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가 13년 만에 추진되는 신규 양수발전소 공사의 포문을 열었다. 회사는 지난 17일 충북 영동군 상촌면과 양강면 일대에서 ‘영동양수발전소’ 건설을 위한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사업은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며, 총 사업비 5034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가 에너지 프로젝트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수요 변화가 맞물리며, 양수발전은 태양광·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고성능 반도체 산업의 확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수단이 국가 전력 시스템의 미래 안정성을 좌우할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영동양수발전소 조감도. 상부 댐(오른쪽)의 물을 하부 댐으로 낙하시켜 전력을 생산한다. (사진=DL이앤씨)


양수발전은 상하부 댐 간 높이 차를 활용해 전력을 저장하고 필요한 시점에 생산하는 방식의 수력발전이다. 낮 시간대 잉여 전력으로 하부 댐의 물을 상부로 끌어올렸다가,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에 물을 떨어뜨려 발전을 수행한다. 전기 저장 기능이 핵심인 이 시스템은 신재생에너지와 결합돼 미래 전력 안정성을 뒷받침할 주요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영동양수발전소는 총 118만㎡(약 36만평)의 부지에 조성되며, 500㎿의 전력 생산 능력을 갖춘다. 이는 약 11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국내 양수발전소 건설은 2011년 예천양수발전소 이후 13년 만이며, 예천 사업 역시 DL이앤씨가 맡아 준공한 바 있다.

이번 공사의 핵심은 아파트 143층 높이에 해당하는 430m 수직 터널을 뚫어 상부 댐과 하부 댐을 연결하는 고난도 굴착 작업이다. 높은 내구성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양수발전소의 특성상, 시공사는 정밀한 기술력과 수력 인프라 건설 경험을 요구받는다. DL이앤씨는 이번 수주를 통해 국내외 수력발전 분야에서의 기술적 신뢰를 재확인받았다는 평가다.

DL이앤씨는 국내는 물론, 이란 카룬댐, 파키스탄 굴푸르 수력발전소, 인도네시아 카리안댐 등에서 다수의 수력발전 및 대형 댐 프로젝트를 수행한 이력을 갖고 있다. 양수발전소와 같은 복합 인프라 건설에 있어 국내 최다 실적을 보유 중이다.

정부 역시 양수발전의 확대를 전략적으로 추진 중이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36년까지 1.75GW 규모의 양수발전 설비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강원 홍천, 전남 구례 등 전국 9곳에서 신규 양수발전소가 건설되거나 추진되고 있으며, 그중 영동은 대표적인 첫 시범 사례로 꼽힌다.

DL이앤씨 관계자는 “DL이앤씨는 국내 마지막 양수발전소를 성공적으로 완공한 건설사이자, 이번 13년 만의 신규 프로젝트를 다시 맡게 된 기업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선 시공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에너지 안보 강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