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중독을 둘러싼 사회적 담론이 과잉의료화의 산물이며, 대중문화에 대한 억압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윤태진 연세대학교 연구진은 한국콘텐츠진흥원 '기술발달에 따른 콘텐츠 여가 확산과 억압 정책' 보고서를 통해 "게임이용장애의 질병화(코드화)가 폐기돼야 한다"며 "게임중독, 게임이용장애와 같은 비학술적 용어 역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근대 오락사에 걸친 정부의 대중문화 억압의 역사를 다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라디오, TV, 비디오 등 미디어들은 '비생산적', '비교육적'이라는 명목 하에 강력한 규제를 받아왔다. 이는 1970년대 등장한 전자오락에도 이어졌으며, 마찬가지로 90년대 PC게임에는 '비윤리적', '불법복제'와 같은 낙인이 찍히며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됐다고 짚었다.
또한 연구진은 "대중문화 억압 역사의 이면에는 건강에 관한 담론이 핵심적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 건강은 그 어떤 것에도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이기에, 문화·오락적 가치보다 우월한 지위에서 권위적인 억압을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지난 2019년 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한 사건을 '게임 중독' 담론의 출발점으로 지목했다.
'게임 중독'이 진단 도구의 일관성 부족, 공존 질환과의 상관관계 등 한계에도 불구하고 WHO의 권위에 힘입어 '장애'로 명명됐으며, '청소년 보호'를 넘어 '중독 물질 관리'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처럼 질병코드 등재와 게임 중독법 논의는 비의학적 문제가 의학적 문제로 전환되는 과정으로, 의료화의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의 의료화는 '게임 포비아'로 이어진다고 봤다. 게임의 잠재력을 폭력성이나 중독성으로만 규정하고, 사회 문제를 개인의 게임 행위 탓으로 축소시키고 진단과 대안도 개인의 병리적 수준에서만 찾게 되는 부작용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신의학은 몇몇 사건의 원흉을 게임으로 지목하고, 게이머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논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젠 폐지된 '셧다운제' 제도를 언급하며 "이러한 실효성,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게임중독의 의료화는 진단과 처방 모두를 개인에게 돌리고, 모든 문제의 원흉을 게임으로 지목하는 '게임의 악마화'를 불러왔다"고 강조했다.
'도파민 중독' 역시 과잉 의료화의 사례로 지목됐다. 개인이 게임, 소셜미디어, 숏폼 등을 소비하게 되는 사회적 요인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이를 단순 중독물질로 규정해 개인에게 자기관리 책임을 강요하는 등 게임중독과 같은 논리가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게임을 비롯한 대중오락을 바라보는 정책 입안자와 언론, 대중의 초점이 '건강'에서 '즐거움'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연구진은 "게임이 제공하는 즐거움이 단순히 감각적 자극을 넘어 철학적 추구가 될 수 있음을 포괄하는 이론 정립이 필요하다"며 "이와 더불어 게임 중독, 게임이용장애와 같은 비학술적이고 억압적인 용어는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