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가 수력발전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수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주도한다. 이는 단순 도급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주도하던 건설사업관리(CM) 분야로 진출하는 것으로, 차별화된 수주 경쟁력을 보여준 셈이다.
DL이앤씨는 지난 14일 한국중부발전이 대주주로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 PT. 시보르파 에코 파워(PT. Siborpa Eco Power)와 약 1500만달러(약 22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DL이앤씨는 지난 14일 한국중부발전이 대주주로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 PT. 시보르파 에코 파워(PT. Siborpa Eco Power)와 약 1500만달러(약 22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진=DL이앤씨)
PT. 시보르파 에코 파워는 인도네시아 시보르파 수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으로, 해당 수력발전소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동부 빌라(Bilah)강에 114메가와트(㎿) 규모로 건설된다. 발전소가 완공되면 현지 인구 약 100만명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DL이앤씨는 2030년 8월까지 발주처를 대신해 설계·시공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CM을 맡는다.
CM은 프로젝트 경험과 프로세스에 대한 높은 이해를 요구하는 기술집약적 분야로, 발주처 입장에서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CM 방식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DL이앤씨는 기존의 단순 도급에서 벗어나 CM이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역으로 제안해 발주처의 신뢰를 얻었다.
이는 국내 건설사들이 최근 해외 수주 경쟁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기술집약적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공공기관이 사업을 제안해 수주하고, 국내 기업이 설계·시공 관리에 참여하는 이번 사업은 향후 민관 상생 협력의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DL이앤씨는 2022년 입찰 당시 '대안설계' 능력을 통해 발주처의 호응을 얻었다. 수력발전은 도수로를 통해 댐에서 물이 아래로 떨어지는 위치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데, 발주처는 애초 도수로를 4.5㎞ 길이의 지하 터널로 계획했다.
그러나 수마트라섬은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 지반 상태가 불안정해 굴착 자체가 큰 모험이었다. DL이앤씨는 지하 터널을 지상에 설치하는 개수로로 변경해 시공성, 공기, 원가 등의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고, 발주처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이번 CM 사업 수주로 이어졌다.
DL이앤씨는 1990년대 수력발전 사업을 시작한 이래 국내 업계 최다 시공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도 다수의 시공 실적을 갖고 있다. 이번 수주 역시 과거 수행했던 실적과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달 말 인도네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카리안댐'을 준공할 예정이며, 2022년에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양수발전소 '어퍼 치소칸 수력발전소'를 착공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력 공급을 늘리기 위해 2030년까지 10.4기가와트(GW) 이상의 신규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인도네시아는 물 자원이 풍부하며, 수천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국가이기 때문에 섬 내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따라서 수력발전소 사업을 펼칠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번 수주는 DL이앤씨가 기술집약적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병두 DL이앤씨 토목사업본부장은 "그동안 중동·동남아시아 등에서 수력발전소 공사를 진행하며 축적한 기술력이 수주 성공에 영향을 미쳤다"며 "미국·유럽 등 선진국 업체들이 독식해온 사업관리형 CM 시장에 진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