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자체 개발 제품으로 기회의 땅이라 불리는 중동을 공략해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높은 경제 성장률과 급격한 문화개방, 여기에 K-뷰티 인기까지 더불어 미용성형에 관심이 커진 중동 시장이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웅제약은 자사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식 출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는 국가로 문화 개방 후 미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품목 허가 심사 외에도 현지 규제 기관인 사우디아라비아 식품의약국(SFDA)으로부터 엄격한 품질 심사를 완료해야 시판이 가능하다.
대웅제약은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이 미국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캐나다 보건부(Health Canada)에서 보툴리눔 톡신 품목 허가를 잇따라 획득한 노하우와 우수한 품질력·안전성을 인정받은 결과로 향후 대웅제약의 중동 시장 선점에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휴젤은 지난달 20일 아랍에미리트(UAE) 보건당국으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의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4월 말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지 유통·판매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강력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메디카 그룹이 담당한다. 특히 2023년 UAE에서 승인받아 판매 중인 HA 필러 ‘리볼렉스(국내 제품명 더채움)’와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주요 중동 국가에서도 톡신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내 최초 보툴리눔 톡신인 메디톡신을 발매한 메디톡스는 일찌감치 중동시장을 주목해 현지 공장까지 설립을 추진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디톡스는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판매중인 메디톡신으로 시장 점유율 25%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UAE 보건당국으로부터 HA 필러 ‘뉴라미스 딥 리도카인’, ‘뉴라미스 볼륨 리도카인’ 2종의 품목허가를 승인받았다. UAE 현지 파트너사 ‘비엔디 바이오’와 협업을 통해 뉴라미스의 현지 인지도 향상에 주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UAE 두바이에 보툴리눔 톡신 생산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메디톡스는 2023년 두바이사이언스파크와 현지에 톡신 완제품 공장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공장이 건설된다면 할랄 인증을 받은 세계 유일의 보툴리눔 톡신이자 해외에 톡신 생산 시설을 보유한 국내 첫 기업이 된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중동지역을 주목하는 데는 중동과 아프리카가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다섯번째로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동 지역 뷰티 시장 규모는 2023년 389억 7030만 달러로 2년 동안 40% 이상 급성장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 정책 이후 여성 의복 규제 완화와 문화 개방으로 미용·성형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조사기관 어스튜트 애널리티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용·성형 시장이 2023년 11조5000억원에서 2032년 27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의 문화개방과 K-뷰티 열풍이 맞물리면서 한국 제품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에는 못미치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 기업들의 진출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