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침체와 가계대출 규제로 수요가 위축되고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이 부담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지난해 실적 감소에 이어 올해 매출 목표까지 낮추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 변화와 위기 속에서 CEO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각 기업의 대응 전략과 업계의 향후 방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 (사진=DS이앤씨)


DL이앤씨가 실적 반등을 위해 전사적인 사업 체질 재정비에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 박상신 대표 취임 이후, 선별 수주와 원가율 관리, 고부가 신사업 확대를 통해 수익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플랜트 부문 수주 확대와 ‘디 셀렉션’을 통한 인테리어 차별화 전략이 본격화되며 시장 반응도 변화하는 분위기다. 증권가는 수주 흐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이익 실현은 원가율 개선 시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 박상신 대표 체제…“현금흐름, 사업추진 지표”

DL이앤씨는 지난해 8월,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온 실적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박상신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 대표는 1985년 삼호(현 DL건설)에 입사한 이후 그룹 내 다수 건설 계열사를 거친 ‘현장형 전문가’로, 실무 중심의 위기 대응력과 수익성 중심 경영을 강조해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 사업을 추진할 때 ‘현금흐름’을 의사결정 지표로 삼고 모든 자금에 대해 철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대내외 시장 환경 속에서 자금 운용의 효율성과 리스크 최소화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 올해 매출 7.8조, 신규 수주 13.2조 목표

박 대표의 이러한 다짐에는 이유가 있다. DL이앤씨는 2021년 이후 영업이익이 지속 감소하며 체질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실제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021년 9573억원에서 2024년 2709억원으로 71.7% 급감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2.5%에서 3.3%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가 나타났다. 2024년 4분기 실적은 매출이 전분기 대비 27%, 영업이익은 13% 증가했다. 원가율도 88.5%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며, 원자잿값이 상승했던 2021~2022년 착공 현장들이 준공되며 수익성이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올해 DL이앤씨는 매출 7조8000억원, 영업이익 5200억원, 신규 수주 13조2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수주 실적(9조4805억원)과 비교하면 약 39% 증가한 수치다. 주택 착공은 1만2000세대로 전년대비 소폭 줄었지만,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기조를 반영했다.

■ 해외 수주·신사업 진출…조직개편·비용절감 전략

박 대표의 선별 수주 전략에 따라 DL이앤씨는 올해도 고수익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토목 부문은 필리핀·인도네시아 등 익숙한 시장과 교량·댐 등 전문 분야에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진입 장벽이 높은 기술형 입찰사업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TW바이오매스에너지 열병합발전소 건설 부지 전경. (사진=DL이앤씨)


플랜트 부문은 ‘FEED to EPC’ 전략을 통해 기본설계부터 시공까지 수행하는 통합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플랜트 매출 비중은 34%였으며, 올해는 이를 44%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주택 부문은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도시정비사업과 리스크가 낮은 공공사업 수주에 집중하며, 자재비·인건비 부담이 큰 자체사업 비중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DL이앤씨는 올해 수익 중심의 선별 수주 원칙을 유지하고, 원가 구조 개선과 리스크 관리 강화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 신사업·인테리어 투자 본격화…“‘디 셀렉션’으로 차별화 전략 강화”

DL이앤씨는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인테리어 고부가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MR(소형모듈원전) 분야에서는 2023년 미국 엑스에너지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4세대 모델 ‘Xe-100’의 표준화 설계를 공동 수행 중이며, CCUS 분야에서는 캐나다 제네시스 퍼틸라이저스와의 계약을 통해 북미 블루 암모니아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DL이앤씨 맞춤형 인테리어 솔루션 ‘디 셀렉션(D’Selection)’의 욕실. (사진=DL이앤씨)


최근에는 고급 맞춤형 인테리어 솔루션 ‘디 셀렉션(D’Selection)’을 공개하고 관련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이는 170만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스타일 큐레이션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서울 도곡동에 오프라인 쇼룸 ‘디 셀렉샵’을 오픈해 고객 체험도 강화했다. 디 셀렉션은 거실, 주방, 침실, 홈오피스를 하나의 디자인 언어로 통일할 수 있는 구성으로, 조명 옵션까지 세분화해 고감도 인테리어를 구현한 게 특징이다. 또한 3D 시뮬레이션 ‘디버추얼(D-Virtual)’을 통해 실시간 공간 변경, 예산 확인까지 가능하도록 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였다.

DL이앤씨는 “인테리어 시장 확대와 리모델링 수요 증가를 반영해 향후 분양 단지 디 셀렉션을 순차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수주는 긍정적, 이익률 회복 여부는 신중한 시각” 평가

박 대표는 올해 경영의 핵심 기준을 ‘현금흐름’으로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DL이앤씨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현금성 자산 2조711억원, 순현금 9940억원, 유동비율 155.8%, 부채비율 100.4%를 기록하며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DL이앤씨의 2025년 실적 전망에 대해 수주 확대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익률 회복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이민재 연구원은 “DL이앤씨가 보유한 순현금과 낮은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며, 중장기적 수익성 확보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면서도 “주택 부문 착공 물량 감소와 분양시장 침체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 채상욱 연구원은 “DL이앤씨의 플랜트 부문 수주 성과는 고무적이지만, 원가율 개선이 실현되기 전까지는 이익 증가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렵다”며 “올해 상반기 중 원가율 회복이 실현된다면 실적 상향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DL이앤씨는 수년간 이어진 실적 부진을 벗어나기 위한 전면적인 사업 구조 재편과 전략적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가 강조하는 ‘현금흐름 중심 경영’과 고수익 포트폴리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신사업·인테리어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위기를 넘어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