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주가 하락이 불가피해졌다는 진단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규모에 대한 부담이나 방식을 고려했을 때 단기적 주가 조정을 피하기는 어렵다며 목표주가 및 투자의견을 하향했다.

21일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과 중동 방산 현지화 및 JV, 미국 전투함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 당위성은 공감하지만 자금조달 방식이 아쉽다"며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각각 '보유'와 70만원으로 하향했다. 향후 5년간 CAPEX는 2025년 연결 영업이익 3조5000억원과 이후의 꾸준한 이익을 통해 충분히 조달 가능해보인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멀티플 유지를 위해서는 급락시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해외방산, 조선 투자 내용들을 업데이트하고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면서도 "공개하기 어려운 단계의 사업들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024년 연결 영업이익 1조7000억원, 2025년 한화오션 포함 2조8000억원에 비해 유상증자에서 밝힌 투자들의 기간 2025~2030년에서 최대 1조원/년에 불과하고 3~4년에 집중된다고 가정해도 다른 자본조달 방식은 불가했는지 의문"이라며 "자본조달 방식에 대한 의문과 실망감을 느끼거나 과거 한화의 투자실패 사례를 곱씹는 리스크에 민감한 주주라면 멀티플보다 낮춰보고 기다리는 전략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증자의 주요 목적은 지상/해양 방산의 주요 거점 확보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해 미국, 유럽, 중동의 현지생산 및 현지조달 요건을 선제적으로 충족하는 것"이라며 "한화에어로의 수주잔고 회전율이 4.6년임을 감안 시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애널리스트는 "이번에 조달된 자금은 향후 2028년까지 4년에 걸쳐 투자가 집행될 전망이고 연간 투자 목표액은 한해 2조원을 초과하지 않기에 연간 영업이익이 2조원을 상회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익체력만으로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며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결정에 대해 아쉽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주요국들의 국방비 지출액 상향에 따른 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증권신고서 상 제시된 해외 방산 설비 구축 및 JV의 현실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 이른 시일 내 가시적인 성과 확인을 통한 투자심리 회복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자금조달 목적별 분류는 시설자금 1조2000억원, 타법인지분취득 2조4000억원이며 항목별로는 방산 2조5000억원, 해외조선 8000억원, 무인기용 엔진 3000억원 등이다. 예정 발행가는 전일 종가 대비 16.2% 낮은 60만5000원으로 책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