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왼쪽)와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대표가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각 사)
전세계적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시장이 커지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ADC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두 기업은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2025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이하 2025 JPM)에 참가해 공통적으로 ADC 분야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지목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5 JPM의 메인 행사장인 그랜드볼룸에서 ADC 분야 본격 진출을 발표했다. ADC는 항체와 약물을 접합시켜 암세포를 주변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표적으로 삼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타격, 사멸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ADC 전용 생산시설을 완공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에 위치한 이 생산시설은 4층 구조로 설계됐으며 500리터 접합 반응기와 정제 1개 라인이 구축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항체 의약품 CDMO 역량을 기반으로 ADC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겠다는 게 목표다.
또한 12개월 안에 세포주 개발 단계부터 ADC 원료 의약품(DS) 생산까지 마칠 수 있는 타임라인에 맞춰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2027년 1분기까지 ADC 완제의약품(DP) 전용 라인을 마련하고 2027년 10월에는 아시아 시장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완전 자동화된 사전충전형주사기(PFS) 생산설비를 구축해 DP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떠오르는 ADC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2027년 1분기를 목표로 ADC 완제 의약품 생산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기술 보유 기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국내 바이오기업 에임드바이오와 스위스 아라리스 바이오텍에 투자했고 지난해엔 미국 브릭바이오에 투자했다. 이달 초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ADC 개발 기업 리가켐바이오와 올해 3건 이상의 ADC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같은 날 셀트리온 역시 행사에서 후 성장을 견인할 핵심 축으로 ADC와 다중항체 신약개발을 꼽았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과 장남 서진석 경영사업부 대표가 연자로 나서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일정을 공개했다. 먼저 지난해 월드ADC에서 최초 공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CT-P70', 방광암 치료제 'CT-P71' 등 기존 치료제를 개선한 바이오베터 ADC 신약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 치료제에는 셀트리온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공동 개발한 신규 페이로드(세포 독성 항암제) ‘PBX-7016’을 활용한다. 셀트리온은 PBX-7016 플랫폼을 기반으로 CT-P70와 CT-P71을 같은 기전 치료제 중 가장 우수한 효능을 자랑하는 계열 내 최고 신약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 이중 표적을 타깃 할 수 있는 ‘이중 특이적 ADC’와 페이로드 조합을 통해 치료 효과 극대화하는 ‘듀얼 페이로드 ADC’에 대한 순차적 개발도 진행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오는 2028년까지 ADC 분야에서 9개, 다중항체 분야에서 4개 등 총 13개 후보물질에 대한 IND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ADC 신약 CT-P70, CT-P71, CT-P73과 다중항체 신약 CT-P72는 올해 IND 제출을 완료한다. 내년에는 ADC 신약 2건과 다중항체 신약 2건을, 2027년에는 ADC 신약 3건, 2028년에는 ADC 신약 1건과 다중항체 신약 1건의 IND 제출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국내 바이오 업계를 이끌어가는 두 기업이 ADC에 주목하게 된 배경에는 기존 화학요법보다 뛰어난 효능이 있다.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는 종양 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기 때문에 각종 부작용을 일으킨다. 항암제로서의 효과는 좋지만 암세포 선택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ADC는 약물을 특정 암세포에 전달해 보다 효율적으로 암세포를 파괴하는 작용 기전을 갖고 있다.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가 융단폭격 미사일이라면 ADC는 유도미사일에 비유된다. 또한 암환자 역시 증가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ADC 시장 규모는 2023년 100억달러(약 14조5700억원)에서 2028년 280억달러(약 40조8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ADC 의약품은 아직 15종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화학요법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ADC 연구개발에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JPM에서 ADC에 대한 관심을 확인한 만큼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에 성공하면 한국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