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가 전경 (사진=손기호 기자)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 가능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14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상반기 주택시장 전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매매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2021년 하반기(62%) 이후 약 5년여 만의 최고치다.

하락을 전망한 응답자는 약 14%에 그쳤으며, 상승과 하락 전망 간 격차는 3.7배에 달했다. 정부의 10·15 대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인식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상승 기대 요인, 핵심지 가격 및 금리 인하 기대감에 공급 부족

매매가격 상승을 예상한 응답자의 35.4%는 ‘서울·수도권 핵심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을 이유로 꼽았다.

이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12.6%), ‘서울 등 주요 도심의 공급부족 심화’(10.9%), ‘정부 규제로 인한 매물 잠김’(8.9%) 등이 뒤를 이었다.

6·27 대책과 10·15 대책 등 연이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공급 불안이 지속되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026년 상반기 주택 매매가격 전망, 소비자 응답 비중 추이 (자료=부동산R114)

반면 하락을 예상한 응답자의 38.2%는 ‘대출규제로 인한 매수세 약화’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이밖에 ‘경기침체 가능성’(15.9%), ‘금리 부담’(10.6%), ‘가격 부담에 따른 수요 감소’(8.2%)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자금 압박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 전세·월세시장, 상승 전망 압도적

임대차시장에서도 상승 전망이 컸다. 전세가격 상승 응답은 57.8%, 하락 응답은 9.3%로 상승 비중이 6.2배에 달했다. 월세는 상승 60.9%, 하락 5.3%로 무려 11.5배 차이를 보였다.

전세 상승 이유로는 ‘매수심리 위축으로 전세수요 증가’(34.8%)와 ‘임대인의 월세 선호로 전세물건 부족’(23.8%)이 꼽혔다.

대출규제로 매수 여력이 떨어진 수요가 전세로 유입되고, 임대인은 수익성이 높은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공급이 줄어드는 구조다.

2026년 상반기 임대차 시장 가격 전망. 응답자 1458명. 상승 전망이 전세 57.75%, 월세 60.91%로 컸다. (자료=부동산R114)


반면 전세가격 하락을 전망한 응답자는 ‘정부의 전세시장 안정대책 효과’(23.7%)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임차보증금 반환(역전세) 리스크’(20.7%), ‘전세대출 부담으로 인한 월세 이탈’(13.3%) 등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 "핵심 변수, 대출·세금 등 부동산 규제 환경 변화"

2026년 상반기 시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는 ‘대출·세금 등 규제 환경 변화’(17.0%)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어 ‘국내외 경기회복 속도’(16.8%),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여부(14.8%)’, ‘정부의 대규모 공급정책(12.3%)’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방향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불확실성이 시장 심리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정부의 수요억제 대책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소비자의 체감 심리는 여전히 ‘상승’쪽에 기울어 있다”며 “핵심지 위주의 국지적 상승과 공급 지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2026년 상반기 주택시장은 단기적인 규제 효과보다 정책 방향성과 금융 여건 변화에 따라 온도차가 뚜렷할 것”이라며 “하반기 이후 실수요 중심의 분화 현상이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