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손기호 기자)
정부가 건설현장에서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중대재해가 반복될 경우 영업정지 기간 확대와 공공입찰 참가 제한, 등록 말소(면허취소)까지 추진한다.
시공사에만 안전 책임을 지는 것을 넘어 공공·민간 발주처도 안전을 위한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확보하도록 제도화한다는 방침이다.
15일 국토부와 노동부는 이 같은 강도 높은 조치가 포함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 따라 중대재해가 발생한 건설사에 대한 영업정지 요청 요건이 기존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으로 확대됐다.
영업정지 기간도 현행 2~5개월에서 더 늘어날 예정이다. 특히 최근 3년간 두 차례 영업정지를 받은 업체가 또 다시 사고를 일으킬 경우 등록말소 곧 면허취소가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건설산업기본법 개정도 추진된다. 현재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만으로 면허취소 근거가 없지만 고용노동부 요청 시 산재 사망으로도 등록 말소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중대재해 이력은 금융권과 자본시장 평가에도 반영된다. 여신 심사, 보험료, 대출금리 등에서 감점 요인으로 적용되고 상장사의 경우 사망 사고 후 형사판결을 받을 경우 즉시 공시 의무화된다. 공공입찰 제한 요건과 기간도 확대돼 중대재해를 반복하는 기업은 정부 조달사업 참여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한 대응도 강화된다. 국토부와 고용부는 건설현장 불법하도급 합동단속을 정례화하고 사고 발생 시 제재 수준도 대폭 상향한다. 예시로 사망 사고 시 등록 말소 요건을 '5년 내 3회'에서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안전 확보를 위한 적정 공사비와 공사기간 보장도 제도화된다. 공공 및 민간 발주자에게 적정 공사비 산정 의무를 부여하고 표준도급계약서 개정을 통해 민간공사에도 공사기간 산정 기준을 명시한다. 폭염 등 기상재해도 공사기간 연장 사유로 인정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도 손질된다.
한편, 국토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건설 전주기 안전혁신 R&D' 사업을 본격화한다. 이 사업은 AI와 디지털 기반의 안전관리 기술 개발과 산업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다. 향후 건설현장의 안전관리에 자동화 기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사후 처벌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로 전환하겠다"며 "고질적 중대재해를 근절하고 책임 있는 건설문화 정착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