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손기호 기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수소 사업을 정관에 정식 추가하며, 글로벌 수소 산업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각 그룹의 기술력과 자본, 계열사 간 연계를 바탕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세계 수소 시장에서 주도권 확보에 나선 행보로 해석된다.
삼성물산이 14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제6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 삼성물산, 그룹 역량 활용해 글로벌 수소 시장 공략
삼성물산은 지난 14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수소 발전 및 관련 부대사업'을 추가하며 수소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삼성그룹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수소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삼성물산의 수소 관련 행보를 보면, 회사는 호주 청정 에너지 기업 DGA 에너지솔루션스와 협력해 호주 크로스번시 항구 지역에 그린수소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오는 2026년까지 연간 최대 300톤 규모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또한 삼성물산은 오만 정부와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협력해 그린수소, 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에 전략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북 김천시에 오프그리드 태양광 발전과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설비 구축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삼성물산은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까지 아우르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그룹 계열사와의 연계를 통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다.
■ 현대건설, 현대차그룹과 협력해 수소 밸류체인 확장
현대건설도 지난 2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수소에너지사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차 및 연료전지 기술과 연계해 본격적인 수소 사업 확대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수소 충전소와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그룹 내 수소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소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을 본격 추진하며, 원자력과 연계한 수소 생산 패키지 시장을 선점에 나설 전망이다.
국내 수소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은 전북 부안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전해 기반 수소 생산 기지를 조성하고 있으며, 오는 6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수력원자력과 협업을 통해 2027년까지 청정수소 생산, 저장, 출하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 'CES 2024' 현장에서 수소 사업 관련 질의에 '수소에 힘을 쏟는 것은 우리 세대가 아니라 후대를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사진=연합)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수소, 미래세대 위해"…"공급망 구축·정책적 지원 과제"
정의선 현대차그룹은 수소 산업 관련 '수소에 힘을 쏟는 것은 우리 세대가 아니라 후대를 위한 것'이라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수소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청정 에너지로서의 수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으로 수소 에너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수소 생산 단가가 ㎏당 1.3~4.5달러 수준으로 낮아져야 화석 연료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으며, 중장기적으로 수소 산업의 경제성 확보 가능성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사이트 서비스'에 따르면, 세계 수소 시장 규모는 2023년 1555억 달러에서 2033년 4106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10.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같은 기간 수소 수요도 2024년 약 9600만톤에서 2030년 2억톤, 2040년에는 4억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전략적 실행력과 정책적 지원 여부가 향후 성패를 가를 주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기술 개발, 정부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글로벌 수소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어떤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을 선도할지 주목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