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넥슨)

국내 게임업계가 AI 기술을 활용한 라이브 서비스 운영, AI 캐릭터 제작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기존의 보조적인 역할을 넘어 주요 업무 영역에도 AI가 점차 도입되는 추세다.

특히 게임은 음악, 그래픽 등 수많은 분야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인만큼, AI를 활용한 발전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기술의 한계로 일부 분야에서는 성과가 부족하지만, 게임사들도 적극적으로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보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AI 조직 성과 나오나…종합 게임 솔루션·AI 캐릭터 '눈길'

그간 게임사들은 사내 AI 전담 조직을 구성해 관련 기술 역량을 쌓아왔다. AI를 활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게임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매출 4조원을 돌파한 업계의 '맏형' 넥슨은 AI 조직 '인텔리전스랩스'을 운영하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AI·데이터 분석 전문 인력 800명으로 구성된 AI 전담조직이다.

넥슨은 올해 '인텔리전스랩스'에서 개발한 종합 게임 개발·운영 솔루션 '게임스케일'의 상용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스케일'은 게임의 개발, 출시, 라이브 서비스까지 모든 단계를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30여년 동안 넥슨이 쌓아온 개발·운영 노하우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스케일'의 핵심은 데이터 분석 기능이다. 이용자들의 행동 패턴을 AI로 분석해 게임 내 특이사항이 생기면 곧바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결제·아이템 구매 구간을 파악한 뒤 게임사에게 맞춤형 마케팅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넥슨 관계자는 "게임 밸런스를 조정하고 최적화하기 위해 생성형 AI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의 신작 '인조이'. (사진=크래프톤)

지난해 매출 2조7098억원, 영업이익 1조1825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둔 크래프톤 역시 AI에 진심인 게임사 중 하나다. 크래프톤은 지난 2021년부터 AI 기술 확보를 위해 R&D(연구개발), 인력 확보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왔다.

이 같은 투자는 점차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1월 열린 IT 전시회 'CES 2025'에서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AI 캐릭터 CPC(Co-Playable Character)를 선보였다. CPC는 기존 NPC와 달리 이용자와 대화하고 협력하며, 사람처럼 상황을 인식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당 기술은 오는 28일 출시되는 신작 '인조이'에 적용되며, 향후 대표작 '배틀그라운드'에도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크래프톤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도 모색 중이다. 이와 관련해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달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게임 특화 AI 모델 최적화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오픈AI가 고품질 LLM 플래그십 모델로 클라우드 기반 고품질 CPC를 제공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소형 모델(SLM)로도 게임에 특화해 조정할 수 있는지 이야기했다"며 "현재 실무단 차원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의 생성형 AI모델 '바르코'. (사진=엔씨소프트)

비게임 분야의 진출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엔씨소프트는 AI를 활용한 B2B 시장을 공략하는 중으로, 최근 사내 AI 연구조직 '엔씨 리서치'를 'NC AI'로 분사하며 적극적인 사업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현재 NC AI는 패션 분야로의 진출을 추진 중이다. 패션회사가 신상품을 기획할 때 생성형 AI로 시안을 제작하도록 돕는 등 시각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AI 학습용 '패션 제품 용어집'을 협력사와 공동 제작하고, 관련 패션 정보를 자동으로 표시해주는 AI 기술을 연구하는 중이다.

신규 사업을 위한 기술력도 무르익었다는 평가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업계에서 유일하게 자체 AI 모델 '바르코'를 보유하고 있다. '바르코'는 국내 모델 중 한국어 데이터 분야에서는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한국의 '딥시크'가 될 가능성을 가진 모델로 '바르코'를 꼽은 바 있다.

콘텐츠 영역은 '글쎄'…게이머 반감 극복 숙제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콘텐츠 영역에서의 성과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다수 게임사들이 AI를 내부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용도로 활용하고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게이머들이 AI의 '환각 효과(잘못된 정보 생성)'나 특유의 그래픽 효과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어, AI 기술이 게임 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AI로 생성된 캐릭터가 게임의 몰입도를 해친다는 게 게임 이용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아울러 AI 모델의 고도화 및 지속적인 학습을 게임사가 자체적으로 감당하기엔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한다. 특히 AI가 언어 처리 외의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콘텐츠 영역에 직접 AI를 활용하려면 연구가 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용하 넥슨게임즈 IO본부장은 지난해 열린 '지스타 2024' 강연에서 "AI의 가능성을 고려해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을 시도했지만, 현재로서는 소통이나 반복적 작업을 처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