 동으로 계획을 바꾼 데는 공사비 등 비용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GBC를 260m 이상으로 짓게 되면 수조원대로 예상되는 군 레이더 설치와 관리 비용을 현대차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에 공개한 변경안인 55층 높이는 242m로, 260m를 넘지 않았던 점도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 오세훈 시장 “절반 낮췄다면 걸맞은 논의”…현대차 “수천억 공공기여 부담”

55층 높이로 설계안을 변경한다면 공공기여에 대해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게 서울시의 강력한 주장이다. 105층으로 지을 경우 공공기여분을 할인해줬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현대차는 55층 변경안도 철회하고 설계안을 다시 제출하겠다며 한발 물러나 고심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1일 서울시 기자간담회에서 오세훈 시장은 공공기여분에 대한 재협상 입장을 강조했다. 당시 오 시장은 “100층을 90층으로 낮춘다는 수준이 아니라, 하나 짓는 것을 몇 개로 나누고 층수는 절반 이하로 줄인다는 것이기에 같은 계획일 수 없다”면서 “다른 계획을 세웠다면 그에 걸맞은 논의를 새롭게 하는 게 상식일 것”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GBC 105층 계획이 랜드마크로서의 상징성을 지닌다는 점을 고려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에 따라 기부채납액을 할인해줬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GBC를 위해 성수동 뚝섬 부지 용도도 상업지구로 변경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도 마련했다.

실제로 GBC가 지어지는 옛 한전부지 매입 당시에도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감사원은 서울시가 GBC 용적률을 높인 것과 관련 “현대차그룹이 이행해야 하는 공공기여분 1조9827억원 중 2336억원을 면제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이제 와서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공공기여를 더 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측은 “기존 공공기여액이 약 1조7000억원 수준이었으나,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하면 2조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GBC 설계를 105층에서 55층 2개 동으로 변경한 결정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GBC의 새 수장으로 기존 김걸 전 현대차 기획조정실장 대신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이 임명된 것은 정 회장이 이 사안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층 GBC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이었음에도 설계를 변경하려는 결단은 그만큼 공사비 등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지난해 미국 시장 대응을 위한 조지아공장이나 싱가포르 미래차 연구단지 등을 건립하는 데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서 부담은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현대차와 서울시의 GBC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 시장의 임기가 1년6개월 정도 남은 점도 협상 지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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