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서울시는 건설업 등록말소와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예고했지만, 과거 광주 학동 사고에서 처벌을 피해갔던 사례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 ■ 반복되는 대형사고, 건설업계의 민낯 21일 광주지방법원 형사11부(고상영 부장판사)에 따르면, 전날(20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HDC현산, 하청업체 가현건설, 감리업체 광장 등 법인 3곳과 임직원 17명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HDC현산 현장 책임자와 가현 현장소장에게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 외에도 공사 부실과 관련해 HDC현산과 가현 측 관계자들에게 징역 1년 6개월에서 3년의 실형 또는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법인별로는 HDC현산 5억원, 가현 3억원, 광장 1억원의 벌금형이 부과됐다. HDC현산 전 대표이사 등 경영진 3명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고로, 직접적인 주의 의무는 없다”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항소심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22년 1월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불과 1년 전인 2021년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철거 사고에 이어 또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건물이 붕괴돼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일어났다. 반복되는 사고는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 부실과 대형 건설사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 셈이다. ■ 서울시 행정처분 급물살…과거 처분 회피 반복될 가능성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1심 선고에서 일부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서울시가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2021년 광주 학동 재개발 사고 당시 실질적 처벌을 벌금으로 대체하는 등 회피한 전례가 있어서, 이번에도 책임 회피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21년 광주 학동 재개발 사고로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과 부실시공 문제가 지적되며 영업정지 처분 위기에 놓였지만, 당시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은 과징금 4억원으로 대체됐다. 또 부실시공에 따른 영업정지는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처벌이 무산됐다. 서울시는 이번에 1심 판결이 난 지난 2022년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건에 대해서 중대재해처럽 등 행정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건설업관리팀의 박성규 팀장은 “1심 선고 후 판결문을 검토해서 중대재해 등 행정처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업 등록말소 또는 최대 1년 영업정지를 권고했으며, 서울시는 1심 판결에서 HDC현산의 책임이 명확히 드러난 만큼 처분 수위를 논의 중이다. 하지만 과거 학동 사고 때와 같이 과징금 대체나 집행정지 신청 등으로 처벌이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복잡한 하도급 등 건설업계 구조적 문제…“직접시공의무도 개선 필요” 지적 HDC현대산업개발과 같은 대형 건설사들의 사고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안전보다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관행, 복잡한 하도급 구조, 그리고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는 정부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직접시공 의무제도를 통해 이러한 구조적 문제와 관행을 개선하려 하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시공 중인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 모습 (사진=연합) 건설업계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직접시공 의무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부터 지자체 발주 30억원 이상 공사에 직접시공 비율을 평가에 반영하는 ‘직접시공 평가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하도급 실적 중심의 기존 제도와 충돌하면서 지역건설업 위축과 운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이날 내놓은 ‘직접시공의무제도의 쟁점과 합리적 개선 방안(김민주 외)’ 연구보고서에서 “하도급 실적에 가점을 부여하는 현행 제도를 개정하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현장은 수주에 따라 인력이 고용되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공사 품질 저하와 공기 연장 같은 문제가 빈번히 발생한다. 이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식 슈퍼인텐던트 제도를 제안하며, 숙련된 관리자가 공사 감독과 인력 운영을 총괄하도록 함으로써 현장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있다”고 제시했다.

'붕괴사고 유죄' HDC현산…행정처분 피할까?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 1심 유죄…서울시 행정처분 급물살
2021년 학동 사고 땐 영업정지를 4억원 벌금 대체 등 ‘회피’
건설업 구조적 문제 지적…“직접시공 의무제도 개선 필요”

손기호 기자 승인 2025.01.21 14:39 의견 0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서울시는 건설업 등록말소와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예고했지만, 과거 광주 학동 사고에서 처벌을 피해갔던 사례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

■ 반복되는 대형사고, 건설업계의 민낯

21일 광주지방법원 형사11부(고상영 부장판사)에 따르면, 전날(20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HDC현산, 하청업체 가현건설, 감리업체 광장 등 법인 3곳과 임직원 17명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HDC현산 현장 책임자와 가현 현장소장에게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 외에도 공사 부실과 관련해 HDC현산과 가현 측 관계자들에게 징역 1년 6개월에서 3년의 실형 또는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법인별로는 HDC현산 5억원, 가현 3억원, 광장 1억원의 벌금형이 부과됐다.

HDC현산 전 대표이사 등 경영진 3명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고로, 직접적인 주의 의무는 없다”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항소심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22년 1월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불과 1년 전인 2021년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철거 사고에 이어 또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건물이 붕괴돼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일어났다. 반복되는 사고는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 부실과 대형 건설사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 셈이다.

■ 서울시 행정처분 급물살…과거 처분 회피 반복될 가능성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1심 선고에서 일부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서울시가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2021년 광주 학동 재개발 사고 당시 실질적 처벌을 벌금으로 대체하는 등 회피한 전례가 있어서, 이번에도 책임 회피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21년 광주 학동 재개발 사고로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과 부실시공 문제가 지적되며 영업정지 처분 위기에 놓였지만, 당시 하수급인 관리 의무 위반은 과징금 4억원으로 대체됐다. 또 부실시공에 따른 영업정지는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처벌이 무산됐다.

서울시는 이번에 1심 판결이 난 지난 2022년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건에 대해서 중대재해처럽 등 행정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건설업관리팀의 박성규 팀장은 “1심 선고 후 판결문을 검토해서 중대재해 등 행정처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업 등록말소 또는 최대 1년 영업정지를 권고했으며, 서울시는 1심 판결에서 HDC현산의 책임이 명확히 드러난 만큼 처분 수위를 논의 중이다.

하지만 과거 학동 사고 때와 같이 과징금 대체나 집행정지 신청 등으로 처벌이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복잡한 하도급 등 건설업계 구조적 문제…“직접시공의무도 개선 필요” 지적

HDC현대산업개발과 같은 대형 건설사들의 사고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안전보다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관행, 복잡한 하도급 구조, 그리고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는 정부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직접시공 의무제도를 통해 이러한 구조적 문제와 관행을 개선하려 하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시공 중인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 모습 (사진=연합)


건설업계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직접시공 의무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부터 지자체 발주 30억원 이상 공사에 직접시공 비율을 평가에 반영하는 ‘직접시공 평가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하도급 실적 중심의 기존 제도와 충돌하면서 지역건설업 위축과 운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이날 내놓은 ‘직접시공의무제도의 쟁점과 합리적 개선 방안(김민주 외)’ 연구보고서에서 “하도급 실적에 가점을 부여하는 현행 제도를 개정하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현장은 수주에 따라 인력이 고용되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공사 품질 저하와 공기 연장 같은 문제가 빈번히 발생한다. 이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식 슈퍼인텐던트 제도를 제안하며, 숙련된 관리자가 공사 감독과 인력 운영을 총괄하도록 함으로써 현장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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