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중앙)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서울시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재지정한다고 19일 발표하면서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지난 1월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허제 해제를 추진하며 규제 완화를 강조했지만, 강남권 집값이 급등하자 불과 두 달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이에 따라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 동안 해당 지역에서는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해제된 잠실·삼성·대치·청담동(잠삼대청) 지역뿐만 아니라 강남 3구와 용산구까지 포함해 더욱 강력한 규제다. 규제 지역이 넓어진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집값 상승 예상했다"던 오세훈, 한 달 만에 정책 선회

토허제 논란은 지난 1월 오 시장이 해제를 공식화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오 시장은 "재산권 행사를 임시로 막아 놓은 것이므로, 토허제는 해제하는 것이 맞다"며 규제 완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결국 지난달 12일,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제외한 잠삼대청 지역의 토허제가 해제됐다.

그러나 이후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며 논란이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송파구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2월 첫 주 0.13%를 기록하며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3월 들어서는 송파구(0.72%), 강남구(0.69%), 서초구(0.62%) 등 강남 3구가 모두 주간 상승률 상한선을 기록했다. 강북과 수도권 인기 지역까지 상승세가 확산되면서 시장 과열 우려가 커졌다.

서울시는 해제 전후 데이터를 분석해 "토허제 해제 이후 평균 매매가격이 오히려 1.3% 하락했다"고 반박했지만, 실거래량 변화는 이를 뒷받침하지 않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강남 3구 아파트 실거래량은 전월대비 약 20% 증가했으며, 해제 기대감이 컸던 잠실·대치·청담 지역의 거래량은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투자 수요가 몰리며 시장이 다시 과열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결국 서울시는 시장 불안을 의식하며 정책을 다시 선회했다. 오 시장은 지난 10일 "약간의 가격 상승은 예상했지만,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상승이 나타날 경우 다시 규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며 재지정 가능성을 언급했고, 불과 열흘 만에 토허제 재지정을 공식화한 것이다.

서울 토지거리해가구역 신규지정 지역. (자료=국토교통부)


■ 서울시 스스로 정책 신뢰 무너뜨려…"정책 실효성 미지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또 다른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주택 수요가 규제에서 벗어난 한강변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영등포(여의도), 마포, 광진, 강동, 동작, 서대문구 등에서 갭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권이 바뀔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가 도입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전세가격이 과열된 지역에서는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어 주거비용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책 실효성도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며 “재지정을 해서 집값을 잡는다는 보장은 없고, 정책 신뢰도만 바닥에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